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세월호’ 참사 초기 미숙한 대응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경의 역할을 연안경비와 해난 구조 등에만 전념하도록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 도내 연안 지자체들은 해경이 해양·수산 업무에 대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수사권을 남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경은 당초 연안 경비와 연안에서 발생하는 선박사고시 구난구조를 전담하기 위한 ‘코스트 가드’(Coast Guard)로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기구개편으로 기획수사·정보 분야 조직과 인력이 대폭 늘면서 본연의 임무(연안경비, 해난구조, 해상 안전사고 예방)는 뒷전에 밀려나 있는 상태이고, 대신 도내 17개 연안 시·군 해양·수산분야 수사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는 게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장흥군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서해 지방 해양경찰청과 완도 해양경찰서에서 ‘수사의뢰 협조요청’이라는 공문을 군에 보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가공, 유통, 양식 기자재, 연안개발 기반 조성사업 등 보조금과 관련된 장흥지역 모든 해양·수산 관련 사업에 대한 내사 또는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어촌계와 관련된 ‘민간에 대한 자본적 보조사업’(자율관리사업) 분야는 아무런 혐의도 없는 상황임에도 영장 없이 수개월째 관련 서류 전체를 압류하는 등 ‘마구잡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해경이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 단속과 해난구조에 대처하기 위한 근본적인 설립 취지를 벗어나 일선 지자체 해양·수산업무 비리 척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해경의 수사권 남용으로 인해 도내 해양·수산 관련 일선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위축돼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해경은 공공기관에 대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관할 검찰 지휘하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통상적 절차도 무시하는 등 ‘해상 수사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경이 장흥지역에서 벌인 많은 수사 사건 가운데 지난 2011년 민원제기로 수사가 이뤄진 장흥 무산김(주) 업무상 관련 횡령사건과 노력항 개발 관련 사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건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연안 지자체 관계공무원들은 “해양경찰은 연안경비, 해난구조 등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일선 지자체 해양·수산 업무에 대한 수사권은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흥=김용기기자·중부취재본부장 k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