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길’ 걸으며 충무공 숨결 느끼다
2011년 04월 04일(월) 00:00 가가
〈12 〉 순천 송치재∼연향동 / 구례현청∼석주관
10여m 높이의 소나무 150여 그루가 지친 도보 여행자들에게 그늘과 휴식터를 제공해주는 구례군 토지면 토지초등학교 앞 풍치림.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정유년 4월 초하룻날 서울 의금부에서 풀려난 이순신 장군은 한 달여 만에 순천 송치재에 도착한다.
이곳에 도착한 이순신 장군은 권율 도원수가 보내온 군관과 지인들로부터 옥살이를 했던 1개월 동안의 전장 소식을 전해듣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순신 백의종군 길 6 코스’는 송치재에서 순천부(順天府) 읍성까지 12.5km의 거리다. 장군이 백성들의 손을 맞잡고 백의의 옷자락을 다시금 가다듬으며 풍전등화의 나라를 꼭 지키겠다는 마음속 깊이 다짐을 했다고 해서 ‘순천부 구국 다짐 길’로 불리기도 한다.
6 코스는 오르막 길이 하나 없다. 송치재 아래 둥지를 틀고 있는 학구·신촌 마을을 거쳐 천변 길을 따라 순천시내로 진입하는 아주 평탄한 길이다. 장군이 백의종군 시 걸었던 옛길이 보전돼 있다.
70∼80가구가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주민이 아닌 봄의 전령들이 먼저 낯선 이방인들을 반긴다. 흰 매화와 노란색 개나리꽃이 이곳 마을을 화사하게 봄 치장을 했다. 꽃 색깔이 배색 돼 더 눈이 부셨다.
마을 길이 끝나면 ‘서천’ 길로 접어든다. 대부분의 길이 평탄한 탓에 약간 지루한 맛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시각과 후각은 즐겁다. 일반 국도 17·22호선 옆으로 이어지는 천 길에는 벚꽃이 촘촘히 늘어서 눈요기에 충분하고, 길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매화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아직 조석(朝夕)으로 날이 차서인지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진 않았지만, 벚꽃이 만개하면 진해·하동 쌍계사 벚꽃 길 못지 않은 봄 풍경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천 변에는 활을 쏠 수 있는 ‘인향정’과 수변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충무공의 후예답게 활도 한번 쏴보고, 잠깐 휴식을 취해도 좋다. 서면 우체국에서부터는 자전거 도로가 순천 시내까지 깔끔하게 이어진다. 걷는 것이 지루하면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이용, 이동해도 좋다.
산과 강, 천이 모두 봄 옷을 갈아입은 탓에 우리에겐 이 길이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백의종군하는 장군이 보는 이 길은 어땠을까. 백의종군하는 시기가 봄 철이긴 했지만, 풍경은 잠시 뿐 장군의 머리와 가슴은 온통 나라를 다시 구하겠다는 비장함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이순신 백의종군 길 7 코스는 장군이 구례를 거쳐 경남 하동으로 넘어가는 코스다. 장군이 도원수 권율을 만나 안정되고 냉정한 이성으로 전세에 대한 담론을 나누기 위해 경남으로 발길을 옮기는 구간이다. 구례 현청(구례읍사무소)에서 시작해 석주관(石柱關)까지 14km에 달하는 ‘이순신 백의종군 길’ 중 가장 긴 코스다.
하지만, 섬진강을 끼고 지리산 자락을 걷는 탓인지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구례읍사무소에서 서시나루를 거쳐 용호정까지 구간은 섬진강변을 따라 줄 곧 걷는 길이다. 말 그대로 ‘둑 길’이다. 평지인데다 그늘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섬진강을 감싸안은 지리산 절경을 보면서 걷을 수 있다는 점이 생각보다 괜찮다. 둑 길이 끝나는 지점에 용두마을이 있다. 조용한 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에서 구례를 바라보면 지리산 자락에 조용히 자리한 구례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강 바람을 맞으며 구례를 바라보는 느낌이 일품이다.
용두마을에서 운조루로 접어들면 지리산 둘레 길을 만날 수 있다. 운조루는 지리산 둘레길 구례구간 종점이다.
운조루 인근에서는 한옥단지와 오미소 공원, 녹색농촌체험관, 운조루 유물전시관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옥 민박도 할 수 있어, 옛 정취가 물씬 나는 한옥에서의 하룻밤도 생각해볼 만하다.
운조루를 지나 토지초등학교를 가는 길은 대부분 마을 길이다. 따스한 봄 볕에 할머니들이 동네 어귀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고 있고, 길 옆 푸른 보리는 봄 바람에 몸을 한 번씩 떨어본다.
토지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길은 여러 갈래 길이다. 지금은 계곡물이 모두 말라 갈대만 무성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과 동네와 동네를 잇는 농로 길이 있다. 마음에 드는 길을 골라 걸으면 되는데, 모두 각기 다른 운치가 있다.
지리산이 봄을 맞아 푸른 녹음으로 갈아입는 중이어서 어떤 길을 선택해도 좋다.
길이 끝나는 토지초등학교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가꾸고 관리하는 풍치림이 있다. 높이 10여 m에 달하는 소나무 150여 그루에 만들어 낸 그늘은 길 여행자들에게 달콤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다.
7 코스는 토지초등학교에서 석주관 구간까지 가야 끝을 맺지만, 사실상 토지초등학교에서 끝난다. 길이 끊겨서다. 현재 길은 하동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밖에 없다. 따라서 전남도는 토지초등학교에서 석주관까지 구간을 지리산 둘레 길을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중이다. 석주관을 넘어서면 경남 땅이다.
장군은 석주관에서 비통과 결연한 마음을 스스로 다스렸다고 한다. 석주관은 경상도지방에서 전라도지방으로 통하는 관문으로서 군사전략상 매우 중요한 곳으로, 수차례 왜군의 공격이 이어졌고, 이곳에서 수많은 의병이 숨진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유재란 때 전라도지방의 관문이었던 석주관을 끝까지 지키다가 숨진 구례현감 이원춘(李元春)과 구례출신 의사(義士) 7명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전남도는 구례와 순천의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길의 최종적 완료를 위해서 지리산 둘레 길을 연계해 구례 구간과 하동 구간을 이을 계획이며, 경남·전북지역의 백의종군 길과 연계하는 방법도 강구중이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이곳에 도착한 이순신 장군은 권율 도원수가 보내온 군관과 지인들로부터 옥살이를 했던 1개월 동안의 전장 소식을 전해듣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순신 백의종군 길 6 코스’는 송치재에서 순천부(順天府) 읍성까지 12.5km의 거리다. 장군이 백성들의 손을 맞잡고 백의의 옷자락을 다시금 가다듬으며 풍전등화의 나라를 꼭 지키겠다는 마음속 깊이 다짐을 했다고 해서 ‘순천부 구국 다짐 길’로 불리기도 한다.
70∼80가구가 옹기 종기 모여있는 마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주민이 아닌 봄의 전령들이 먼저 낯선 이방인들을 반긴다. 흰 매화와 노란색 개나리꽃이 이곳 마을을 화사하게 봄 치장을 했다. 꽃 색깔이 배색 돼 더 눈이 부셨다.
마을 길이 끝나면 ‘서천’ 길로 접어든다. 대부분의 길이 평탄한 탓에 약간 지루한 맛도 없지 않다.
아직 조석(朝夕)으로 날이 차서인지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진 않았지만, 벚꽃이 만개하면 진해·하동 쌍계사 벚꽃 길 못지 않은 봄 풍경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천 변에는 활을 쏠 수 있는 ‘인향정’과 수변공원이 있다.
산과 강, 천이 모두 봄 옷을 갈아입은 탓에 우리에겐 이 길이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백의종군하는 장군이 보는 이 길은 어땠을까. 백의종군하는 시기가 봄 철이긴 했지만, 풍경은 잠시 뿐 장군의 머리와 가슴은 온통 나라를 다시 구하겠다는 비장함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이순신 백의종군 길 7 코스는 장군이 구례를 거쳐 경남 하동으로 넘어가는 코스다. 장군이 도원수 권율을 만나 안정되고 냉정한 이성으로 전세에 대한 담론을 나누기 위해 경남으로 발길을 옮기는 구간이다. 구례 현청(구례읍사무소)에서 시작해 석주관(石柱關)까지 14km에 달하는 ‘이순신 백의종군 길’ 중 가장 긴 코스다.
하지만, 섬진강을 끼고 지리산 자락을 걷는 탓인지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구례읍사무소에서 서시나루를 거쳐 용호정까지 구간은 섬진강변을 따라 줄 곧 걷는 길이다. 말 그대로 ‘둑 길’이다. 평지인데다 그늘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섬진강을 감싸안은 지리산 절경을 보면서 걷을 수 있다는 점이 생각보다 괜찮다. 둑 길이 끝나는 지점에 용두마을이 있다. 조용한 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에서 구례를 바라보면 지리산 자락에 조용히 자리한 구례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강 바람을 맞으며 구례를 바라보는 느낌이 일품이다.
용두마을에서 운조루로 접어들면 지리산 둘레 길을 만날 수 있다. 운조루는 지리산 둘레길 구례구간 종점이다.
운조루 인근에서는 한옥단지와 오미소 공원, 녹색농촌체험관, 운조루 유물전시관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한옥 민박도 할 수 있어, 옛 정취가 물씬 나는 한옥에서의 하룻밤도 생각해볼 만하다.
운조루를 지나 토지초등학교를 가는 길은 대부분 마을 길이다. 따스한 봄 볕에 할머니들이 동네 어귀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 꽃을 피고 있고, 길 옆 푸른 보리는 봄 바람에 몸을 한 번씩 떨어본다.
토지초등학교로 이어지는 길은 여러 갈래 길이다. 지금은 계곡물이 모두 말라 갈대만 무성한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과 동네와 동네를 잇는 농로 길이 있다. 마음에 드는 길을 골라 걸으면 되는데, 모두 각기 다른 운치가 있다.
지리산이 봄을 맞아 푸른 녹음으로 갈아입는 중이어서 어떤 길을 선택해도 좋다.
길이 끝나는 토지초등학교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가꾸고 관리하는 풍치림이 있다. 높이 10여 m에 달하는 소나무 150여 그루에 만들어 낸 그늘은 길 여행자들에게 달콤한 휴식을 주는 공간이다.
7 코스는 토지초등학교에서 석주관 구간까지 가야 끝을 맺지만, 사실상 토지초등학교에서 끝난다. 길이 끊겨서다. 현재 길은 하동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밖에 없다. 따라서 전남도는 토지초등학교에서 석주관까지 구간을 지리산 둘레 길을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중이다. 석주관을 넘어서면 경남 땅이다.
장군은 석주관에서 비통과 결연한 마음을 스스로 다스렸다고 한다. 석주관은 경상도지방에서 전라도지방으로 통하는 관문으로서 군사전략상 매우 중요한 곳으로, 수차례 왜군의 공격이 이어졌고, 이곳에서 수많은 의병이 숨진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정유재란 때 전라도지방의 관문이었던 석주관을 끝까지 지키다가 숨진 구례현감 이원춘(李元春)과 구례출신 의사(義士) 7명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전남도는 구례와 순천의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 길의 최종적 완료를 위해서 지리산 둘레 길을 연계해 구례 구간과 하동 구간을 이을 계획이며, 경남·전북지역의 백의종군 길과 연계하는 방법도 강구중이다.
 |
| 6 코스 구간인 순천시 서면 서천 수변공원에서 도보 여행자들이 대형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