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바람이 바닷물을 익혀주기 기다리면 시간의 레일을 타고 마침내 눈부시고 가뿐한 결정체로 찾아와 주는 귀빈.”(소설가 박범신)

김종서 성균관대 교수는 최근 한국 18세기학회(회장 안대회) 주관으로 ‘18세기의 맛’을 주제로 열린 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소금의 인문학’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인간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무기물이자 조미료’인 소금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고찰, 눈길을 끌었다.

◇햇빛과 바람의 결정체=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소금은 서해안 등 대부분 해안지방에서 만들어졌다. 현재와 같이 햇볕에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갯펄에 바닷물을 가두고 거르고 다시 바닷물을 끓이는 과정을 거쳐 ‘자염’(煮鹽)을 만들었다.

상업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조선후기에는 서해안 소금이 다량 공급됐다.

소금을 거래해 이윤을 취하는 소금장수들을 통해 해안에서 내륙지방으로 운반되며 ‘소금길’이 만들어졌다.

소금의 유통은 젓갈·장아찌·된장·간장 등 염장식품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선박에서 수산물 부패를 막는 방법은 젓갈로 담그거나 생선을 소금에 절이는 염간(鹽乾)이 최선책이었다. 지방마다 김치 맛이 다른 것은 기후와 젓갈과 양념 넣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김치와 젓갈 등은 모두다 소금이 탄생시킨 우리의 음식이다. 시고, 짜고, 달고, 맵고, 짠맛, 단맛 등은 다른 언어로 번역할 수 있어도 젓갈의 콤콤한 맛, 장아찌의 짭짜름한 맛은 표현할 길이 없다. 문화가 담긴 말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소금, 염장식품 발달 영향=‘소금을 팔러 나섰더니 비가 온다’ 등 소금, 젓갈에 관련된 속담도 생활 속에 살아 있다. ‘오사리 잡놈’이라는 욕설은 유월 사리 때 잡히는 최상급의 ‘육젓’보다 못한 오월 사리 때 잡히는 새우에 빗대 ‘못할 짓 없이 지저분하게 구는 사람’을 의미한다. 소금을 생산하는 염부들은 소금을 인격을 갖춘 손님으로 여겨 ‘소금이 온다’고 표현한다.

김 교수는 “신안 천일염은 생태와 환경적 가치를 가진 우수한 소금으로 발전했다”며 “천일염은 태양과 바람, 바닷물이 만나서 느리게 익어가는 착한 소금”이라고 밝혔다.



/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신안=이상선기자 ss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