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항이 위기라고 한다. 최근 광양항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이 인천항에 추월당해 3위로 밀려났다. 국내 항만뿐 아니라 세계항만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상존하는 위기와 경쟁을 이겨낼 돌파구는 무엇인가? 항만·물류 전문가들은 광양항 경쟁력 강화의 장기적 전략으로, ‘해운·항만·물류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기관 설치’를 꼽는다. 최근 광양시가 전남지역 해양수산 정책수립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센터’ 유치를 적극 검토한 이유다.

1986년 개항 이후 2015년 기준 광양항 전체 물동량은 약 2억7000만t으로 부산에 이어 우리나라 부동의 2위다. 하지만, 전남권 항만·해운·물류분야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광주전남연구원이 있으나 관련 연구부서 및 전문가 부재로 중장기 정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 반면 부산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부산발전연구원에서 항만·해운·물류연구를 위한 조직과 전문가를 갖추고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국제컨퍼런스, 세미나, 박람회를 유치·개최하여 부산항의 위상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남해안권 항만 역할 강화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G2로 부상한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물류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항만·물류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과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는 광양항, 목포항, 군산항 등 호남권 항만의 발전전략 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루 빨리 항만·해운·물류를 통한 동서균형 발전의 교두보 역할과 기업유치를 통한 물동량, 고용,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광양항 활성화가 절실하다. 특히, 한중 FTA 발효에 따라 화학, 철강, 자동차부품, 식료품 등의 산업은 긍정적인 영향으로 평가돼 광양항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수산·해양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소 설립도 빼놓을 수 없다. 전남 해양면적은 2만6450㎢로 육지면적의 2.2배에 달하고,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서남해안 갯벌 중 42%를 점유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수산물 생산량 전국 1위(117만2000t)로, 천해양식 어업도 전국 생산량의 65%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해양수산자원의 보고(寶庫)다. 리아스식 해안 등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역사적 탐방지도 풍부해 해양관광 최적지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남의 수산 관련 행정은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산업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R&D 강화와 투자는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와 해양연구본부를 광양연구센터로 유치해 수산분야 정책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연구소는 해양수산개발원의 전남분소(광양분소) 형태로 설립하는 방안이 있다. 1997년 4월 설립돼 지난해 부산시로 본사를 이전한 해양수산개발원은 국내외 해양수산 및 해운항만 산업 과제 연구와 물류산업 동향분석 등을 수행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직원 수는 약 300여명이다. 장기적으로 광양연구소는 해양수산개발연구원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부설연구소는 정관에 ‘전남지소 설립’ 규정을 신설하기만 하면 설립이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전남 연구센터’ 등 해양수산개발연구원 내 조직 형태로 설립이 가능하다.

해양수산개발원 광양연구센터 유치를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조, 그리고 광양항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 광양시도 관련 기관과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선 지역 내 공감대 형성을 시작으로 토론회 개최, 협력기관 간 업무협약 체결, 대정부 건의 등 후속조치가 따라야 한다.

광양항 활성화는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다. 따라서 해양수산개발원 광양연구센터가 반드시 설치돼 광양만권, 더 넓게는 전남과 대한민국 서남해안권의 해양·물류·수산산업 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도록 15만4000명 광양시민과 190만 전남도민 모두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