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현대판 지부상소(持斧上疏)의 광경이 보도되어 국민을 경악하게 하였다. 임란전 선조시에 중봉 조헌과 조선말 고종때 면암 최익현 선생이 외침에 저항하며, 도끼를 들고 상소를 올린적이 있었지만, 현대에 와서 도끼를 앞에 놓고 항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새 우리나라는 선거열풍에 휩쌓여 있다. 날마다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쇼킹한 사건들로 언론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다. 각당에서 공천작업을 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승자와 패자의 애환이 날마다 보도되고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사회 지도급 인사들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자천타천으로 당내 경선에 응모하거나 예비후보 등록을 할 정도면 자신이 국민의 대표로 내세울만한 인품이나 철학, 경륜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공헌하고자 하는 자질과 의지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사람마다 평가의 기준이 다르고 검증을 통해 가장 훌륭한 사람을 선택하게 하려는 것이 선거이고 정당의 존재이유는 정권을 잡아 집권하는것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거는 후보자 개인뿐만 아니라 각 당 자체도 정당 투표를 통해 따로 선택을 받으려 하는 것이다.

각 당 자체의 심사기준에 의해서 후보자를 일차 검증하여 상품을 내놓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상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국민의 눈에 맞추어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입맛에 맞추어 계파나 정파적 이익에 준해서 인물을 선정해 내놓는 경우가 있다. 현존하는 정당들이 거의 공천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이 과정에서 현대판 지부상소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선출하지만 지역의 대표성보다도 국가의 대표로서 국정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므로 선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거나 시행착오를 통해 개인이나 정당에 이미지에 훼손을 가저 오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공은 국민에게 넘어왔다. 각 정당에서 추천한 인물들과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람들중에서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사심없이 봉사하고 헌신 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능력있는 사람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번번히 선거에 실패하고, 후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거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지역적 당파와 지연, 학연등에 얽매여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거나, 후보자들의 온갖 감언이설에 현혹되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요사이 후보자와 소속정당에서도 각기 자신의 소신을 밝히거나, 온갖 정책을 소나기 퍼붓듯 쏟아내고 있지만, 개인의 권력욕과 추종하는 사람들의 성취와 당리당략 차원에서, 일단 표를 얻고 보자는 심리로 경쟁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투표일이 휴일이라해서 여행이나 정치혐오증으로 기권을 한다거나, 인물의 도덕성이나 사상과 경륜, 업무추진력들을 세세히 점검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행사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북한의 무모한 핵개발과 미사일발사가 유발한 국제적제재와 남북간의 극한적인 대립속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국가안보적 측면과, 경제의 침체로 인해 국가의 명운이 달린 엄중한 상황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고, 공정한 선거로 참된 애국적 인사가 선출되어야 할 것이다.

각 당에서 내세운 이념과 정책과 공약이 정말 실현가능성이 있고, 국리민복의 바탕에서 시작되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역사적 주체성을 갖고, 자율과 합리성을 발휘하여, 공정한 투표를 통해, 민주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성숙 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국민이 깨어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