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과 3000년 수령의 삼나무로 유명한 다케오(武雄)시는 인구 5만의 작은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이 지역 시립 도서관은 연간 이용자가 100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40만명은 다른 지역에서 온다.

현 거주지에도 많은 도서관이 있으나 타지역에서까지 찾게 되는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차별화였다. 시에서 운영해왔던 도서관은 2013년 일본 최대 DVD 렌탈업체인 쓰타야가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면서 ‘한번 가봐야 할 도서관’으로 입소문이 났다.

과거에는 6시면 문을 닫고, 연간 70일에 달했던 휴관일도 9시까지 운영·연중무휴로 운영방식을 바꿨다. 다른 도서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책도 빌릴 수 있고 구매할 수도 있으며, 한켠에 스타벅스가 있어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대화도 나눌 수 있다.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아늑한 환경과 고급스런 인테리어에 반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의 인기는 숙박과 식당의 호황, 그리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이는 대형마트의 시장진출 확대와 매출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전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전통시장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2006년 25조이던 것이 2013년에는 19.9조에 그쳤다. 주차장 및 아케이드 설치 등의 정부 지원에 힘입어 지난 2014년에는 매출이 소폭 증가하였지만, 내수경기 회복지연 등으로 지속적 매출성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접근성이나 편의성, 그리고 대량공급에 따른 가격경쟁력 등 대형마트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전통시장은 먹거리 차별화 전략을 통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 2005년 시작한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은 한우, 키조개, 표고버섯 등 삼합을 앞세워 연매출 1천억원을 달성하고 있고, 오메기떡을 대표 특화상품으로 발굴한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이나 닭강정으로 유명한 ‘속초관광수산시장’, 삼겹살을 대표주자로 내세운 ‘청주 서문시장’ 등도 이러한 전략으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은 상인 고령화에 따른 혁신추진 동력 감소와 차별화된 먹거리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성공사례 추가발굴을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기업청은 남도 특유의 풍부한 맛과 다양한 음식을 활용해 전통시장 대표먹거리를 발굴하여 지역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 지원책을 수립하고 있다. 전통시장을 고객이 즐겨찾는 매력적인 곳으로 탈바꿈하고자 지자체, 시장상인, 청년창업가와 머리를 맞대고 있기도 하다.

시장 상인들의 의식전환을 위해 ‘상인대학’의 커리큘럼을 활용하여 시장 차별화 전략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지자체 및 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통해 성공요인 전파와 대표 먹거리 발굴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문화관광형시장 등 특성화 지원사업에 ‘먹거리 특화’ 요소를 포함시켜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먹을거리 관련 소상공인의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역량있는 예비 협동조합을 적극 발굴하고 기존 상인의 레시피 개발을 위한 비법전수 컨설팅 등도 시행할 예정이다.

남도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 전통시장 육성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오랜 세월 지역민의 삶과 함께해 온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어우러져 전통시장이 들려주는 맛있는 이야기가 지역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