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철학자들이 만든 가든스쿨, 가든학파를 아시나요?”

최근 지인으로부터 난데없는 질문을 받았다. 당대의 철학자들이 바라보고 가꿨을 가든행위가 자못 궁금해졌다.

그리스에는 세 개의 유명 사립학교가 있었는데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세움’, 에피쿠로스의 ‘가든스쿨’ 이 그것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리가 흔히 쾌락주의나 향락주의로 이해되는 에피쿠로스가 세운 학교의 이름이 왜 하필이면 가든스쿨이었을까 하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실제로 자신이 세운 이 학교에 채소와 허브를 키울 수 있는 키친가든을 만들어 매일 학생들과 식물을 키우고 흙을 돌보며 철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흙을 돌보는 행위’ 이것이 바로 가장 큰 학습의 장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겼다. 때문에 에피쿠로스학파의 학생들은 그 어떤 과목의 공부보다도 가드닝, 즉 정원일을 중요하게 배웠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정원의 회랑을 따라 걸으면서 사색하고 토론했다고 하니 기실 소요학파의 강의실이 곧 정원이었던 셈이다.

차제에 우리 아이들의 강의실을 정원으로 옮겨 사색과 철학의 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작년에 광산구청에서 선생님과 학생들, 공무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도산초등학교 정원이 산림청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금은 학교숲을 명상숲이라고 부르니 뭔가 더 철학적인 향기가 나는 듯하다. 학생들은 나눔, 감사, 사랑 배려의 정원을 지나 자기나무에게 인사를 한 후 교실로 들어가 수업을 시작한다. 나무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고, 달걀판에 먼나무, 낙상홍, 남천의 빨간 열매로 하나의 멋진 자연 미술작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원의 색채와 질감의 교감을 통해 아이들은 생태감수성을 키워나가고, 그것은 또 아이들 본연의 심성을 키워주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스마트폰과 현란한 미디어가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멀게 하는 세상에서 흙과 생명을 통해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깨달아 갈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정원아카데미’를 정규 과정으로 만들면 어떨까 제언해보고 싶다.

철학자들이 흙을 돌보며 제자들과 삶을 나누었던 가든스쿨! 우리 아이들이 삽으로 흙을 파고 꽃을 심고 정성스레 가꾸는 정원수업을 받으면서 미래의 에피쿠로스가 되고 멋진 정원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원문화는 공간을 넘어 시간과 경험을 통해 나를 다스리고 사회와 융합하는 대중문화이다. 정원사는 이 일을 견인하는 좋은 안내자이다. 광주시가 꽃과 나무에 대한 폭넓은 녹색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빛고을 시민정원사를 양성하는 ‘정원아카데미’를 열었다. 우리시 4년제 관련대학에 위탁 이론·실습과정, 봉사·인턴과정, 두개 과정을 개설하고 식물의 이해, 정원조성, 정원디자인, 계절별 정원조성 관리, 다양한 정원관련 실습을 진행한다. ‘이론실습과정’ 교육인원은 총 50명으로 상하반기 25명으로 나누어지며, ‘봉사인턴과정’은 조경·원예관련 교육프로그램 35시간 이상 수료자를 대상으로 25명을 선발 추진한다. 교육비는 총 65만원으로 광주시가 1인당 4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교육을 수료한 “빛고을 시민정원사”는 공원녹지분야 현장에서 자원봉사활동은 물론 생활권에서 주민과 함께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아무쪼록 정원아카데미를 통해 문화수도를 담는 가든학파가 탄생하면 좋겠다. 다양한 녹색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해 빛고을 광주만의 따뜻한 정원문화를 만들고 공유해 나갔으면 한다. 정원을 정성스레 가꾸어 나가면 동시에 자신의 품성도 가꿔 나갈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다가오는 따뜻한 봄의 계절에 누군가가 멋진 빛고을 정원사로 등장하길 소망한다. 시민들이 함께 가꾸는 정원문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