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폭탄…엎친데 덮친 광주·전남 철강업계
2025년 02월 11일(화) 20:10
수출 단가 하락·글로벌 가격 경쟁 부진의 늪서 25% 관세 직격탄
전남 3대 주력산업 대미 수출 하락 심화…자동차·가전제품도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하는 철강과 알류미늄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전남 지역 주력 산업인 철강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양 구봉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광양제철소 전경. <광양시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철강과 알류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세 폭탄’이 현실화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광양으로 대표되는 전남지역 철강산업의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직격탄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전남 철강산업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출 단가 하락과 글로벌 가격 경쟁 심화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었는데 미국의 관세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시련이 예상된다.

또 국산 철강판을 수입해 미국과 멕시코 등에서 제품을 생산 중인 대기업은 물론 부품업체들의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로 당분간 미국발 관세 폭탄에서는 빗겨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 부과 정책을 펴면서 추후 관세 폭탄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 지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당시, 미국과 별도의 합의를 거쳐 대미 수출량 263만t에 대해서는 무(無)관세 적용을 받았던 쿼터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번 조치로 전남 철강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석유화학에 이어 전남 산업 중 두번째로 큰 규모의 철강산업은 종사자만 2만명에 달하는 주력 산업이다.

11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의 3대 주력산업 중 하나인 철강산업의 수출액은 지난 2022년 기준 97억불(14조853억원)을 기록했다. 전남 대표 산업인 석유화학(136억불)의 71% 수준으로 기업수만 331개, 종업원만 1만9479명에 달한다. 생산액은 23조원이었다.

전남 철강산업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과 글로벌 가격경쟁 심화가 철강판 수출 감소로 이어지면서 하락세를 걷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전남지역 수출 품목 가운데 철판은 석유제품에 이은 2위로, 주요 수출품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철판 수출액은 81억6000만달러로 2023년(85억6000만달러)보다 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8.6%에서 2024년 17.9%로 줄었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철강 산업의 하락세는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국회철강포럼 주최로 열린 ‘철강산업 통상환경 변화 및 대응 방안’ 정책세미나에서는 미국이 수입상대국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14%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성장률도 0.2%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동차와 가전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산에서 생산한 강판을 미국으로 수입해 완성차를 만들고 있다. 한국산 철강에 관세가 붙으면 완성차의 판매가도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수출물량은 약 97만대(현대차 61만대·기아 35만7천대) 가량으로, 지난해 현지 판매량의 57% 정도에 해당한다. 한국GM의 수출물량도 반조립제품(CKD)을 포함해 40만대에 달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철강판이 빠지지 않는 가전업계의 고민도 비슷하다.

통상환경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다 미국의 관세부과로 철강시장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면서 산업부와 전남도도 철강산업 관련 위기대응에 나선 상태다.

산업부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하 뿌리기술 지원에 나서기로 했고 전남도는 친환경·고부가 금속 산업 육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소재 다각화로 고부가가치 금속가공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고 뿌리·소재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해 글로벌 위기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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