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60년 호남예술제
2015년 12월 30일(수) 00:00 가가
1956년 6월 옛 전남일보(現 광주일보)
아동극·글짓기 등 어린이부 첫 행사
1970년 개막식에 10만 인파 몰려
50회부터 실용음악·논술 등 신설
지금까지 55만명 참가 … 각계 활약
아동극·글짓기 등 어린이부 첫 행사
1970년 개막식에 10만 인파 몰려
50회부터 실용음악·논술 등 신설
지금까지 55만명 참가 … 각계 활약
광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15회(1970년) 개막식에서 공수부대가 낙하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광산 고싸움, 가장 행렬, 교련 시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 호남예술제 개막식은 10만 인파가 몰리는 등 시민축제였다.
국민학교 시절,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중 하나가 호남예술제 참가다. 기악·무용 부문 등은 특출한 재주가 있어야 했지만, 작문과 미술 분야는 친구들과 마치 소풍가는 기분으로 참여해 즐거운 추억을 만들곤 했다. 대부분 마감 시간에 맞춰 후다닥 작품을 제출하고는 했지만 가끔은 운이 좋아 상을 받기도 했다.
기자 뿐만이 아닐 터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닌 이들에게 호남예술제 참가는 연례행사였다. 문화 관련 취재를 하면서 만난 이들 중 많은 이들 역시 호남예술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올해로 60년을 맞은 호남예술제에 참가한 인원은 무려 55만명에 달한다.
‘어린이날의 의의를 더욱 깊게 하고 장차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들의 지적 교양을 높임으로써 문화백년대계에 기여하고자 신생보육학교의 협찬과 문교부, 전남도 및 전북도, 충북도의 후원을 얻어 ‘호남예술제 어린이부’를 먼저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예술인들의 많은 참가 있기를 바라며 학교 당국과 강호 제언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라는 바입니다.’
1956년 4월 8일 전남일보 1면에 호남예술제 개최를 알리는 사고(社告)가 실렸다. 1952년 창간한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는 지역 예술 꿈나무 발굴과 육성을 위해 행사를 시작했다. 그해 6월 13일 동방극장(옛 무등시네마) 등에서 첫 행사를 치른 ‘호남예술제’는 이후 60년 동안 ‘예술 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그 명성을 이어왔다.
호남예술제는 호남 지역 문화예술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또 많은 예술인들을 키워낸 텃밭이었다. 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이들이 꿈의 씨앗을 뿌렸고, 그 꿈에 물과 거름을 주고 키워낸 게 호남예술제다.
첫회 행사에는 호남 지역 국민학교 아동과 유치원 원아 1000여명이 참여했다. 경연종목은 아동극, 글짓기, 사생대회, 무용, 음악 등 5개 부문이었으며 허백련, 오지호, 김현승, 옥파일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심사를 맡았다.
무엇보다 호남예술제는 단순한 경연대회라기보다는 도민들이 참여하는 예술축제로서 많은 갈채를 받았다. 특히 결선이 열리던 날 광주동방극장에는 극장밖까지 관중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또 호남예술제는 특별한 문화 행사가 적었던 1970년대까지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문화 축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광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15회(1970년) 호남예술제 개막식에는 무려 10만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금남로에서부터 공설운동장까지 진행된 시가 행진에는 농악대와 국민학교 밴드부 등이 참여, 시민들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매회 진행된 시가 행진과 가장 행렬 경연, 수상자 발표회 등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
50회를 넘기면서 부터는 청소년들의 관심사와 학교 교육 과정 등을 반영해 다양한 경연 종목을 마련했다. 초중고생들의 끼를 뽐내는 청소년그룹사운드 페스티벌을 신설했고, 교과 과정에서 관심이 높았던 논술 부문도 새롭게 마련해 경연을 치렀다. 또 실용음악, 만화, 일러스트 분야를 신설했으며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새싹 그리기 축제’에는 매년 10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고 있다.
호남예술제를 거쳐간 예술인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한국 바이올린계의 대모’로 불리는 김남윤씨를 비롯해, 국내 고음악의 선구자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진, 한국인 최초로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씨 등이 호남예술제 출신이다.
또 지역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는 강숙자·정애련(전남대), 서영화·김혜경·박계(조선대), 길애령·박행숙(목포대)씨 등도 호남예술제를 통해 꿈을 키웠다.
무용 분야에서는 한국 발레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희 교수와 뉴욕에서 ‘WHITE WAVE 김영순 댄스 컴퍼니’를 창단하고 현대무용축제 덤보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김영순씨가 눈에 띈다.
또 이영애, 김유미, 박경숙, 신순주씨 등 전현직 광주시립무용단장들과 김미숙·임지형·박준희 조선대 교수, 국립무용단 초대 이사장 등을 맡고 있는 김화숙 전 원광대 교수, 김화례 경희대 교수 등이 모두 호남예술제 출신이다.
미술 부문에서는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 강연균 전 광주시립미술관장, 최영훈 전 조선대 교수, 배동환, 최쌍중 작가도 호남예술제를 거쳐갔다.
지난 5월 열린 60회 호남예술제에 참가한 ‘꼬마 예술가’들의 꿈은 무엇일까. 호남예술제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그들의 미래를 함께 응원한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기자 뿐만이 아닐 터다. 광주에서 학교를 다닌 이들에게 호남예술제 참가는 연례행사였다. 문화 관련 취재를 하면서 만난 이들 중 많은 이들 역시 호남예술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올해로 60년을 맞은 호남예술제에 참가한 인원은 무려 55만명에 달한다.
1956년 4월 8일 전남일보 1면에 호남예술제 개최를 알리는 사고(社告)가 실렸다. 1952년 창간한 전남일보(광주일보 전신)는 지역 예술 꿈나무 발굴과 육성을 위해 행사를 시작했다. 그해 6월 13일 동방극장(옛 무등시네마) 등에서 첫 행사를 치른 ‘호남예술제’는 이후 60년 동안 ‘예술 꿈나무들의 등용문’으로 그 명성을 이어왔다.
무엇보다 호남예술제는 단순한 경연대회라기보다는 도민들이 참여하는 예술축제로서 많은 갈채를 받았다. 특히 결선이 열리던 날 광주동방극장에는 극장밖까지 관중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또 호남예술제는 특별한 문화 행사가 적었던 1970년대까지 지역민들이 함께하는 문화 축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광주공설운동장에서 열린 15회(1970년) 호남예술제 개막식에는 무려 10만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금남로에서부터 공설운동장까지 진행된 시가 행진에는 농악대와 국민학교 밴드부 등이 참여, 시민들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매회 진행된 시가 행진과 가장 행렬 경연, 수상자 발표회 등은 특히 인기가 높았다.
50회를 넘기면서 부터는 청소년들의 관심사와 학교 교육 과정 등을 반영해 다양한 경연 종목을 마련했다. 초중고생들의 끼를 뽐내는 청소년그룹사운드 페스티벌을 신설했고, 교과 과정에서 관심이 높았던 논술 부문도 새롭게 마련해 경연을 치렀다. 또 실용음악, 만화, 일러스트 분야를 신설했으며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새싹 그리기 축제’에는 매년 10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 미래의 예술가를 꿈꾸고 있다.
호남예술제를 거쳐간 예술인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한국 바이올린계의 대모’로 불리는 김남윤씨를 비롯해, 국내 고음악의 선구자로 꼽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진, 한국인 최초로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 파가니니·시벨리우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씨 등이 호남예술제 출신이다.
또 지역 대학에서 후학들을 양성하고 있는 강숙자·정애련(전남대), 서영화·김혜경·박계(조선대), 길애령·박행숙(목포대)씨 등도 호남예술제를 통해 꿈을 키웠다.
무용 분야에서는 한국 발레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희 교수와 뉴욕에서 ‘WHITE WAVE 김영순 댄스 컴퍼니’를 창단하고 현대무용축제 덤보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3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김영순씨가 눈에 띈다.
또 이영애, 김유미, 박경숙, 신순주씨 등 전현직 광주시립무용단장들과 김미숙·임지형·박준희 조선대 교수, 국립무용단 초대 이사장 등을 맡고 있는 김화숙 전 원광대 교수, 김화례 경희대 교수 등이 모두 호남예술제 출신이다.
미술 부문에서는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사진작가 배병우, 강연균 전 광주시립미술관장, 최영훈 전 조선대 교수, 배동환, 최쌍중 작가도 호남예술제를 거쳐갔다.
지난 5월 열린 60회 호남예술제에 참가한 ‘꼬마 예술가’들의 꿈은 무엇일까. 호남예술제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그들의 미래를 함께 응원한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