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머슴의 날’은 조상들이 봄을 맞이하여 한 해 농사를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일꾼들과 서로 함께 배불리 먹고 노는 날이었다. ‘머슴’이라는 단어 때문에 본래의 기능 보다는 다소 좋지 않은 어감을 주지만 이 날은 평소에 잘 대접받지 못했던 머슴이나 농부들이 대접 받음으로서 서로 위로와 용기를 주고 농사일에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을 나누는 날이었다. 고된 농사일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들은 수확의 의지를 다지며 서로 베푸는 마음 따뜻한 날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보다 낮은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려 배려하는 조상들의 지혜, 그 안에서 흥겹게 새 출발을 다짐하는 머슴들. 서로 간의 아름다운 마음이 그려지는 ‘머슴의 날’을 우리 공직자의 생일처럼 여긴다면 칼바람이 서리는 3월, 국민의 머슴인 우리의 마음에 다른 사람들보다 이른 꽃이 만개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매년 한 해가 시작되는 1월1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앞 다투어 해를 보러가는 등 새 출발의 의미를 다진다. 그러나 필자는 항상 1월 보다 3월이 더 새해를 시작하는 느낌을 갖는다. 아직 춥고 어수선한 겨울의 공허함이 느껴지는 1월보다 따뜻한 봄기운과 새학년 새부서 등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설렘을 주는 3월이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더 갖게 한다.

어찌하면 3월을 새로운 시작의 기점으로 느끼는 이유는 나의 생일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는 음력 2월 1일(양력 3월 9일)은 나의 생일이다. 아니 우리 공직자들의 생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일이라는 것을 ‘세상에 태어난 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생일은 조금 특별하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세금에서 주어지는 녹봉을 받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봉사해야 하는 공직자들을 일컫어 흔히들 ‘국민의 머슴’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공직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필자의 생일이, 아니 우리 공직자들의 생일이 음력 2월 1일 ‘머슴의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어려운 취업난으로 인하여 올해 4월에 실시하는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원서접수결과 4120명 채용에 22만 여명이 몰렸다. 그들 중에는 높은 꿈과 포부를 갖고 지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지원자들은 취업의 어두운 그늘 아래, 뚜렷한 포부를 가지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반 타의반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선택한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신의 미래를 선택한 그들은 그들이 선택한 공직의 길 위에서 공직자로서 갖춰야할 책임감이나 자부심 보다는 안정과 안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니라 현실과 타협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안타까운 현실은 자기 분야에 높은 자부심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선배 공직자들에게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가오는 4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들의 시즌이 돌아온다. 일생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에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지원하는 수많은 공시생들에게 공직에 먼저 몸을 담고 있는 선배로서, 머슴이 되고자 하는 당신들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청춘을 투자하여 곧 이뤄낼 성과의 가치와 무게를 ‘머슴의 날’을 맞이하여 조금 더 깊이 있게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를 부탁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필자 본인을 비롯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업무와 씨름하고 있는 공직 동료들에게도 우리의 생일인 ‘머슴의 날’을 맞이하여 주어진 업무 해결에만 급급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은 지금 어떤 공직의 길을 걷고 있는지 혹은 자신이 앞으로 자신의 분야에 가지고 있는 포부나 방향은 무엇인지 등 공직자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를 부탁한다.

머슴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민의 머슴’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가 갖춰나가야 하는 머슴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