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양의 후예’ 인기가 국내를 넘어 중국, 태국까지 확산되고 있다. 극중 연상연하 커플인 송중기와 송혜교는 일명 ‘송송 커플’로 불리며,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달콤한 로맨스를 펼치고 있다.

우리 동물원에도 ‘송송 커플’ 못지 않은 연상연하 커플이 탄생했다. 13살 된 아린(아름다운 기린의 약자)이라는 암컷 기린이 혼자 살고 있는데, 며칠 전 용인의 한 동물원에서 마린(마술 같은 매력을 가진 기린의 약자)이라는 3살 먹은 수컷을 들여왔다.

동물원은 교육(Education), 휴식·오락(Recration & Entertainment), 연구조사(Research), 종 보존(Conservation)이라는 4가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종 보존’은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에 처한 소중한 동물들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고, 생태환경을 조성하여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함께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 보존을 위한 암수의 합사는 동물원의 기능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합사(合舍)는 집을 합친다는 뜻으로 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동물원에서 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동물원 관계자 대부분은 ‘합사’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호랑이나 사자 등 맹수류는 합사가 거의 불가능 한데 간혹 수컷이 혼자 살다 암컷을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암컷이 혼자 살다 수컷이 들어오면 서열 다툼 후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대개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투쟁을 하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합사는 동물의 심리를 잘 분석하고 무리의 역학관계를 잘 이용해야 하는 매순간 긴장의 연속인 어려운 전술이기도 하다.

우리 동물원에서는 아린의 새 짝을 찾아주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해외동물 구입 절차가 까다롭고, 구제역 발생 등으로 국내 기린 가격이 급등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말 용인의 동물원에서 어렵게 ‘마린’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추운 날씨로 인해 기린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해 바람이 따사로운 3월에서야 ‘마린 이송 작전’을 펼치게 됐다. 크기가 3∼5m이고, 무게는 1∼2t으로 큰 동물인 기린의 이송은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다.

이송 전날부터 수의사, 사육사를 파견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이동경로 논의 등을 거쳤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한 번의 휴식도 없이 저상무진동 트레일러로 이동했다. 이동 상자를 사육장까지 옮기는데도 5t 크레인을 동원했다.

사육장에서 기린을 내놓는 과정에서도 혹시나 기린이 흥분해 다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무사히 방사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린’이 새 집에 금세 적응하는 것을 보고 내실 문을 일부 개방하여 ‘아린’과 ‘마린’의 얼굴 익히기를 시도했다. 다행히 ‘아린’과 ‘마린’은 눈이 마주치자 다가가 긴 목을 숙여 서로의 체취를 맡았고, 긴 목을 비볐다. 기린 무리에서는 ‘넥킹’이라는 특이한 표현방법이 있다. 이는 수컷들이 싸울 때 긴 목을 서로 부딪히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가볍게 서로의 목을 비비는 것은 애정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얼굴을 익힌 후 내실 문을 열어주자 고맙게도 아린과 마린이 별 무리 없이 목을 서로 비비면서 방사장을 다정하게 걸어다녔다. 성공한 합사라고 보기에 충분했다.

기린의 성(性) 성숙은 보통 4∼5년으로 마린(수컷 기린)이 내년이면 성적으로도 완벽하게 성장할 것이고, 아린도 출산 경력이 있어 둘 사이 2세가 생길 확률이 높다. 아린과 마린이 잘 어울려 지내준다면 우치동물원 최고의 인기 ‘린린’ 커플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