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세계로 나아가는 문화의 창이다. 아시아 최대규모의 시설인 문화전당은 문화국가로 전진하는 미래 한국의 비전이 담긴 상징적 가치의 산물이다. 전세계가 문화국가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세계적 조류에 맞설 문화한국의 꿈이 이곳 광주의 한복판에 자리하게 된 것은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출범 원년을 경과한 지금 문화도시 광주의 시민들은 문화전당에 대해 체감할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고 언론보도를 통해 가끔 전해지는 몇몇 불협화음만 접할 따름이다. 문화전당과 광주 문화예술과의 괴리 문제는 시민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그리 어려운 숙제도 아니다. 거창한 수사, 창대한 미래비전의 도그마에 안주하지 않고 시민의 사랑과 관심을 구하면, 그 길이 미래로, 세계로 나아가는 진정한 창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화전당은 아시아적 가치와 정신을 문화예술로 표현하는 문화발전소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근현대를 지나면서 열강의 식민지수탈을 기억하는 아시아 각 민족과 그 구성원에 의해 생성된 아시아문화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질곡의 역사에서 억눌린 아시아인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와 그를 극복하면서 형성된 연대ㆍ배려의 공동체적 가치와 정신을 문화로 표현하는 문화전당이라면 광주의 빛깔과 잘 어울린다. 따라서 문화전당의 발전 방향과 사업계획 수립에 있어서 광주시민의 공감을 비중 있게 반영해야 할 것이다.

관광객으로, 또는 유학생으로 광주에 첫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문화전당의 위치와 형상, 콘텐츠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취향과 본업에 따라 전당시설 어느 곳이든 집중적으로 이용하게 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까지 활발한 아시아문화전당으로 자리 잡으려면, 우선 가장 가까이에 있는 광주시민의 사랑을 받아야 가능할 일이다.

문화전당 개관일을 알리는 홍보물이 광주 시가의 가로등에 물결쳤었다. 안타깝게도 해넘이를 한 후에도 여전히 걸려있는 홍보물을 보고 문화전당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시들어 간다. 철지나 빛 바랜 홍보물과 같은 이미지를 시민에게 선사하는 전당이라면 시민의 애정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은 문화적 권리를 가진 문화주권자로서 문화예술에 있어서는 창작-유통-향유라는 생태환경에서 가장 정점에 있다. 최근 회자되는 ‘문화로 먹고사는 시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일상적 생활 속에서 왕성하게 문화예술을 소비할 수 있을 때 공급자인 예술가들의 창작활동과 다각적인 유통활동이 촉진된다. 광주공동체가 하나의 방향, 즉 문화도시 만들기에 나서는 가운데 문화예술, 문화산업, 관광산업 등의 각 영역으로 인한 문화 먹을거리가 자리잡을 토양이 갖추어질 것이다.

시민이 문화예술의 현장에 나가 주말을 즐기면 문화예술의 유통이 촉진된다. 광주시민에게는 예향의 전통으로 인하여 문화예술 향유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자신만의 감성으로 박수치고, 예술을 체험해보고, 느낌대로 창작하는 예술가들에게 소통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관객의 갈채를 창작의 동기로 삼고 살아가는 예술가에게 이러한 시민의 주체적 활동은 몇 배 큰 에너지원이 된다. 공공기관이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복지 실현의 관점에서 마중물 정책을 펼칠 때, 그 향유 주체인 시민 역시 문화예술에 관한 자신의 끼를 끌어올리기 위해 현장에 나가야 한다.

전통시대에 광주예술의 발전 역시 의로운 호남의 정신에 기초한 예술혼의 발현으로 빚어낸 산물이었다. 호남의 중심도시로서 광주에 예술가들이 모이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전개했던 것도 동시대를 사는 시민의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 시민들도 예술은 예술가만 하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관객으로 감상을 즐기고, 축제를 만드는 참여주체로 함께하는 능동적 향유자가 되는 것이 ‘문화도시 시민정신’이 될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금남로, 충장로, 예술의 거리, 대인예술시장, 양림동, 문화전당 등 전시, 공연과 축제 등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현장으로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서, 신명나게 즐기고 감상을 나누는 대화로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보자. 예향의 시민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