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2025년 09월 07일(일) 19:55
냉동과일, 꼭 씻어 먹어야 하는 걸까
과·채가공품 해동 후 섭취 가능…껍질에 더 많은 영양소

/클립아트코리아

냉동 처리한 과일을 먹을 때면 ‘이대로 껍질 째 먹어도 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냉동과일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고 맛도 좋아 많은 사람이 즐겨 찾지만, 씻지 않고 껍질을 그냥 먹어도 안전한가 하는 의구심에서다. 사과나 감을 나무에서 따자마자 옷에 쓱쓱 닦아낸 후 바로 먹었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보관과 섭취의 편의를 위해 일정 온도에서 얼리는 냉동과일은 가공 유통과정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식품 유형으로 분류한다. 과·채가공품과 단순처리 농산물이다. 이 두 가지 유형에 따라 세척 여부와 섭취 방법이 달라진다.

과·채가공품은 소비자가 별도의 세척이나 가열,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섭취할 수 있도록 제조된 가공식품을 의미한다. 이 유형의 냉동과일은 제조 과정에서 이미 세척과 위생 처리가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별도의 세척 없이 바로 먹어도 안전하다. 즉, 포장지에 과·채가공품으로 표기되어 있다면 해동 후 바로 먹을 수 있다.

반면 단순처리 농산물로 분류된 냉동과일은 냉동 이외에 별도의 가공이나 세척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이 경우에는 세척되지 않은 원재료가 그대로 냉동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섭취 전 반드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야 한다. 표면에 흙, 미생물, 농약 잔류물 등이 남아있을 수 있으므로 세척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 표면이 울퉁불퉁하거나 미세한 털이 있는 과일은 잔류 이물질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커 흐르는 물에 여러 번 꼼꼼하게 씻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동과일을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품 포장지에 표기된 식품 유형을 확인해야 한다. 포장지에는 과·채가공품 또는 농산물이라는 문구와 함께, 세척 필요 여부나 주의사항이 표시되어 있다. 만약 세척이 필요하다고 안내되어 있다면, 반드시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은 후 섭취해야 한다. 반대로 바로 섭취 가능 또는 세척·가열 등 별도 조리 필요 없음 등의 문구가 있다면, 별도의 세척 없이 바로 먹어도 안전하다.

‘씻어야 하나 그냥 먹느냐’와 함께 과채류 껍질의 영양학적 유효성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과일을 먹을때 껍질을 벗겨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 과일은 껍질에 오히려 더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어, 잘 씻은 뒤 껍질째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는 주장이다. 껍질을 과육과 함께 섭취하면 영양소를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인데 포도와 사과, 키위가 대표적이다.

보통 먹을 때 골라내는 포도 껍질과 씨에는 레스베라트롤이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2019년 국제 학술지 Acta Biochimica Polonica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은 노화 방지와 만성 질환 예방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안토시아닌이라는 성분도 있는데 토마토의 붉은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처럼 혈압 조절과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포도 껍질 속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이바지한다.

사과 껍질에는 과육보다 플로레틴(phloretin)과 플로리진(phloridzin)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두 성분은 포도 껍질의 레스베라트롤처럼 과도한 활성산소나 당분으로 인한 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깎아 먹는 게 일반적인 키위 역시 껍질에 몸에 이로운 성분이 많다고 한다. 껍질째 먹으면 식이섬유 섭취량이 두 배로 늘어나고, 비타민 E·비타민 C·폴리페놀 같은 필수 영양소도 추가로 섭취할 수 있다.

깎아서 먹든 껍질째 통째로 먹을지는 각자의 자유다. 요새는 저농약 무농약으로 키우는 작물도 많아져 안전에도 큰 부담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중요한 건 어떤 것이 작물의 상품성을 높이는가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느냐 하는 것이다.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안전하면서 몸에 좋다면 껍질 먹는 게 대수이겠는가. 몸에 좋은 약은 쓰지 않던가.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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