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오리무중’… 새판짜기 들어가나
2025년 02월 11일(화) 20:10
범정부 협의체 개최 앞두고 계엄·제주항공 참사…논의 무기 연기
관광업계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요구…강 시장 “창의적 고민 필요”

민선 8기 해결을 기대한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논의가 계엄,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광주시가 ‘새판짜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공군이 11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광주공항 활주로에서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민선 8기 해결을 기대했던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논의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광주시가 ‘새판짜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범정부 협의체 개최를 앞두고 예상치 못한 12·3 비상계엄 사태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무안공항 이전을 전제로 2년간 협상을 이어왔던 김영록 전남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등이 겹치면서 민간·군 공항 무안 이전에 대한 논의 자체가 무기한 중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도산 위기에 처한 광주 관광업계 등을 중심으로 광주공항 국제선 개항 요구까지 거세지면서, 광주시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난해 연말을 마지노선으로 전남도와 무안군에 ‘의미 있는 군 공항 이전 해결’을 제시했던 강기정 시장이 ‘플랜 B(차선책)’ 가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11일 광주시청에서 기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민간·군 공항 이전 문제와 광주공항 임시 국제선 운영에 대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49재(2월 15일) 이후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앞서 지난 5일 “무안공항이 언제 다시 문을 열지도 불확실하고 설령 문을 연다고 하더라도 광주시민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지 또한 문제”라면서 “통합 논의가 원점 재검토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다시 한 번 창의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가 됐다”며 ‘플랜B’ 가동을 시사했다.

이 같은 강 시장의 입장 변화는 군 공항 이전에 비협조적인 무안군의 강경한 태도와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낼 때마다 발생하는 여러 악재와도 무관하지 않다.

우선 지난해 12월 13일로 예정됐던 광주시가 가장 기대를 건 국무조정실 주관 범정부 협의체 회의가 12·3 비상계엄 사태로 무기한 연기된 게 결정타가 됐다. 무안군의 거센 반대 속에서도 범정부 협의체 구성까지 이끌어 냈지만, 생각하지도 못한 비상계엄 사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무안공항이 임시 폐쇄되고, 도산 위기에 처한 지역 관광업계와 광주상의 등을 중심으로 광주공항의 임시 국제선 개항 요구까지 이어진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이날 성명를 내고 “무안공항 운영이 10월까지 중단돼 지역 여행과 항공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지역 여행업계 위기 극복과 지역민의 이동 편의를 위해 광주공항 국제선의 한시적 운영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광주시 관광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호소문을 통해 “무안공항을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코로나19로 고통받은 3년을 지나 또다시 찾아온 이 위기를 이겨내야만 무안공항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올해가 ‘광주 방문의 해’이고, 오는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가 열려 임시 국제선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시가 지역 여론인 광주공항 국제선 개항 요구 등을 받아들인다면, 민선 8기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사업 ‘새판짜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다만 수년간 공 들여온 민간·군 공항 이전 사업을 수정하는 ‘플랜B’ 가동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광주시가 실제 실행에 옮길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특히 2023년 4월 광주시와 함께 쌍둥이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통과시킨 대구시가 최근 국방부에 ‘대구 군 공항 이전 사업’에 관한 사업 계획을 승인받는 등 이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광주시의 계획 수정에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강수훈(민주·서구1) 광주시의원은 “일단 광주시가 계속해서 얘기했던 플랜B가 무엇인지는 나와야 될 시점이라고 본다”며 “사실상 올스톱된 현 상황이 안타깝지만 그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광주시의 ‘전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공항 활주로 길이는 2835m(2본)로 이론적으로는 중형 기종을 활용한 동남아·하와이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실제 2007년까지 일본과 동남아 등지를 운항하는 정기편과 전세기가 이·착륙했으며, 같은 해 11월 무안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국제선 기능을 넘긴 상태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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