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곳 … 바람도 나도 멈췄다
2011년 06월 20일(월) 00:00 가가
〈22 〉 영광 칠산 갯길(3)
백바위 해수욕장 ∼향화도
천일염길
백바위 해수욕장 ∼향화도
천일염길
영광군이 ‘칠산갯길 300리’라는 테마로 조성중인 ‘천일염길’은 백바위 해수욕장부터 시작한다. 해안을 따라 깔끔하게 포장된 탐방로가 만들어졌고 나무 데크, 정자에 놀이터도 갖춰져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영광군이 전국에 번지고 있는 걷기 열풍을 따라 조성중인 ‘칠산갯길 300리’의 네 번째 구간인 ‘천일염길’은 영광군 염산면 백바위 해수욕장에서 시작한다. 전남도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남도갯길 6000리’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백바위 해수욕장은 콘크리트 탐방로가 깔끔하다. 백사장과 해변 경계에 산책로가 해수욕장을 따라 길게 마련됐고 주변에 아이들 놀이터와 나무 데크, 정자가 마련됐다. 모래와 섞이면서 단단한 갯벌은 아이들에게는 놀만한 운동장으로 충분하고 모래 밟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여서 이맘때 호젓하게 걷는 데는 적합하다.
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2.3㎞ 구간은 해안 도로를 따라 나무판길(목재데크로드)이 조성돼 있다. 해안가를 따라 잡목이 우거져 풍광을 만끽하지 못하는 게 다소 아쉽다.
목재데크가 끝날때쯤 나타나는 조그만 마을 하나. 영광군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한 두우리 ‘상정마을’로, 마을에 조성된 ‘갯벌체험장’은 여름철이면 다양한 체험 행사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마을 앞 갯벌은 바닷물이 빠지면 5㎞ 넘게 펼쳐지면서 인근 비작도까지 연결돼 ‘평야’로 불릴 정도로, 드넓은 갯벌에 참호를 뚫은 칠게가 개미떼처럼 바글바글하다. 갯벌도 그냥 얼굴에 바를 수 있는 ‘머드 화장품’이라는 말이 손색 없다.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체험 상품이지만 마을 주민들에겐 오랜 세월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키워낸 애틋한 터전이었다. 주민들은 갯벌에서 하루 종일 백합, 바지락, 맛조개를 캤고 새벽부터 김장용 새우를 잡아 내다 팔았다.
두우리 어촌체험마을을 따라 2.4㎞ 구간의 콘크리트 해안로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광활한 갯벌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이 구간은 영광군이 매년 개최하는 ‘갯벌 마라톤’코스이기도 하다.
어촌체험마을과 갯벌 체험관을 지나면서부터 맞은편으로 천일 염전이 펼쳐진다.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하게 늘어선 염전에 마치 흰 눈을 쌓아놓은 듯한 소금더미 장관을 볼 수 있는 곳도, 영광군 천일염의 어제와 오늘을 접할 수 있는 구간도 이 일대다.
영광 염전은 568ha로 전남 서남해안 염전(3007ha) 중 신안군(2181ha) 다음으로 많다. 생산량도 6만4051t에 달해 전남 전체 생산량(32만6770t)의 19%를 차지한다. 지금이야 천일염이 웰빙 바람을 타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광물’로 분류되던 시기만 해도 이 일대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폐전 장려 정책을 추진했고 이로인해 염산면 일대 7개 염전(34만9265㎡)은 지금도 방치된 땅으로 전락했다. 고급 천일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염전 바닥을 친환경적 소재로 바꾸는 등 개조 작업이 진행되는 염전과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해주(물을 저장하는 곳), 소금창고, 버려진 폐염전에 가라앉은 흙모래 사이로 돋아난 염생식물(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 등이 지루할 때 쯤 제방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갯벌이 펼쳐진다.
아무리 장관이라도 몇 시간 넘게 똑같이 펼쳐지면 흥미를 잃게 되는 법, 천일염전∼설도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무던한 인내심이 필요한 구간이기도 하다.
우선, 변변한 쉼터 하나 없는 탓에 몇 시간 넘게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참아내야 한다. 차량 통행이 뜸한데다, 어쩌다 주민이라도 지나치면 반드시 길을 물어봐야 하는 억척스러움도 갖춰야 한다. 제방길 따라 이어지는 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구간인데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점을 고려하면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면 좋은 듯하지만 아직 편익시설이나 안내판 등이 없어 추천하기 망설여지는 코스다.
전남도가 세워놓은 ‘남도갯길 6000리’ 표지판만 믿고 무작정 나섰다가는 엉뚱한 길을 걷기 쉽다. 해안가에 달랑 하나 설치해놓은 표지판 외에 나머지 구간 어디에서도 안내 표지판을 발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쯤되면 ‘보물 찾기’나 다름없다. 영광군도 쉼터와 안내표지판, 편익시설 등은 2103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보니 코스 주변의 역사 및 문화를 걷는 도중 더듬어 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천일염길 중간 지점인 설도항은 김장용 새우를 사러 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장소로, 지금까지의 지루함을 떨쳐낼 수 있다. 아담한 항구에 통통배부터 중형의 고기잡이배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전형적인 시골 어촌 풍경이 가득하고 매일 열리는 수산시장에서는 싱싱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인근에 기독교인 순교기념탑과 소공원도 조성돼 있어 둘러보다 잠시 쉬기에 적합하다. 여기에서 설도항을 지나 향화도로 이어지는 구간은 조성 계획에는 포함됐지만 탐방로 중 단절된 구간이 많다 .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백바위 해수욕장은 콘크리트 탐방로가 깔끔하다. 백사장과 해변 경계에 산책로가 해수욕장을 따라 길게 마련됐고 주변에 아이들 놀이터와 나무 데크, 정자가 마련됐다. 모래와 섞이면서 단단한 갯벌은 아이들에게는 놀만한 운동장으로 충분하고 모래 밟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여서 이맘때 호젓하게 걷는 데는 적합하다.
목재데크가 끝날때쯤 나타나는 조그만 마을 하나. 영광군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한 두우리 ‘상정마을’로, 마을에 조성된 ‘갯벌체험장’은 여름철이면 다양한 체험 행사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마을 앞 갯벌은 바닷물이 빠지면 5㎞ 넘게 펼쳐지면서 인근 비작도까지 연결돼 ‘평야’로 불릴 정도로, 드넓은 갯벌에 참호를 뚫은 칠게가 개미떼처럼 바글바글하다. 갯벌도 그냥 얼굴에 바를 수 있는 ‘머드 화장품’이라는 말이 손색 없다.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체험 상품이지만 마을 주민들에겐 오랜 세월 억척스럽게 자식들을 키워낸 애틋한 터전이었다. 주민들은 갯벌에서 하루 종일 백합, 바지락, 맛조개를 캤고 새벽부터 김장용 새우를 잡아 내다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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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대 탐방로는 갯벌 외에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염전을 따라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폐전 정책에 따라 한때 외면받기도 했던 영광 천일염은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군 소득 증대에 한몫을 담당하는 ‘효자 상품’이다. |
영광 염전은 568ha로 전남 서남해안 염전(3007ha) 중 신안군(2181ha) 다음으로 많다. 생산량도 6만4051t에 달해 전남 전체 생산량(32만6770t)의 19%를 차지한다. 지금이야 천일염이 웰빙 바람을 타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광물’로 분류되던 시기만 해도 이 일대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폐전 장려 정책을 추진했고 이로인해 염산면 일대 7개 염전(34만9265㎡)은 지금도 방치된 땅으로 전락했다. 고급 천일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염전 바닥을 친환경적 소재로 바꾸는 등 개조 작업이 진행되는 염전과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해주(물을 저장하는 곳), 소금창고, 버려진 폐염전에 가라앉은 흙모래 사이로 돋아난 염생식물(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 등이 지루할 때 쯤 제방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갯벌이 펼쳐진다.
아무리 장관이라도 몇 시간 넘게 똑같이 펼쳐지면 흥미를 잃게 되는 법, 천일염전∼설도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무던한 인내심이 필요한 구간이기도 하다.
우선, 변변한 쉼터 하나 없는 탓에 몇 시간 넘게 쏟아지는 햇볕을 고스란히 참아내야 한다. 차량 통행이 뜸한데다, 어쩌다 주민이라도 지나치면 반드시 길을 물어봐야 하는 억척스러움도 갖춰야 한다. 제방길 따라 이어지는 길은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구간인데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점을 고려하면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면 좋은 듯하지만 아직 편익시설이나 안내판 등이 없어 추천하기 망설여지는 코스다.
전남도가 세워놓은 ‘남도갯길 6000리’ 표지판만 믿고 무작정 나섰다가는 엉뚱한 길을 걷기 쉽다. 해안가에 달랑 하나 설치해놓은 표지판 외에 나머지 구간 어디에서도 안내 표지판을 발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쯤되면 ‘보물 찾기’나 다름없다. 영광군도 쉼터와 안내표지판, 편익시설 등은 2103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보니 코스 주변의 역사 및 문화를 걷는 도중 더듬어 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천일염길 중간 지점인 설도항은 김장용 새우를 사러 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장소로, 지금까지의 지루함을 떨쳐낼 수 있다. 아담한 항구에 통통배부터 중형의 고기잡이배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전형적인 시골 어촌 풍경이 가득하고 매일 열리는 수산시장에서는 싱싱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인근에 기독교인 순교기념탑과 소공원도 조성돼 있어 둘러보다 잠시 쉬기에 적합하다. 여기에서 설도항을 지나 향화도로 이어지는 구간은 조성 계획에는 포함됐지만 탐방로 중 단절된 구간이 많다 .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