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생’ 만들고 편법 전과…일그러진 상아탑
2025년 09월 17일(수) 19:30
영암 세한대 미달학과에 만학도 등 입학 후 전과…학생 불법 유치
4년간 567명 규정 외 전과…편입학 과정에서도 유사한 방식 반복
김문수 의원 자료서 구조적 비리 드러나…교육부, 경찰 수사 의뢰

/클립아트코리아

입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전남 지역 사립대가 ‘가짜’ 학생을 만들고 학생이 신청한 학과 대신, 충원률이 낮은 학과로 바꿔 입시 원서를 받았다가 나중에 전과시키는 등 비리를 저지른 정황이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다.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한 대학이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대학 교수들이 고교를 찾아 ‘영업’을 뛰는가 하면, 장학금·기숙사·해외 연수 등 온갖 혜택을 제공하는 등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빚어진 일그러진 상아탑의 풍경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문수(순천 갑) 의원은 17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영암 세한대가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정원 외 초과 모집, 허위 학생 등록 및 학적 유지, 입학전형 부실운영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개소한 ‘입시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접수받은 뒤 감사를 진행해 해당 대학 소속 직원 3명(중복 포함)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관련 책임을 물어 7명에게 경징계 조치를 취할 것을 통보했다는 게 김 의원 설명이다.

세한대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신입생·편입생 모집 과정에서 정원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교육부 감사 결과다.

학교측은 2020학년도 신입생 모집 당시 일부 학과 미달 사태가 발생하자, 만학도 지원자 등을 임으로 미달 학과로 입학시킨 뒤 다른 학과로 전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은 지난 2020~2023년 간 7개 학과의 미충원 인원이 30명에 불과한데도, 무려 537명을 전과시켜 567명의 학생들이 규정 외 전과된 것으로 조사됐다.

편입학 과정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반복됐다.

학교측은 2022~2023학년도 모집 과정에서 지원자의 지망 학과를 임의로 바꿔 충원율이 낮은 16개 학과로 원서 접수를 받았다. 또 학생들에게 사실상 전과 예정 학과 위주로 수강하도록 유도했고 183명을 전과 처리했다.

2022학년도에는 신·편입생 29명의 등록금을 장학금 지급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감면해 줬으나, 정작 해당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음에도 입학 허가 취소를 하지 않고 학적을 유지하게 한 뒤 뒤늦게 자퇴, 제적 등으로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2023학년도까지 추가모집 시에는 대학입학전형관리위원회의 심의 및 합격자 사정 없이 55명의 학생을 추가 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 같은 학교측 행위를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닌, 구조적 비리로 판단하고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광주일보는 이와 관련 세한대에 설명을 요청했지만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적발사례가 학령인구 부족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무너질 위기에 놓인 지역 대학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김문수 의원은 “이번 적발 사례들은 결과적으로 입시 과정 전체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입시 신뢰도를 갉아먹고 있다”며 “엄중한 처분을 통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입시비리 신고센터에는 올해 9월 15일까지 전국에서 243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231건은 종결, 12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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