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만으로는 학내 안전 담보 못해”
2025년 09월 17일(수) 21:00
학생·학부모, 경비원 고용승계 호소
한국에너지공대 해고 위기…학교측 “무인 경비 도입 계획 없어”
광주·전남 지역 맘카페에 17일 ‘한국에너지공대 경비원 고용 승계를 위한 학생·학부모 호소문’<사진>이 올라왔다.

호소문 작성자는 “학교 개교 전부터 24시간 학생 안전과 생활을 지켜온 경비원들이 내년부터 무인경비 도입, 용역업체 교체 등을 이유로 해고 위기에 처했다”며 “2021년부터 헌신한 경비원을 ‘비용 절감’과 ‘기계화’ 명분으로 낡은 노동자로 내모는 게 맞느냐”고 주장했다.

호소문은 “경비원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의 울타리”라며 도움을 요청하면서 학교가 최근 경비원에게 야외 순찰을 늘리고, 순찰 여부를 확인하는 전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사실상 퇴직을 유도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호소문을 접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경비원 고용 승계를 지지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새벽에 소방 점검 알람이 울리면 제일 먼저 뛰어와 주셨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항상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 한마디가 낯선 기숙사 생활에 큰 힘이 됐다”, “기계만으로는 기숙사에서 느끼는 안심을 대신할 수 없다. 특히 기숙사에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 안정감을 준다” 는 등으로 경비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드러냈다.

해당 글을 조회한 카페 회원들이 수십 명에 이르고 공감을 표시하는 등 관심을 끌면서 사실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면서 학교측도 즉각 대응에 나서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대학 측은 “무인 경비 시스템을 새로 도입할 계획 자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켄텍 안전시설팀 관계자는 “경비원은 대학 소속이 아니라 용역업체 소속으로 매년 입찰을 통해 계약이 이뤄진다”며 “법적 의무가 아님에도 만 65세 이하 경비원 고용 승계를 계약 조건에 명시해왔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내년에도 유인경비 인원 감축이나 AI·로봇 경비 도입 계획은 없다. 오히려 예산과 관리구역 확대에 맞춰 인력은 유지 또는 증원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켄텍 현장에서 만난 경비원들은 “학교가 차차 무인 경비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같은 용역 소속 비정규직들이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학생들이 우리를 생각해주는 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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