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 빠진 차량 있는 곳 어디든 달려갑니다”
2025년 02월 11일(화) 21:10
광주·전남 지프차 동호회 ‘레코알오프로드’팀
커뮤니티에 도움 요청 글 올라오면 회원들 자발적 출동
최근 무등산 정상서 구조활동…평소엔 임업·섬도로 주행

광주·전남 지프차 동호회 ‘레코알오프로드’팀. <레코알오프로드 제공>

폭설이 내렸던 지난 9일 광주 무등산 정상 부근의 고랑에 차량 한대가 빠졌다. 눈이 많이 쌓인 탓에 119, 군부대, 무등산관리공단도 차량 진입이 어려워 구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무도 손을 쓸 수 없던 이때 지프차 3대가 출동, 견인 장치를 이용해 차량을 끌어올렸다. 광주·전남 지프차 동호회 ‘레코알오프로드’팀 회장 김기모(42)씨, 박정호(48)씨, 양기홍(63)·박민경(56)씨 부부였다. 이들은 지프 랭글러 커뮤니티인 네이버카페 ‘랭글러매니아’에서 구조 요청 글을 보고 자진 구조에 나섰다.

“KBS 통신탑 관리 직원의 차가 전날 밤에 빠졌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다음날 차주분을 만나고 진입했어요. 교대근무하는 직원들이 식료품을 옮기기 힘들고, 40분 이상 걸어가야하는 상황이었더라고요. 여러 곳에 요청했지만, 눈이 녹을 때까지 불가능하다고 해 밤중에 걸어내려오셨다고 해요. 저희가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광주 북구에서 튜닝업체를 운영하는 김 회장은 2015년부터 팀을 꾸려 활동중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남녀 불문 다양한 연령층과 직업군의 회원들은 평소 임업도로, 섬 지역의 오프로드를 다니며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들이 운전하는 ‘지프 랭글러’ 차량은 미국에서 2차 대전 당시 군용차로 개발한 오프로드 차로 새 차 기준 가격은 8000만원대다.

고랑에 빠진 차량을 구조하고 있는 지프 랭글러.
레코알오프로드 팀은 겨울철 폭설 시기 아무 대가 없이 고랑에 빠진 차량 구조에 나서는 ‘자원봉사 구조대’로 활약한다.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면 주변에 있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출동한다.

이번 구조 당시 눈 때문에 썰매장처럼 얼어버린 길은 이들에게도 미끄럽고 위험한 상황이었다. 무등산 관리공단 직원의 에스코트와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차량을 구조하고 내려오기까지 3시간 가량이 걸렸다.

“사고가 나거나 차가 파손되면 모두 저희 책임입니다. 이날 눈을 보러 온 등산객들도 많아 자칫 지프차가 미끄러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시민들도 다칠 수 있는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저희가 차로 올라가는 이유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어요. 길을 비켜주면 올라가고, 중간중간 멈췄다가 오가느라 진땀을 뺐지요.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 사고차 운전자를 떠올리고, 문제가 된 차를 빼야 다른 차도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오직 구조만을 생각했습니다.”

김 회장은 폭설 속 위험한 상황이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희 회원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겁니다. 지프차는 일반 차가 쉽게 갈 수 없는 곳에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차량이고, 평소 오프로드 주행 경험도 많아 구조해 드리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차량 구조를 신청할 때 주의할 점을 당부했다.

“견인으로 가능한 곳은 견인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날씨 때문에 가지 말라고 주의보가 내려진 곳으로는 위험하니 절대 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위급한 상황에 빠진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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