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흐르는 강둑길 따라 펼쳐진 ‘봄날의 동화’
2011년 05월 02일(월) 00:00 가가
〈16 〉 섬진강 기차길
곡성 합강마을 ∼ 오곡면 압록마을
곡성 합강마을 ∼ 오곡면 압록마을
곡성군 고달면 두계리 강변의 도깨비상. 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쌓은 독살 흔적이 남아있고 주민들이 전하는‘도깨비살’에 얽힌 설화도 재미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이맘때 섬진강변은 봄빛이 가득하다. 따사로운 햇살과 푸른 하늘빛을 고스란히 담은 강물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느리고 묵직하게 흐르는 섬진강 물결 따라 하루가 멀게 꽃소식이 전해진다. 눈길 닿는 곳곳 봄이 아닌 곳이 없다. 인구 3만1000여명의 자그마한 소도시 곡성읍이 전국에서 몰려온 인파로 북적일 때도 이 때다.
가장 손쉬운 드라이브부터 강변을 따라 추억의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를 타는가 하면, 자전거 페달을 굴리거나 터벅터벅 천천히 걸으며 저마다 섬진강 즐기기에 나선 관광객들의 발길이 강 양쪽을 가득 채우는 시기다.
곡성군 옥과면 합강마을에서 오곡면 압록마을까지 35㎞ 섬진강 따라 걷는 길은 웬만한 도보 여행자라면 한번쯤 걸어봤을 길이다. 풀벌레 소리 요란한 섬진강을 고스란히 길어 올리기에 충분하다. 원형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물줄기를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옥과면 합강마을에서 물길을 왼쪽에 두고 나란히 걷게 되는 제방길(15㎞)은 주변 풍경을 쉬엄쉬엄 구경하기에 제격이다. 느리면서도 무심하게 휘감아도는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까까머리 아이들의 물장난과 폴짝 건너는 징검다리와 줄배, 강 옆으로 모판을 옮겨 심는 등 농사 채비에 분주한 나이든 농부들의 손놀림, 낚싯줄을 들여 쏘가리 잡고 참게 잡던 주민들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개발에서 소외돼 원형이 많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물줄기라는 섬진강이지만 요즘엔 개발이 한창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군데군데 파이고 단절된 제방길도 있어 편안하게 걷기에는 다소 버거운 구간도 있다.
곡성군측은 “올해 말 제방 둑을 넓히고 강변 탐방로를 새로 만들면서 흙길을 새로 정비하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섬진강 제방 길을 막힘없이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제방에서 포장 도로를 따라 들어가야 했던 곡성군 입면 제월리 군지촌·함허정(涵虛亭)까지 탐방로가 만들어지게 된다.
군지촌 정사는 풍수지리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자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선 후기의 건물로 안채·대문간채와 더불어 전체를 이루고 있으며 안채의 마당 앞에 있는 행랑채의 동쪽에 사랑채, 동네사랑인 군지정사가 있다. 군지천 정사에서 100m 남짓 떨어진 데 위치한 함허정은 정자 아래로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함허정에서 기차마을까지 이어지는 7㎞ 구간은 걷기에 몰두하기에 적합하지는 않다. 인도도 없는 국도 길이 연결된 탓에 옆으로 지나는 차량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기찻길을 들어내고 자전거 길을 조성한 구간(3㎞)을 제외하더라도 아슬아슬하다. 곡성군도 이 때문에 국도 옆으로 인도를 만들 구상을 갖고 있다.
기차마을에서 1㎞ 남짓 걷다보면 ‘뽕뽕 다리’가 나오고 호곡나루터∼압록 유원지로 이어진다. 곡성군청 관광과 서차석씨는 “웬만한 도보 여행가라면 반드시 찾아오는 섬진강변 최고 명소”라며 추켜세운다.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으로 만들어져 이름 붙여진 뽕뽕 다리는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건너다녔던 추억이 애틋하다. 이정표나 지도 없이도 갈 수 있는 외줄기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뽕뽕다리에서 얼마쯤 걸었을까.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에 들어서니 나루터 줄배가 눈에 들어온다.
줄배는 섬진강을 돋보이게 하는 추억의 콘텐츠 중 하나다. 예전엔 섬진강에 줄배가 많았다고 하지만 현재 줄배는 이 구간이 유일하다. 줄을 잡아당겨서 건너편에 있는 나룻배를 데려와 다시 나머지 줄을 당겨서 건너간다.
뜨내기 관광객들에겐 여행의 재미가 쏠쏠한 관광상품이지만 예전 외딴 산골 주민들에겐 억척같은 삶의 한 부분이다. 줄배는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끈이었다. 주민들은 이 배를 끌어당겨 오일장을 보러 가 자식 먹일 고기 한 근을 매달고 돌아왔다. 소·닭, 돼지 등도 이 배가 실어날랐다고 한다.
이 구간을 따라 쉬엄쉬엄 가다 고달면 두계리 강변에 이르면 ‘도깨비살’이라는 독살의 흔적이 남아있고 도깨비상 조각이 세워져 있다. 독살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쌓은 방죽으로, 여기에 얽힌 설화도 재미있다.
‘섬진강변에 훗날 장군이 될 마천목이란 소년이 어머니에게 드릴 물고기를 잡으러 강변에 나갔다가 반짝이는 푸른 돌 하나를 주웠다. 그 날 밤 소년의 집 앞에 푸른 불을 번쩍이며 도깨비들이 나타나 “당신이 낮에 강에서 주워간 돌은 우리 대장이니 돌려주시오.” 하니, 소년은 “내가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강에 독살을 쌓아주면 너희 대장을 놓아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날 밤 도깨비들은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독살을 쌓았다’는 줄거리다.
도깨비살을 지나 가정역에 이르면 어릴적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 2.2㎞ 구간에 이르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를 찾는 관광객들로 강 양안이 북적인다. 언덕길도 거의 없는 이 평평한 길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할 만큼 아름답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가장 손쉬운 드라이브부터 강변을 따라 추억의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를 타는가 하면, 자전거 페달을 굴리거나 터벅터벅 천천히 걸으며 저마다 섬진강 즐기기에 나선 관광객들의 발길이 강 양쪽을 가득 채우는 시기다.
옥과면 합강마을에서 물길을 왼쪽에 두고 나란히 걷게 되는 제방길(15㎞)은 주변 풍경을 쉬엄쉬엄 구경하기에 제격이다. 느리면서도 무심하게 휘감아도는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까까머리 아이들의 물장난과 폴짝 건너는 징검다리와 줄배, 강 옆으로 모판을 옮겨 심는 등 농사 채비에 분주한 나이든 농부들의 손놀림, 낚싯줄을 들여 쏘가리 잡고 참게 잡던 주민들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군지촌 정사는 풍수지리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자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조선 후기의 건물로 안채·대문간채와 더불어 전체를 이루고 있으며 안채의 마당 앞에 있는 행랑채의 동쪽에 사랑채, 동네사랑인 군지정사가 있다. 군지천 정사에서 100m 남짓 떨어진 데 위치한 함허정은 정자 아래로 흐르는 섬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기도 하다.
함허정에서 기차마을까지 이어지는 7㎞ 구간은 걷기에 몰두하기에 적합하지는 않다. 인도도 없는 국도 길이 연결된 탓에 옆으로 지나는 차량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기찻길을 들어내고 자전거 길을 조성한 구간(3㎞)을 제외하더라도 아슬아슬하다. 곡성군도 이 때문에 국도 옆으로 인도를 만들 구상을 갖고 있다.
기차마을에서 1㎞ 남짓 걷다보면 ‘뽕뽕 다리’가 나오고 호곡나루터∼압록 유원지로 이어진다. 곡성군청 관광과 서차석씨는 “웬만한 도보 여행가라면 반드시 찾아오는 섬진강변 최고 명소”라며 추켜세운다.
구멍이 뽕뽕 뚫린 철판으로 만들어져 이름 붙여진 뽕뽕 다리는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건너다녔던 추억이 애틋하다. 이정표나 지도 없이도 갈 수 있는 외줄기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뽕뽕다리에서 얼마쯤 걸었을까.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에 들어서니 나루터 줄배가 눈에 들어온다.
줄배는 섬진강을 돋보이게 하는 추억의 콘텐츠 중 하나다. 예전엔 섬진강에 줄배가 많았다고 하지만 현재 줄배는 이 구간이 유일하다. 줄을 잡아당겨서 건너편에 있는 나룻배를 데려와 다시 나머지 줄을 당겨서 건너간다.
뜨내기 관광객들에겐 여행의 재미가 쏠쏠한 관광상품이지만 예전 외딴 산골 주민들에겐 억척같은 삶의 한 부분이다. 줄배는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끈이었다. 주민들은 이 배를 끌어당겨 오일장을 보러 가 자식 먹일 고기 한 근을 매달고 돌아왔다. 소·닭, 돼지 등도 이 배가 실어날랐다고 한다.
이 구간을 따라 쉬엄쉬엄 가다 고달면 두계리 강변에 이르면 ‘도깨비살’이라는 독살의 흔적이 남아있고 도깨비상 조각이 세워져 있다. 독살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돌로 쌓은 방죽으로, 여기에 얽힌 설화도 재미있다.
‘섬진강변에 훗날 장군이 될 마천목이란 소년이 어머니에게 드릴 물고기를 잡으러 강변에 나갔다가 반짝이는 푸른 돌 하나를 주웠다. 그 날 밤 소년의 집 앞에 푸른 불을 번쩍이며 도깨비들이 나타나 “당신이 낮에 강에서 주워간 돌은 우리 대장이니 돌려주시오.” 하니, 소년은 “내가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강에 독살을 쌓아주면 너희 대장을 놓아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날 밤 도깨비들은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 독살을 쌓았다’는 줄거리다.
도깨비살을 지나 가정역에 이르면 어릴적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한 증기기관차와 레일바이크, 2.2㎞ 구간에 이르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를 찾는 관광객들로 강 양안이 북적인다. 언덕길도 거의 없는 이 평평한 길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할 만큼 아름답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