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寺로 가는 눈덮인 길 꿩 발자국만 점점이
2011년 01월 24일(월) 00:00 가가
<4> 장흥 신덕마을~보림사
장흥 보림사를 둘러싸고 가지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숲길. 70∼400년생 비자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으며 숲길에 들어서면 비자나무의 특유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하늘은 마침 푸르고도 넓어라/ 오늘은 산책하기에 좋은 날/ 흰구름 바라만 봐도 배부르고/ 거닐면서 읊조리니 노래가 되네’〈박제가 ‘집에 머물면서’〉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는 게 겨울 도보 여행이다. 아무리 걷기 열풍이라지만 매서운 겨울 바람에 코끝이 새빨개지는 추위를 참아내고 걷기란 쉽지 않은 게 요즘이다.
그래도 장흥 유치면 신덕마을에서 보림사로 이어지는 5.6 ㎞ 길은 겨울 제 맛이다.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구부정한 논둑길과 긴 장대를 걸쳐놓아도 될 듯한 수려한 풍광의 계곡과 가지산 자락은 찬바람을 헤치고 걸어볼만한 코스다.
장흥읍에서 한우와 키조개, 버섯 삼합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유치면 반월리에 조성된 강성서원과 선사유적지, 장수풍뎅이마을 등을 거쳐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첫 걸음은 신덕마을부터 시작한다.
이 일대는 슬로시티 걷기 체험 여행이라도 열리면 보림사 야생녹차밭, 생태탐방로와 함께 빠지지 않는 ‘명소’다.
신덕마을은 장흥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다. 천봉산 중턱 해발 350m 지점에 자리 잡은 마을은 두껍게 쌓인 눈밭에 둘러싸여 겨울 정취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다. 특히 신덕 마을에서 눈에 띄는 풍경은 산 중턱에 모여있는 전통 한옥.
지난 2009년 8동의 한옥 민박단지가 처음 조성됐고 최근 800m 가량 올라간 산 중턱에 24개 동이 추가로 들어서면서 고즈넉한 ‘한옥 별천지’로 만들어졌다.
‘착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유기농법과 순환농법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 있는 것도 이곳 농가의 특징으로, 지난 1994년부터 3무(무화학농약·무화학비료·무화학제초)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신덕마을에서 차량 한 대가 지나갈법한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 운치있는 숲길은 좁지도 넓지도 않다. 최근에 내린 눈이 쌓이면서 온통 하얗게 변했고 소복하게 쌓인 눈길 위에 찍힌 꿩 발자국만 보일 뿐이다.
이 순백의 겨울 숲길은 보림사 앞 5.6㎞ 구간 내내 이어지고 걷는 동안 좁은 협곡이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동행한 김순옥(57) 문화유산해설사는 “긴 간짓대를 걸쳐놓아도 될 듯한 계곡”이라며 “4계절 등산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계절에는 느낄 수 없는 차가운 겨울의 서정을 만끽하려는 등산객들이 발길도 이어진다고 했다. 완만한 내리막과 능선으로 이어져 걷기에 큰 어려움도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흰 입김을 뿜으면서 걷다 보면 몸이 스스로 발산하는 열기로 후끈하다.
보림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이 길만 있는 게 아니다. 경사가 없어 걷기 편하면서도 차량 통행도 드문 탓에 임도가 아닌,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선택해도 좋다.
장흥군청 관계자는 “이 구간은 아스팔트로 포장됐지만 지나가는 차량이 하루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라며 마라닉 코스(마라톤+피크닉)로 추천하기도 했다. 지금은 버스가 다닐 정도로 말끔히 포장됐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이 길은 주민들이 면소재지까지 장보러 다니던 옛길이라고 한다. 가지산 자락에 숨어있던 외딴 마을 주민들이 이 길을 따라 굽이굽이 언덕길을 넘어 오일장을 보러 가던 길이다. 남정네들이 장에서 자식 먹일 고기 한 근, 생선 몇 마리 사 한 손 매달고 돌아오던 그 길이다.
김 해설사는 “도로가 좁아 버스도 다니지 않던 임도가 2차로 포장길로 바뀌고 하루 몇 차례 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민들 삶도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옛 기억을 떠올린 주민들도 현재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귀를 에는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언덕길을 따라 응달엔 눈이 지천이고 길 따라 이어진 계곡은 고즈넉했다. 여름, 계곡을 가득 채웠던 물 소리는 얼어붙었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보림사는 슬로시티 걷기 여행의 종착지. 주민들에겐 포근한 안식처나 다름없는 보림사는 국내 사찰 중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온 사찰로 국보를 포함한 보물과 유형문화재 등이 많은 고찰이다.
보림사를 둘러싼 산책로는 가지산 등산로(3시간 코스)와 비자나무 산림욕장, 소나무산림욕장 등 세 갈래 산책로로 나뉘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비자나무 산림욕장의 경우 70∼400년 이상 된 비자나무와 야생 녹차가 자생하고 있는 탓에 숲길에 들어서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난다. 장흥군 관계자는 “비자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피톤 치드는 정신적인 안정과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 일대 산책로는 완만한 평지라 노약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는 게 겨울 도보 여행이다. 아무리 걷기 열풍이라지만 매서운 겨울 바람에 코끝이 새빨개지는 추위를 참아내고 걷기란 쉽지 않은 게 요즘이다.
장흥읍에서 한우와 키조개, 버섯 삼합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유치면 반월리에 조성된 강성서원과 선사유적지, 장수풍뎅이마을 등을 거쳐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첫 걸음은 신덕마을부터 시작한다.
이 일대는 슬로시티 걷기 체험 여행이라도 열리면 보림사 야생녹차밭, 생태탐방로와 함께 빠지지 않는 ‘명소’다.
신덕마을은 장흥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다. 천봉산 중턱 해발 350m 지점에 자리 잡은 마을은 두껍게 쌓인 눈밭에 둘러싸여 겨울 정취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다. 특히 신덕 마을에서 눈에 띄는 풍경은 산 중턱에 모여있는 전통 한옥.
‘착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유기농법과 순환농법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고 있는 것도 이곳 농가의 특징으로, 지난 1994년부터 3무(무화학농약·무화학비료·무화학제초) 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이 순백의 겨울 숲길은 보림사 앞 5.6㎞ 구간 내내 이어지고 걷는 동안 좁은 협곡이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동행한 김순옥(57) 문화유산해설사는 “긴 간짓대를 걸쳐놓아도 될 듯한 계곡”이라며 “4계절 등산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계절에는 느낄 수 없는 차가운 겨울의 서정을 만끽하려는 등산객들이 발길도 이어진다고 했다. 완만한 내리막과 능선으로 이어져 걷기에 큰 어려움도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흰 입김을 뿜으면서 걷다 보면 몸이 스스로 발산하는 열기로 후끈하다.
보림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이 길만 있는 게 아니다. 경사가 없어 걷기 편하면서도 차량 통행도 드문 탓에 임도가 아닌,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선택해도 좋다.
장흥군청 관계자는 “이 구간은 아스팔트로 포장됐지만 지나가는 차량이 하루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쉽게 걸을 수 있는 코스”라며 마라닉 코스(마라톤+피크닉)로 추천하기도 했다. 지금은 버스가 다닐 정도로 말끔히 포장됐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이 길은 주민들이 면소재지까지 장보러 다니던 옛길이라고 한다. 가지산 자락에 숨어있던 외딴 마을 주민들이 이 길을 따라 굽이굽이 언덕길을 넘어 오일장을 보러 가던 길이다. 남정네들이 장에서 자식 먹일 고기 한 근, 생선 몇 마리 사 한 손 매달고 돌아오던 그 길이다.
김 해설사는 “도로가 좁아 버스도 다니지 않던 임도가 2차로 포장길로 바뀌고 하루 몇 차례 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민들 삶도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옛 기억을 떠올린 주민들도 현재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귀를 에는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언덕길을 따라 응달엔 눈이 지천이고 길 따라 이어진 계곡은 고즈넉했다. 여름, 계곡을 가득 채웠던 물 소리는 얼어붙었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보림사는 슬로시티 걷기 여행의 종착지. 주민들에겐 포근한 안식처나 다름없는 보림사는 국내 사찰 중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온 사찰로 국보를 포함한 보물과 유형문화재 등이 많은 고찰이다.
보림사를 둘러싼 산책로는 가지산 등산로(3시간 코스)와 비자나무 산림욕장, 소나무산림욕장 등 세 갈래 산책로로 나뉘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비자나무 산림욕장의 경우 70∼400년 이상 된 비자나무와 야생 녹차가 자생하고 있는 탓에 숲길에 들어서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난다. 장흥군 관계자는 “비자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피톤 치드는 정신적인 안정과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 일대 산책로는 완만한 평지라 노약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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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