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군이 드라마 ‘해신’(海神) 세트장 일부분을 9월말께 완전 철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예산 낭비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하지 못해 조성 10년 만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이 세트장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명량’의 촬영 세트장은 아니다.

18일 완도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1월 군외면 불목리와 완도읍 대신리 청해포구 등 2곳에 총공사비 190억원을 투자해 드라마 ‘해신’의 세트장을 조성했다. 이 중 KBS에서 100억원, 민자 40억원, 군비 25억원, 도비 25억원이 투입됐다.

오는 9월 문을 닫는 곳은 불목리의 신라방 세트장이다. 이곳은 3만3085㎡에 신라시대 건물을 재현한 건물 42동을 건축한 후 관광과 드라마 촬영장으로 사용해 왔다.

이곳 신라방 세트장은 도비 25억원, 군비 25억원 등 총 50억원을 투자, 신라시대 건물을 재현했다. 그동안 유료입장 관리로 관광소득사업에 한 몫을 해왔다.

지난 2004년 KBS 특별드라마 해신의 촬영장소로 당나라와 통일신라시대 옛모습을 재현해 연중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완도군 관광명소로 크게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불목리 신라방 세트장은 관광객 감소와 인건비·운영비 부담이 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인건비만 연간 9200만원에 달했지만 수입은 지난해 한 해 2200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태풍 등에 건물이 파손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목조·기와건물이 낡아 태풍이나 비바람에 기와가 깨지고 지붕이 내려앉는 등 흉물로 둔갑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해마다 운영비 부담이 커 8억원을 들여 신라방 세트장을 아예 철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체계적인 수요예측 없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무리하게 세트장을 건립했다는 점이다.

한 주민은 “관광발전을 위해서는 이 같은 명소가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신라방 건축 자재로 중국산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저가 자재를 써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도=정은조기자·서부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