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생산 100만대 도시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신흥 자동차 회사인 구룡(九龍)자동차가 오는 2020년까지 광주에 25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만대 생산 규모의 완성차 및 부품 공장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투자협약을 맺은데 이어 전 세계 100개 이상의 나라에 진출해 있는 인도의 다국적 기업 마힌드라그룹이 광주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사업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는 기타큐슈를 찾아 자동차 산업을 조성하게 된 배경과 성장 과정, 미래산업 구상 등을 현지에서 직접 살펴보고 지금의 광주에 시사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봤다.

◇“작지만 강하다” 자동차 산업 침체된 도시에 활력=일본 4개 열도 중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 공항을 통해 24일 이 곳을 찾은 취재진을 반기는 것은 아기자기한 경차들이었다. 작은 차들이 지천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고 곳곳의 판매전시장에서도 ‘꽃단장’을 한 채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이 날 오전 취재여정에 대한 설레임으로 광주를 떠난지 반나절도 안돼 도착했지만 광주 자동차산업 미래 전략의 답을 찾고자하는 조급함 때문에 단숨에 목적지인 기타큐슈(北九州)로 향했다. 공항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기타큐슈는 규슈 최북단에 있는 후쿠오카현의 도시로 현 내에서는 북동부에 위치한 인구 150만의 도시다.

광주시가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사업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주목 받은 기타큐슈는 활력이 넘쳤다. 자동차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 도시는 지난해를 기준 닛산, 토요타, 다이하츠 등 완성차 154만대를 생산했고 현재는 이를 180만대로 늘리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는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의 2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일본 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약 1000만대로 나고야와 도쿄지역이 각각 300만대로 가장 크고 다음으로 기타큐슈와 시코쿠가 각각 150여만대로 뒤를 잇고 있는 상황이다.

기타큐슈는 신업적으로는 일본 내 가장 핫한 곳으로 미래 전략 산업과 관광·레저산업의 주력도시로서 위용을 갖춘지 이미 오래다. 지금에야 일본에서도 잘 나가는 산업도시로 인정받지만 20여년전만해도 이 곳은 죽어가는 도시였다고 한다. 지역 산업화의 기틀을 다졌던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탄광촌 등 관련 산업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지역경제의 희미한 생명줄이었던 가전업체 ‘파나소닉’ 마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일본 가전사업의 몰락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하자 도시 전체가 위축되고 실업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 내 실업률은 제로에 가깝고, 지역 입주기업들로부터 수 조원대의 지방세가 걷히다 보니 중앙정부로부터 자유롭게 자치사업을 벌일 수 있는 부자도시가 됐다.

또 관광·레저사업도 덩달아 부수효과를 거두면서 예전 바다 뱃길과 하늘길의 관문이었던 원래의 역할과 문화와 자연유산 중심 관광·레저도시의 면모를 다시 갖추고 재도약의 기틀을 짤 수 있게 됐다.

◇대기업 유치에 지자체 재정자립도 올라 주민들 함박 웃음=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부흥기로 나아가고 있는 기타큐슈의 성장요인을 확인하기 위해 완성차 기업과 부품업체 등이 밀집해 있는 산업단지 미야코 간다 지역을 찾았다. 국가산업단지 육성 계획에 따라 바다를 매립해 도시를 확장한 이 곳은 기존의 구도심과 새로운 계획도시가 융합하면서 안정적인 신도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화력발전소와 시멘트 공장이 오래된 산업도시임을 자랑하는듯 자리했으며 넓직한 도로에 블럭별로 나란히 자리한 현대식 자동차산업 관련 기업과 끝이 보이지 않는 완성차 선적 부두는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미 조성을 마친 광활한 공장부지는 새로운 기업을 맞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인근 공항과 항구, 새로 뚫린 고속도로 등 이 곳을 중심으로한 풍부한 시설 인프라는 이 곳을 미래 일본 자동차 산업을 이끌 전진기지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보통 완성차 메이커들이 증산을 결정할 때 공장부지 매입과 항만·고속도로 등 인프라 시설 구축을 따지는데 이 곳이 최상의 여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에 침체하는 석탄 하역장이었던 간다 지역이 지금의 자동차 산업 핵심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와 지역 상공인의 끊임없는 노력도 컸다. 지리적 여건으로 국가산단 개발 최적지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지역 경제를 부흥시켜야한다는 지차체와 지역민의 강력한 의지가 지금의 성과를 낸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지자체는 지역 상공단체와 함께 산단 개발과 기업 유치에 힘썼고 기업 역시 지역발전을 위해 파격적인 투자와 상생발전을 위해 나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1980년대 2만500여명이었던 지역 인구가 30여년이 지나 오히려 1만명 이상이 증가한 점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산업도시로 성장하면서 산단과 인근지역에 사람이 몰리면서 지역경제 또한 풍요로워진 것이다.

기타큐슈시 관계자는 “전통산업에 얽매여 있던 지역 경제단체들이 물류나 인력 등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미래 전략산업인 자동차 관련 기업을 유치한 것이 주효했다”며 “지역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고 세수 확보와 인구 유입으로 경제 자립도가 높아진 점은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기타큐슈=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