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묵었던 古宅 대신 비각만 외로이…
2011년 03월 21일(월) 00:00 가가
〈10 〉 구례 광의면∼동해마을 백의종군길
구례 오산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과 구례읍내. 구례읍내에서 문척교(왼쪽다리)를 건너 둑방길을 따라 동해마을까지 백의종군길이 이어진다.
흔히들 역사에 ‘만약에…’(if…)라는 가정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임진왜란·정유재란이 벌어지던 400여 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만약에…’라는 많은 가정을 하게 된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1597년 (음력) 2월 26일 함거에 실려 서울로 압송돼 한 달여 옥살이후 풀려나 백의종군(白衣從軍) 도중 삼도 수군통제사에 재임명(8월 3일)되기 까지, 칠천량 해전(7월 16일)에서 전멸한 조선 수군이 불과 12척의 전선으로 해남∼진도 사이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을 대파(9월 13일) 하기까지 ‘만약에…’라는 많은 가정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장군은 옥에서 나온 그해 봄부터 명량대첩을 이룬 가을까지 구례∼순천∼하동 등 ‘백의종군길’을 오가며 극적인 전세(戰勢) 역전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를 맞는다.
◇ 덕(德)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4월 1일 서울 옥에서 풀려난 장군은 백의종군하라는 선조의 명을 받고 경남 합천 초계의 권율 도원수부로 향한다. 구례에 도착한 날은 서울을 떠난 지 꼬박 26일 만이었다. 당시의 행적과 심정은 난중일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4월 26일 흐리고 개지 아니함. (남원 운봉에서) 일찍 길을 떠나 구례현(縣)에 닿으니 금부도사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손인필의 집에 사처를 정했는데, 고을 현감 이원춘이 급히 나와 극진히 대접하고 또 금부도사도 보러 왔었다. … 밤에 홀로 앉아 있자니 비통함이 일어 참을 길이 없었다.”
‘이순신 백의종군길’ 2 코스는 ‘구례현 도화경(桃花景)길’이라 불린다. 옛날에는 복숭아 나무가 많았던 모양이다.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구간이다.
광의면사무소에서 출발해 선월마을∼선월마을 수변데크∼광의교∼광의대교∼공설 운동장까지 10㎞ 구간으로 2시간여가 소요된다. 서시 천변과 나란하게 조성된 자전거 둑방길을 이용한다. 살랑이는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오산 뛴바위 나루터길’로 불리는 3 코스는 공설운동장에서 출발해 손인필 비각(碑閣)∼구례읍사무소(구례 현청)∼문척교∼죽연마을∼동해 (섬진강) 벚꽃길∼마고마을∼동해마을까지 7.5㎞로 2시간이 걸린다.
장군이 묵었다는 손인필 집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대신 공설운동장에서 구례경찰서 로터리 중간 위치 도로변에 ‘손인필 비각’(구례 향토문화유산 25호)에서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구례현청 자리는 구례읍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세워진 단아한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돼 있다. 읍사무소 앞에는 수령이 6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왕버들 한 그루가 용트림하듯 세 갈래 가지를 하늘로 뻗어 올렸다.
◇ 장군덕에 모기 없는 동해마을=장군은 구례에서 하루 묵은 뒤 이튿날 아침 일찍 순천을 향해 떠났다. 지금이야 문척교를 건너면 간단하지만 당시에는 문척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이용해 섬진강을 건너야 했다.
500여m 길이의 문척교를 건너 오른편 강변 둑방길로 내려선다. 문척면 죽마리에는 섬진강 살리기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따른 ‘강둑 시멘트 도로를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강둑길은 문척 양수장에서 도로와 합쳐진다. 도로 양편으로 벚나무가 식재돼 있어 4월이면 환상적인 벚꽃터널을 이룬다.
3 코스 끝에 위치한 동해마을 입구에는 ‘무문정’(無蚊亭)이라는 현판이 눈길을 끌었다.
주민 김용분(70)씨는 “장군님이 마을 앞을 지나다가 모기가 달라드니까 ‘왜 나한테 달라드냐’며 뺨을 때려 모기를 잡아 우리 마을은 여름에도 모기가 없어. 또 물소리가 시끄러우니까 오산 사성암 ‘몬당’(꼭대기)에다 떼어다 놔 비가 와도 물소리가 안나”라며 마을역사를 재미있게 들려줬다. 구례 1교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동해나루가 있어 나룻배를 타고 건너편(구례읍 원방리) 밭일도 가고, 학교도 갔다고 덧붙였다.
구례군 문화관광과 황교선(39)씨는 “앞으로 2 코스에 개복숭아와 벚나무 식재와 기존 조성된 자전거 둑길을 활용한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도입하고, 3 코스에 문척 나루터 정비와 띠배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동부취재본부=이진택기자 lk5826@
특히 이순신 장군이 1597년 (음력) 2월 26일 함거에 실려 서울로 압송돼 한 달여 옥살이후 풀려나 백의종군(白衣從軍) 도중 삼도 수군통제사에 재임명(8월 3일)되기 까지, 칠천량 해전(7월 16일)에서 전멸한 조선 수군이 불과 12척의 전선으로 해남∼진도 사이 울돌목에서 일본 수군을 대파(9월 13일) 하기까지 ‘만약에…’라는 많은 가정을 할 수 있다.
◇ 덕(德)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4월 1일 서울 옥에서 풀려난 장군은 백의종군하라는 선조의 명을 받고 경남 합천 초계의 권율 도원수부로 향한다. 구례에 도착한 날은 서울을 떠난 지 꼬박 26일 만이었다. 당시의 행적과 심정은 난중일기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순신 백의종군길’ 2 코스는 ‘구례현 도화경(桃花景)길’이라 불린다. 옛날에는 복숭아 나무가 많았던 모양이다. 논어에 나오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구간이다.
‘오산 뛴바위 나루터길’로 불리는 3 코스는 공설운동장에서 출발해 손인필 비각(碑閣)∼구례읍사무소(구례 현청)∼문척교∼죽연마을∼동해 (섬진강) 벚꽃길∼마고마을∼동해마을까지 7.5㎞로 2시간이 걸린다.
장군이 묵었다는 손인필 집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대신 공설운동장에서 구례경찰서 로터리 중간 위치 도로변에 ‘손인필 비각’(구례 향토문화유산 25호)에서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구례현청 자리는 구례읍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일제 강점기인 1936년 세워진 단아한 건물로 등록문화재 제120호로 지정돼 있다. 읍사무소 앞에는 수령이 6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왕버들 한 그루가 용트림하듯 세 갈래 가지를 하늘로 뻗어 올렸다.
◇ 장군덕에 모기 없는 동해마을=장군은 구례에서 하루 묵은 뒤 이튿날 아침 일찍 순천을 향해 떠났다. 지금이야 문척교를 건너면 간단하지만 당시에는 문척 나루터에서 나룻배를 이용해 섬진강을 건너야 했다.
500여m 길이의 문척교를 건너 오른편 강변 둑방길로 내려선다. 문척면 죽마리에는 섬진강 살리기 생태하천 조성사업’에 따른 ‘강둑 시멘트 도로를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강둑길은 문척 양수장에서 도로와 합쳐진다. 도로 양편으로 벚나무가 식재돼 있어 4월이면 환상적인 벚꽃터널을 이룬다.
3 코스 끝에 위치한 동해마을 입구에는 ‘무문정’(無蚊亭)이라는 현판이 눈길을 끌었다.
주민 김용분(70)씨는 “장군님이 마을 앞을 지나다가 모기가 달라드니까 ‘왜 나한테 달라드냐’며 뺨을 때려 모기를 잡아 우리 마을은 여름에도 모기가 없어. 또 물소리가 시끄러우니까 오산 사성암 ‘몬당’(꼭대기)에다 떼어다 놔 비가 와도 물소리가 안나”라며 마을역사를 재미있게 들려줬다. 구례 1교가 놓이기 전까지만 해도 동해나루가 있어 나룻배를 타고 건너편(구례읍 원방리) 밭일도 가고, 학교도 갔다고 덧붙였다.
구례군 문화관광과 황교선(39)씨는 “앞으로 2 코스에 개복숭아와 벚나무 식재와 기존 조성된 자전거 둑길을 활용한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도입하고, 3 코스에 문척 나루터 정비와 띠배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송기동기자 song@kwangju.co.kr
/동부취재본부=이진택기자 lk5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