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 비우고 쉬엄쉬엄 명상 삼매경
2011년 02월 14일(월) 00:00 가가
〈 6 〉 송광사∼선암사 천년불심 길
선암사 원통전 담장 뒤편에는 선암매(仙巖梅) 길이 있다. 길 오른쪽으로 붉은 빛을 띤 홍매화가, 길 왼쪽에는 푸른색이 감도는 청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해 겨울햇살을 머금고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생태수도 순천(順天). 그곳에는 천년고찰 두 곳이 동서(東西)에 둥지를 틀고 있는 조계산이 있다.
산 동쪽으로는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의 직할 사찰인 태고총림 선암사가, 서쪽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림 승보종찰 송광사가 자리하고 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은 조계산을 동서(東西)로 가로 지는 6.6㎞의 산자락 숲길이다. 조계산 둘레길인 셈이다.
두 천년고찰이 자리한 덕에 순천 남도 300리길 중 ‘천년 불심 길’로도 불린다.
유서깊은 두 고찰도 살펴보고 가벼운 등산도 즐길 수 있는 탓에 정상인 장군봉(884m)으로 오르는 등산길보다는 이 길을 택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선암사∼송광사 길은 선암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오르는 1.4km의 숲길은 ‘전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아름답고 단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첫걸음부터 상쾌함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동장군 때문에 계곡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빙벽 밑으로 조심스럽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봄이 지척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선암사는 자연수목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무와 꽃이 지천이다. 계절별로 다른 색깔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선암매(仙巖梅·천연기념물 제488호)는 곧 움을 틀 것 같다.
붉은빛을 띤 홍매화와 푸른 기운이 감도는 청매화, 눈 부시게 하는 흰 백매화가 곧 있으면 선암사를 가득 메울 것으로 보인다. 절 주변으로는 야생 차밭이 흐드러지게 널려 있다.
숲인지 차밭인지 쉽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암사 야생차는 호남 제일 선원인 칠전 선원과 함께 천년을 이어오며 ‘선다일미’(禪茶一味)의 차 문화를 계승한 귀중한 유산이다.
가을에는 선암사 우측으로 이어지는 운수암 가는 길도 장관이라고 한다.
1㎞ 이상이 은행나무로 뒤덮여 가을 운치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선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지방문화재자료 제214호인 ‘뒤 깐’(해우소)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되고 가장 멋들어진 ‘해우소’로 손꼽힌다.
선암사를 실컷 돌아보고 절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큰 굴목이재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송광사로 향한다. 큰 굴목이재까지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이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피톤치드 탓인지 발길도 가볍고, 머리도 맑아진다. 사색과 명상하기 딱 좋은 길이다. 왜 이곳에 두 고찰이 둥지를 틀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듯하다.
선암사∼송광사 산길은 골짜기를 따라간다. 물소리, 새 소리, 바람소리가 유일한 산길 친구가 된다. 산속 숲길은 옛길이 주는 풍경과 아름다움만으로 충분하다.
산중엔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대부분이다. 박달나무, 벚나무, 갈참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수목도 함께 어우러져 숲길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조계산에는 ‘굴목재’라는 명칭이 참 많다.
나무가 굴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숲 곳곳에 숯가마 터도 눈에 띈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숯굿막’ 이라고 불렀다. 이는 숯굿(숯가마)와 숯막(숯 굽는 사람들의 움막)이 합쳐진 말이다. 옛날 조계산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숯가마가 있었고, 생산량도 상당했다.
큰 굴목이재를 넘으면 바로 보리밥집이다. 등산객들에게는 유명한 집이다. 맑은 공기 속에 2시간 정도 걸은 뒤 맛보는 보리밥이라 더 꿀맛이다. 보리밥과 함께하는 솔잎주와 막걸리 한잔은 잠시나마 피로감도 잊게 한다.
송광 굴목이재를 거쳐 송광사 계곡길로 하산을 한다. 계곡 끝에 나타나는 빽빽한 굵은 대나무숲을 지나면 계곡물을 끼고 절집이 연결된 거대사찰 송광사에 이른다.
한국 선종의 대수도도량으로서 유서깊은 승보사찰(僧寶寺刹)인 송광사는 통도사·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히는 절이다.
계곡에 맑고 시원한 물이 항시 흐르고 울창한 노송들이 들어선 송광사는 1천여 년 동안이나 수많은 스님을 배출한 스님들의 사관학교이기도 하다. 작년에 입적한 법정스님의 자취는 여전했다. 여전히 법정스님의 법어들이 플래카드에 쓰여져 있고, 아직도 스님을 기리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기왓장에 적힌 글귀도 스님을 기리는 것들이다.
송광사를 둘러본 뒤 내려오는 길 우측으로 30∼40m이상 높이 자란 편백나무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4시간 여 동안 걸어온 지친 다리를 쉬기 좋은 장소다.
순천시 문화해설사 김대리사씨는 “송광사와 선암사는 조계종과 태고종으로 종단이 틀리긴 하지만, 1000여 년을 이곳 조계산에서 부처님을 모셔왔다”라며 “조계산 송광사∼선암사 길은 우리나라 불교 양대산맥인 두 천년고찰과 사시사철 다른 색깔이 있는 조계산의 멋과 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산 동쪽으로는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의 직할 사찰인 태고총림 선암사가, 서쪽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림 승보종찰 송광사가 자리하고 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은 조계산을 동서(東西)로 가로 지는 6.6㎞의 산자락 숲길이다. 조계산 둘레길인 셈이다.
유서깊은 두 고찰도 살펴보고 가벼운 등산도 즐길 수 있는 탓에 정상인 장군봉(884m)으로 오르는 등산길보다는 이 길을 택하는 등산객들이 많다.
선암사∼송광사 길은 선암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오르는 1.4km의 숲길은 ‘전국 아름다운 숲’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아름답고 단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첫걸음부터 상쾌함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입춘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동장군 때문에 계곡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빙벽 밑으로 조심스럽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봄이 지척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붉은빛을 띤 홍매화와 푸른 기운이 감도는 청매화, 눈 부시게 하는 흰 백매화가 곧 있으면 선암사를 가득 메울 것으로 보인다. 절 주변으로는 야생 차밭이 흐드러지게 널려 있다.
가을에는 선암사 우측으로 이어지는 운수암 가는 길도 장관이라고 한다.
1㎞ 이상이 은행나무로 뒤덮여 가을 운치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선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지방문화재자료 제214호인 ‘뒤 깐’(해우소)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되고 가장 멋들어진 ‘해우소’로 손꼽힌다.
선암사를 실컷 돌아보고 절 입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큰 굴목이재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송광사로 향한다. 큰 굴목이재까지는 편백나무와 삼나무 군락이 하늘을 향해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오르막길이 계속되지만, 피톤치드 탓인지 발길도 가볍고, 머리도 맑아진다. 사색과 명상하기 딱 좋은 길이다. 왜 이곳에 두 고찰이 둥지를 틀었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듯하다.
선암사∼송광사 산길은 골짜기를 따라간다. 물소리, 새 소리, 바람소리가 유일한 산길 친구가 된다. 산속 숲길은 옛길이 주는 풍경과 아름다움만으로 충분하다.
산중엔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가 대부분이다. 박달나무, 벚나무, 갈참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수목도 함께 어우러져 숲길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조계산에는 ‘굴목재’라는 명칭이 참 많다.
나무가 굴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숲 곳곳에 숯가마 터도 눈에 띈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을 ‘숯굿막’ 이라고 불렀다. 이는 숯굿(숯가마)와 숯막(숯 굽는 사람들의 움막)이 합쳐진 말이다. 옛날 조계산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숯가마가 있었고, 생산량도 상당했다.
큰 굴목이재를 넘으면 바로 보리밥집이다. 등산객들에게는 유명한 집이다. 맑은 공기 속에 2시간 정도 걸은 뒤 맛보는 보리밥이라 더 꿀맛이다. 보리밥과 함께하는 솔잎주와 막걸리 한잔은 잠시나마 피로감도 잊게 한다.
송광 굴목이재를 거쳐 송광사 계곡길로 하산을 한다. 계곡 끝에 나타나는 빽빽한 굵은 대나무숲을 지나면 계곡물을 끼고 절집이 연결된 거대사찰 송광사에 이른다.
한국 선종의 대수도도량으로서 유서깊은 승보사찰(僧寶寺刹)인 송광사는 통도사·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히는 절이다.
계곡에 맑고 시원한 물이 항시 흐르고 울창한 노송들이 들어선 송광사는 1천여 년 동안이나 수많은 스님을 배출한 스님들의 사관학교이기도 하다. 작년에 입적한 법정스님의 자취는 여전했다. 여전히 법정스님의 법어들이 플래카드에 쓰여져 있고, 아직도 스님을 기리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기왓장에 적힌 글귀도 스님을 기리는 것들이다.
송광사를 둘러본 뒤 내려오는 길 우측으로 30∼40m이상 높이 자란 편백나무 숲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4시간 여 동안 걸어온 지친 다리를 쉬기 좋은 장소다.
순천시 문화해설사 김대리사씨는 “송광사와 선암사는 조계종과 태고종으로 종단이 틀리긴 하지만, 1000여 년을 이곳 조계산에서 부처님을 모셔왔다”라며 “조계산 송광사∼선암사 길은 우리나라 불교 양대산맥인 두 천년고찰과 사시사철 다른 색깔이 있는 조계산의 멋과 자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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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암사 입구 계곡엔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인 승선교(보물 400호)가 걸려있다. 속계에서 선계로 오른다는 다리다. |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