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여미게 했던 꽃샘 추위도 곳곳에 피어오르는 봄 꽃향기와 함께 물러갔다. 자연은 어김없이 순리를 따르고 그 속에서 삶을 엮어가는 인간들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도전과 적응, 기억과 망각을 되풀이한다.

이렇듯 세상은 물처럼 흘러 가지만 기원전부터 인류와 함께 한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함께 개인적인 삶을 황폐화시키며 매년 대한민국에서 2300명 이상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이 있다면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주변에 전염이 되는 질병이라면 그 심각성에 강한 두려움과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데, 다름 아닌 제3군 법정감염병 결핵이다.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곁에서 일어나는 당황스러운 결핵의 실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감염성 질환 중 발생 및 사망자가 가장 많으며, 2000년 이후 OECD 가입국가 중 환자 발생률과 사망률 1위를 차지해 국가 위상을 실추시키고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2003년부터 증가추세이던 국내 결핵신환자 발생이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14년에 신고된 결핵 신 환자는 3만4869명으로 전년 대비 3.8%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신속한 결핵환자 발견과 맞춤형 관리, 결핵관리기반 강화, 투자와 관심 집중 등 2011년도부터 정부 및 관계기관의 국가 결핵 조기 퇴치를 위한 강력한 의지 및 실천의 성과로, 관계자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함께 근본적인 결핵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드린다.

우리가 겪은 지난해 몇 달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사회가 집단 공황상태에 빠지고 국가 위상과 국민 자존심이 곤두박질치며, 산출이 불가능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이는 안이한 감염병 관리가 부른 참사이자, 값 비싼 경험이 되었다.

물론 결핵은 만성감염병인 특성상 메르스 사태와 같은 짧은 기간에 급박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높은 국내 결핵감염률, 인구의 고령화, 20대의 높은 환자 발생률, 국내거주 외국인 결핵환자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면 다제내성, 광범위내성 결핵 등 약이 듣지 않는 슈퍼결핵, 학교 등 집단 내 결핵발생, 취약계층 결핵발병 등 메르스 못지않은 사회적인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만성감염병인 만큼 그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후대에까지 빚을 남겨주는 사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결핵은 과거에, 또는 저개발국가, 빈곤층의 문제이지 우리에겐 그저 추억의 질 병쯤으로 방심한다면 또 다른 결핵문제의 시발점이 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도 결핵은 우리 곁에 해마다 230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새로운 환자가 3만4000명 이상 발생하는 중요한 보건문제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제(24일)는 결핵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결핵에 대한 경각심 고취를 위하여 정부가 법률로 지정한 결핵예방의 날이었다. 오랫동안 일선에서 결핵환자를 치료해온 한 의료인의 한마디가 머리를 스친다. “대표적인 사회적 질병인 결핵은 결핵환자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질병”이라며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정책도 포용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따뜻한 사회적 시선과 지원이 요구된다 하였다.

100세 시대의 도래를 다투어 외치는 오늘날! 더욱 건강한 개인과 감염병인 결핵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관계기관의 노력과 시민 여러분의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리면서 기침이 2주 이상 지속하면 결핵을 의심하고 꼭 진찰받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