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고 평화롭게 노년을 보내고 있는 89세 소녀감성 할머니와 98세 로맨티스트 할아버지, 이들은 어딜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은 채 걷는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친다. 가을엔 낙엽으로 장난치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한다. 76년째 신혼이다.

평범한 노부부의 삶과 사랑을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누적관객이 480만명을 넘기며 우리에게 감동을 줬다. 그러나 자동차 2100만대가 넘어선 현대를 사는 상당수 노년은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의학의 발달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15’ 자료에 따르면 65세 고령인구는 2001년에 비해 2014년 2.1배 증가했다. 고령운전자도 이 기간 36만2156명에서 207만8855명으로 5.7배 늘었다.

문제는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와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2001년 3759건에서 2014년 2만275건으로 5.4배 급증했다. 동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26만579건에서 22만3522건으로 14%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운전자에 의한 사망비율도 2.9%에서 16%로 13년간 5.5배 증가했다.

고령화 시대, 고령운전자 증가는 고령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져 평화로워야 할 노년의 삶이 영화와 달리 산산조각 나고 있다. 늙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마음 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는 고령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화에 따라 자연히 인지·지각능력이 퇴보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정지시력은 30대의 80%, 원근조절능력은 청소년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또 75세 운전자가 야간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25세 운전자보다 32배 더 많은 빛을 필요로 하고, 밝은 빛으로부터 시력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 9.5배 길어진다.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우선 고령운전자를 배려하는 교통문화 확산과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차량 부착용 실버마크 보급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