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중학생 자녀를 둔 주부들이 난리였다고 한다. 알파고가 어디에 있는 고등학교냐고. 이어 골프 명문고인 ‘리디아고’, 가난을 극복하는 ‘생활고’ 등 특수명문고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단다. 멋모르고 꺼냈다가는 주위 반응에 괜히 객쩍어지기 마련인 이른바 아재 개그다.

사실 알파고(AlphaGo)는 최고라는 뜻의 Alpha와 바둑을 뜻하는 Go를 결합한 말이고, Go는 바둑을 뜻하는 기(碁)의 일본식 발음 ご에서 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재 개그는 원래의 의미와는 무관하게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일반적이다. 맥주가 죽을 때 남기는 말은 ‘유언비어’라는 식이다.

동음이의어나 비슷한 소리의 단어를 연결하여 해학적 효과를 얻는 말장난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춘향전’에서 월매는 거지꼴로 등장한 이몽룡을 보며 ‘서방인지 남방인지 걸인 하나 왔다’고, 서방(書房)의 ‘서(書)’를 ‘서(西)’로 돌려 ‘남(南)’에 대응하고 있다. ‘시집살이 노래’에서도 ‘∼집살이’가 같다는 데서 ‘시집살이 개집살이’라고 노래한다.

이런 유형의 개그를 왜 아재 개그라고 할까. 사전에 아재는 ‘아저씨의 낮춤말’이라고 올라 있지만, 집안 어른을 친근하게 부르는 방언으로서 더 익숙한 말이다. 그럼에도 아재 개그라 할 때는 과거 꼰대라 불리던 꽉 막힌 기성세대의 모습이 떠오른다. 급기야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아재가 젊은이의 영혼을 좀먹는 악령으로 등장한다. 지난 일요일에도 아재 악령은 스냅백을 구겨 쓰고, 오버핏 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고 바지를 치켜 올리는 패션으로 퇴마사를 기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아재로 낮추며 던지는 썰렁한 농담에는 어떻게든 좌중을 웃기려고 애쓰는 구닥다리 아저씨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새우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대하드라마라고 말하고 나서, 썰렁한 객석을 향해 “지금은 안 웃기지만 최수종만 보면 빵 터지게 될 거다.”라고 한 마디 더 하는 것처럼.

그런 점에서 아재 개그는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상징이기도 하지만, 과거 산업 사회를 힘들게 거쳐 왔던 기성세대가 촌스럽고 황당한 설정으로나마 젊은이들 가까이 다가가려는 애처로운 자화상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말장난이라며 ‘노잼(재미없음)’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내재한 심리를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 금의환향을 기대했던 사위가 거지꼴로 나타난 데 대한 넋두리를 월매의 말에서 읽고, 여인의 노래에서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해학적으로 극복하려는 몸부림을 찾듯이 말이다.

미생 시절의 어려움을 경험한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미리 만들어 주고 싶다’는 고민이 있게 마련이며, 특목고는 그래서 늘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가 안겨준 풍요 속에서 토익·토플 점수, 자격증, 해외 연수 경험, 인턴 활동 등 화려한 스펙으로도 일자리 찾기 힘든 빈곤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제프 자비스(Jeff Jarvis)는 2009년 ‘구글노믹스’에서 구글이 눈사태라면 이제 산에서 막 내려오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했는데, 2016년 3월에 우리는 인간 지식이 구글의 인공지능에 의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였다. 조만간 정보 처리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투자 업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지식과 연계된 직종은 모두 인공지능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될 것이다.

이제 남과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음이 자명해졌다. 이 상황에서 알파고와 관련한 아재 개그는 기성세대의 고정 관념에 대한 풍자이자 기존 학교 시스템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 썰렁한 개그에 웃을 수 있다면, 눈사태로부터 안전한 계곡에서 밝은 태양을 쬘 기회 획득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이며, 최소한 현재의 교육 상황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에 동조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