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몸보다 마음이 병든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직장인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 청년들은 직업에 대한 고민, 가정에는 무거운 책임감, 우울증 등 고민과 걱정이 없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지면 사람들은 보통 자연의 품을 찾는다. 특히, 이맘때 산으로 가면 몸도 마음도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산속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나무와 꽃들에게 대화를 하게 되고 가슴을 짓누르던 스트레스는 말끔히 씻겨 나간다. 아무튼, 주변 사람과 함께 지친 몸과 정신을 치유하는 산으로 훌쩍 떠나보고 싶은 봄이다.

한반도 최남단에 있는 고흥반도의 봄은 온통 연둣빛이다. 곳곳에 벚꽃과 철쭉, 진달래꽃들이 만발하고 그 뒤로 눈부신 연둣빛 산들이 짙어간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떠나기 좋은 계절,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힐링하기 좋은 고흥의 ‘싸목싸목 길’을 소개한다.

‘싸목싸목’이라는 말은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걷거나 나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전라도의 방언이다. 산은 빨리 오르는 것보다 천천히 풍경도 찍고 야생화도 찾아가며 대화를 나누면서 오르는 것이 진정한 묘미다. 숲길의 명칭을 ‘싸목싸목’이라고 지은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람은 누구나 길을 걷는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있고, 또 앞으로 가야할 길이 있다. 이처럼, 고흥의 싸목싸목 길은 사계절 누구나 즐기며 힐링하는 품격 있는 길이고 계절별로 다양한 코스를 만날 볼 수 있는 ‘길손의 길’이다.

봄철에는 철쭉이 아름다운 천등산을 오르는 먼나무길 30리(11km)를 조성했고, 여름에는 운대 덤벙 분청사기 도요지 등 문화를 만나는 운암산과 봉두산 녹음길(12km)과 가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팔영산 편백림과 단풍을 즐기는 단풍나무길(4km)을 조성해 놓았다. 계절에 상관없이 오를 수 있는 편백림과 삼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봉래산 사계절 향내길(3km)도 있다.

사계절 숲길을 걷다 보면, 청정해역 고흥의 바닷내음이 내 코끝에 전해져 오고, 그 풍경에 반해 절로 걸음이 느려지게 된다. 싸목싸목 길을 걸으며 미워하고 사랑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지우고 그리다 보면 어느새 이름이 맑아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여러 지자체마다 걷는 길을 조성하고 있지만, 싸목싸목 길이 더 특별한 이유는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데 있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이정표와 노면 정비만 했을 뿐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았다. 이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고 불리는 고흥의 아름다운 풍광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앞으로 고흥에 오면 어디를 가든지 숲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해안경관으로 小제주도로 불리는 거금도에는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2.195km의 둘레길을 만날 수 있고, 우주발사전망대를 비롯해 다랭이 논의 유채꽃과 몽돌해변, 사자바위, 용바위 등 다도해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우미산 천년 오솔길’은 봄의 아름다움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기가 울창한 숲이라는 의미를 가진 ‘팔영산 편백 치유의 숲’을 비롯해, 올해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을 맞은 소록도엔 ‘나눔 숲’을 학교에는 ‘명상 숲’이 조성된다. 또한, 군민의 삶의 터전인 마을에도 각자 특색을 가진 한평정원을 하나씩 하나씩 가꾸어 나가고, 주민 스스로 나무를 심고 가꾸자는 의미로 ‘내 나무 갖기 캠페인’도 추진하고 있다.

산과 그 속에 숲은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산에 울창한 나무가 터널을 만들고 숲길을 따라 오르면 이름 모를 야생화를 볼 수 있다. 고흥에 오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만든 아름다운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아이들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과 함께 뛰놀고 어른들은 숲길을 걸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고흥의 숲길, 이 따뜻한 봄날에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와 함께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싸목싸목’ 숲길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