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5일 타개한 신영복 교수는 ‘행간과 여백’ 강의에서 개념의 틀에 갇히면 사고의 깊이와 창의성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동양고전읽기 ‘강의’라는 책에서는 반성하지 않는 문화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일상에서 좋은 일과 착함에 갇혀 옳은 일과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큰 깨우침이었다.

사회복지사를 바라보는 사회 일각의 시선에는 제도나 법규 준수범주를 넘어서 매우 높은 도덕적 기대치가 설정되어 있다. 좋은 일, 대단한 일, 착한 일, 그 깊이나 정도를 표현하자면 결박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의 고착화는 위·수탁 절차와 보조금이라는 복지기관운영의 구조적 한계에부터 기인된 것이기도 하지만 복지계의 무관심과 무책임에서 비롯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전남지역 복지계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전남사회복지사협회장 선거에서도 이러한 갇힘과 닫힘 현상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사회복지사협회장은 4만9000여명에 이르는 전남지역 사회복지사들의 복리후생과 인권옹호, 그리고 회원의 조직력과 응집력 강화를 통한 세력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그러기에 복지사협회 회장은 틀에 갇히거나 마음 또한 닫혀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도 당당해야 하며, 막연하게 좋은 일보다는 모두가 좋아하는 일, 자기중심적 판단에 따른 옳은 일보다는 회원 모두, 아니 공익이 우선된 옳을 일을 선도해야 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들려오는 애기들은 갇힘과 닫힘으로 집약되니 씁쓸하기만 하다. 책무보다는 명예, 지역분리, 중립성 훼손, 리더십 부재 등이 혼합되어 있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일상의 갇힘을 넘어 욕심이라는 틀에 묶여가고 있음이 확연해지니 말이다.

민주주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하지만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싸우는 방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작금의 복지가 주민을 조직화하고, 지역문제를 공론화하고, 자원을 연계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일련의 운동으로 지향해 나가고자 한다면 더더욱 민주적이어야 한다.

이번 협회장 선거과정의 한 중심에는 위탁으로 치러지는 모바일 투표가 있다. 비용절약과 무효표 방지, 참여의 확대, 진행의 효율성, 편리성 등을 들어 긍정적이지만 기술상의 문제, 운영상의 문제 등 현실적용에 있어서 보완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고 학계에서 지적되어 왔다. 특히 본인 확인 절차에 있어서 비밀투표의 보장문제가 제기되고, 역으로 절차 미흡으로 인해 신원 도용이나 표 매수 등을 통한 대리투표가 횡행해 직접선거, 비밀선거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편리를 위해 도입한 모바일 투표가 자율권을 침해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복지사의 기본권을 유린하고도 죄의식 없는 책임자들이나 기본권을 시설장에게 맡기는 복지사 역시 자존감을 버리는 위험한 일이다. 아울러 복지사 스스로에게 주어진 기본권을 집단으로 결집해 협회장 선거를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 역시 철저히 경계되어야 한다.

정치 흉내 내는 복지인과 복지로 위장하려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는 분명 몰이배나 다름 아닐 것이다. 이제 가식적 복지는 현장에서 없어져야 하고 통용되지 못하도록 복지사 스스로가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시대는 좋은 일 하는 닫혀있는 복지사 보다 모두에게 좋은 일, 옳은 일을 하는 동량을 필요로 하고 있다.

도 단위 사회복지단체의 중간 책임자들의 선거운동에 대한 편파적 행동도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재점검되어야 한다.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들의 역할과 위치, 업무영역과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지극히 중립적 위치에서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솔선하는 것이 더 아름답다.

그럼에도 그럴싸한 명분으로 특정후보와 행보를 같이 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갇히게 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짜여진 판, 그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이기심의 바다에 함몰될 것임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