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담·초가집… 시간밖에서 고향을 만나다
2011년 03월 07일(월) 00:00 가가
〈9 〉 낙안읍성 둘레길
순천 낙안읍성 성곽 둘레는 총 1410m다. 초가지붕이 겹겹이 쌓인 마을을 내려다 보고, 성 외곽의 넓은 들녘을 바라보며 가볍게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김진수기자 jeans@
낙안벌 너른 들판에 자리한 낙안읍성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민속마을이다.
경기도 용인의 한국 민속마을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 안팎에는 기와집과 초가집 등 108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이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밥을 짓고, 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낙안읍성은 마을을 둘러싼 성곽과 관아, 민가를 오롯이 간직한 전통고을로, 현재까지도 후손들이 살아가며 마을로서의 기능을 이어가고 있다. 낙안군악과 공동체 제의, 판소리 등 무형유산의 전승지이기도 하다.
동문에서 내려다 본 읍성 내 마을은 가지런하고 깨끗하다.
조선시대 지방계획도시였던 만큼 잘 정돈된 느낌이다. 동문을 기준으로 우측으로는 관가가, 좌측으로는 민가가 자리하고 있다. 겨우내 이엉을 새로 갈아서인지 지붕 색깔이 더 또렷하다.
성 둘레는 1410m이다. 성곽 위를 한 바퀴 돌고 동헌과 객사, 동네 고샅길을 둘러봐도 한 시간 정도면 너끈하다.
사시사철 풍광도 좋아 남녀노소 누구라도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코스다. 봄이면 개나리·벚꽃 등 봄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초가지붕엔 탐스런 박들이 이리저리 뒹군다.
그래서 계절에 상관이 없이 관광객이 찾는지도 모른다.
낙안읍성 일주는 입구인 동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우선 성곽 위를 한 바퀴 돌고, 객사를 거쳐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속내를 두루 보는 코스가 좋다.
동문을 출발해 북쪽 성벽을 거쳐 서문, 남문, 동문을 잇는 성벽 일주를 끝낸 뒤 다시 동문을 출발해 동헌과 자료관을 거쳐 마을 길로 접어들면 된다. 총 거리는 2.5km안팎밖에 되지 않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해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성벽을 타고 북쪽 성벽으로 가는 길에 금전산(金錢山·667.9m)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명 ‘로또’ 산이라고도 불린다. 금과 돈이 많은 산이라는 뜻으로, 이 때문에 순천에서 로또복권 1등이 많이 배출됐다는 재미나는 이야기도 있다.
객사와 동헌 뒤를 지날 즈음 마을 안을 내려다보면 수많은 거목이 눈에 들어온다. 수령 300∼6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 32그루가 가부좌를 틀고 낙안읍성의 역사를 지켜왔다. 이중 15그루는 지방기념물로 지정됐다.
낙안읍성에는 북문이 없다. 짐승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북문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서문을 지나 성 서남쪽 성벽에 다다르면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빈길등(嶝)’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조선 태조 6년 왜구가 침입하자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왜구를 토벌한 이 고장 출신 김빈길 장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대나무 숲은 전쟁 때 죽창과 바구니 등을 제작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한다. 빈길등에 서면 낙안읍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 포인트다. 겹겹이 이어지는 초가지붕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남쪽 성벽은 낙안읍성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엿 볼 수는 재미가 있다. 마당에 백구가 뛰놀고 곡괭이·호미 등 전통 농기구 등이 햇살을 품은 황토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다. 마을 안으로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참고 남쪽 성벽을 계속해서 걸으면 출발지인 동문에 도착한다.
성곽 한 바퀴를 모두 돌고 나면, 이제 동네 고샅길을 거닐 차례다. 동문에서 마을 주 도로를 따라 객사와 동헌·낙민루, 낙민관 등을 먼저 둘러본다. 주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임경업 장군 선정비각을 만난다. 1626년 서른둘의 임경업 장군은 이곳에 군수로 부임해 백성들을 따뜻하게 보살폈다. 동헌 옆의 낙안읍성 자료실은 낙안읍성 주민들의 과거 생활상을 볼 수 있다. 관아를 모두 둘러본 뒤에는 본격적으로 마을 탐방에 나선다.
마을 길은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이 절경이다. 동네 고샅길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리들이 골목 도랑물에서 줄을 지어 이동하고, 순한 눈의 누렁이가 따스한 겨울 볕을 쐬며 조는 모습도 놓치기 아깝다.
마을 빨래터엔 노란 개나리가 꽃을 틔우려고 애를 쓰고 있다. 마을을 여기저기 돌아보면 체험관도 상당하다.
대장간 체험에서부터 목공예 체험, 도자기 체험, 농기구 체험, 짚 물 공예 등의 많은 체험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조오선 문화해설사는 “성벽과 마을 탐방이 끝나면 장터 주막에서 도토리묵과 동동주 한사발 맛보면 낙안읍성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라며 “이마저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마을 안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고향마을의 밤 정취에 푹 젖어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경기도 용인의 한국 민속마을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성 안팎에는 기와집과 초가집 등 108가구에 300여 명의 주민이 아궁이에 불을 피워 밥을 짓고, 밭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낙안읍성은 마을을 둘러싼 성곽과 관아, 민가를 오롯이 간직한 전통고을로, 현재까지도 후손들이 살아가며 마을로서의 기능을 이어가고 있다. 낙안군악과 공동체 제의, 판소리 등 무형유산의 전승지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지방계획도시였던 만큼 잘 정돈된 느낌이다. 동문을 기준으로 우측으로는 관가가, 좌측으로는 민가가 자리하고 있다. 겨우내 이엉을 새로 갈아서인지 지붕 색깔이 더 또렷하다.
성 둘레는 1410m이다. 성곽 위를 한 바퀴 돌고 동헌과 객사, 동네 고샅길을 둘러봐도 한 시간 정도면 너끈하다.
사시사철 풍광도 좋아 남녀노소 누구라도 산책하기에 더 없이 좋은 코스다. 봄이면 개나리·벚꽃 등 봄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이면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리고, 초가지붕엔 탐스런 박들이 이리저리 뒹군다.
낙안읍성 일주는 입구인 동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우선 성곽 위를 한 바퀴 돌고, 객사를 거쳐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속내를 두루 보는 코스가 좋다.
동문을 출발해 북쪽 성벽을 거쳐 서문, 남문, 동문을 잇는 성벽 일주를 끝낸 뒤 다시 동문을 출발해 동헌과 자료관을 거쳐 마을 길로 접어들면 된다. 총 거리는 2.5km안팎밖에 되지 않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해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객사와 동헌 뒤를 지날 즈음 마을 안을 내려다보면 수많은 거목이 눈에 들어온다. 수령 300∼600년으로 추정되는 노거수 32그루가 가부좌를 틀고 낙안읍성의 역사를 지켜왔다. 이중 15그루는 지방기념물로 지정됐다.
낙안읍성에는 북문이 없다. 짐승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북문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서문을 지나 성 서남쪽 성벽에 다다르면 대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빈길등(嶝)’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조선 태조 6년 왜구가 침입하자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왜구를 토벌한 이 고장 출신 김빈길 장군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대나무 숲은 전쟁 때 죽창과 바구니 등을 제작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한다. 빈길등에 서면 낙안읍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망 포인트다. 겹겹이 이어지는 초가지붕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남쪽 성벽은 낙안읍성 주민들의 살림살이를 엿 볼 수는 재미가 있다. 마당에 백구가 뛰놀고 곡괭이·호미 등 전통 농기구 등이 햇살을 품은 황토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다. 마을 안으로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참고 남쪽 성벽을 계속해서 걸으면 출발지인 동문에 도착한다.
성곽 한 바퀴를 모두 돌고 나면, 이제 동네 고샅길을 거닐 차례다. 동문에서 마을 주 도로를 따라 객사와 동헌·낙민루, 낙민관 등을 먼저 둘러본다. 주 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임경업 장군 선정비각을 만난다. 1626년 서른둘의 임경업 장군은 이곳에 군수로 부임해 백성들을 따뜻하게 보살폈다. 동헌 옆의 낙안읍성 자료실은 낙안읍성 주민들의 과거 생활상을 볼 수 있다. 관아를 모두 둘러본 뒤에는 본격적으로 마을 탐방에 나선다.
마을 길은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돌담길이 절경이다. 동네 고샅길을 기웃거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리들이 골목 도랑물에서 줄을 지어 이동하고, 순한 눈의 누렁이가 따스한 겨울 볕을 쐬며 조는 모습도 놓치기 아깝다.
마을 빨래터엔 노란 개나리가 꽃을 틔우려고 애를 쓰고 있다. 마을을 여기저기 돌아보면 체험관도 상당하다.
대장간 체험에서부터 목공예 체험, 도자기 체험, 농기구 체험, 짚 물 공예 등의 많은 체험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조오선 문화해설사는 “성벽과 마을 탐방이 끝나면 장터 주막에서 도토리묵과 동동주 한사발 맛보면 낙안읍성의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라며 “이마저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마을 안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고향마을의 밤 정취에 푹 젖어보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