4·13 총선에서 호남은 국민의당을 선택하였다. 상당기간 구호처럼 외쳐오던 호남정치의 복원이 국민의당 석권으로 종결된 것일까? ‘과연 그럴까’, 단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 호남정치의 겉과 속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4·13 총선을 판독할 때 가장 예리하게 분석할 곳이 호남이다. 4·13 총선은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국회를 구성하고 20년 만에 3당체제를 탄생시켰다.

3당체제는 호남을 절대적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의 등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정치사에 새로운 3당체제의 정립이 구축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국민의당이 과거 충청지역의 자민련처럼 자생적인 호남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한 이념적 결사체라고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3당체제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의 호남 첫 진입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탈당파 의원들과 구 동교동 인사들과의 결합은 호남정치의 개혁과 복원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김종인 대표가 광주공천의 허술함과 호남 민심에 대한 안이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의당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갔다.

호남을 석권한 국민의당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정당득표를 근거로 해서 전국 제1야당임을 천명하고 있다.

외형상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기반이 있다면 그 정당은 분명 제1의 수권야당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국민의당이 호남 외에서도 전국적인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단정할 수 있을까? 이번 선거의 특징으로서 힘을 발휘한 정당투표, 분할투표의 투표행태를 분석할 때 새누리당의 지지층이 더불어민주당 까지는 갈 수 없고 국민의당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주 고정적이고 절대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이 아닌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새누리당의 지지층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이렇게 볼 때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지역적으로 호남의 몰표와 새누리당의 지지층이 포함된 중간층이 주요 지지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과연 이 이질적인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이 지속적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의문이고 국민의당도 분명한 정치적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4·13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정권교체의 기회와 꼭 풀어야할 숙제를 동시에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매우 간단·극명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호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고 둘째, 국민의당을 선택한 중간층의 표심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정치 복원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4·13 호남표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호남인과 더불어민주당의 오랜 전통에서 볼 때 정치정서가 맞고, 민주·저항·인권·남북평화라는 정치적 동지임에 분명하다. 다만 2012 대선의 패배를 함께 겪으면서 또 다시 정권교체를 향한 절치부심의 동반자로, 같은 정치운명체로 확신이 덜 된 상태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과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으로의 분열과정에서 호남민심은 이를 유심히 관찰하였고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신뢰를 결론내지 못했다. 이것이 4·13 총선의 호남표심으로 나타났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을 버린 것이 아니라 보류하고 있다.

20년만의 3당체제는 호남이 탄생시켰고 호남이 선택하였다. 지역적, 폐쇄적 정치선택을 한 충청지역 자민련의 정치행태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제3당의 정치에 익숙했던 자민련의 충청과는 달리 호남의 민심은 2번과 수권정당의 선택에 있다.

호남이 선택한 3당체제는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은 불변의 상수이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게는 각각 경쟁의 과제를 던져준 것이다.

호남정치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산술적이 아닌 복잡하고도 기기묘묘한 기하학적 고민과 연구를 하여야 한다. 4·13 총선 호남표심은 의석수와 각 당의 득표율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겉과 속이 다르고 호남의 민심은 어떤 목표를 향해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