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남구 월산동 우리 동네 세탁소 주인장 70대 부부는 항상 밝고 친절해서 누구나 호감을 갖는 따뜻하고 좋으신 분들이다. 손수 농사를 지어 수확한 야채와 과일, 간식 등을 언제나 골고루 나눠 주시는 넉넉하고 인정미가 넘치는 분들이다. 세탁소에 가면 동네 사랑방처럼 사람들이 북적인다. 즐겁고 편하기 때문에 늘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닐까? 여기서 세탁소 주인 부부의 사람 됨됨이가 엿보인다.

이 부부는 90세를 넘긴 노부모를 평생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는 효자, 효부로 소문이 자자하다. 주변 이웃 주민들에게도 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리고 존경하는 인물의 대상이기 되기도 한다.

오래전 세탁소 부부의 노부모 모두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 몸이 불편하신 두 부모를 불철주야 매달려 밥도 떠먹여 드리고, 목욕, 청소, 빨래, 대소변 수발 등 꼼꼼히 살피는 그 정성이 갸륵할 정도다. 그래서 며느리는 효부상까지 받았다. 심지어 변비가 심해 화장실 변기가 자주 막혀버리는데, 손을 집어넣어 변기를 뚫는 등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넓은 착한 아들이기도 하다.

그러다 2년 전 부친이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홀로 남은 시어머니를 챙기는 며느리가 인상깊다. 그녀는 이웃들이 색다른 음식만 가져와도 ‘어머님께 드린다’며 따로 거처하는 시댁으로 곧장 달려가는 착한 며느리다.

하지만, 지난달 전기장판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이들 부부의 노모가 참변을 당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그날따라 갑자기 몰아 닥친 한파로 방을 따뜻하게 하려고 말아두었던 장판을 꺼내 전기장판 온도를 높인 게 화근이 된 것이다.

겨울에 사용했던 전기장판을 보관할 때는 말아두어 보관하지 말아야겠다. 또 오래된 정기장판은 버리는 게 좋겠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이 효자효부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고라니 얼마나 통탄하고 가슴 칠 일인가? 하늘도 무심하시다. 화재가 난 집에 가봤더니 그날의 긴박했던 순간이 그려져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검게 그을린 건물 상당 부분이 소실된 걸 보니 자식의 마음은 숯 검댕이 보다 더 새까맣게 타들어 갔으리라. 두 부부가 어머님을 구해 보겠다고 창문을 깨고 불 속에 뛰어 들면서 큰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렸다.

어머니를 위해 기와를 새로 얹는 등 집을 새롭게 꾸민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평생을 지극정성으로 노모를 모신 자식들에게 이런 무거운 형벌을 내리다니!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뜨거웠을까?”

“난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그날, 한 맺힌 절규로 울부짖던 며느리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고 아파왔다.

자식들은 젊지 않은 부모님이 힘드시니까 할머님을 요양원에 모시자고 자주 권유해도 한사코 고난의 십자가를 지신 부모님을 누가 말리리요! 이렇듯 효행의 길은 외롭고 고달픈 길이라서 결코 아무나 갈 수 없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아닐까?

부부는 퇴원을 했지만 여전히 세탁소 문은 닫혀있다. 요즘 실의에 빠져 피눈물을 쏟으며 가슴앓이 하는 두 부부가 하루라도 빨리 악몽에서 벗어나 힘과 용기를 되찾고 일상에 복귀하길 기원해 본다. 안주인의 해처럼 밝고 온화하고 포근한 미소가 그립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