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찾은 나주시 봉황면 봉황농공단지는 문을 닫은 폐기물업체로 인해 심한 악취를 풍겼다. 전남도 내 농공단지 중 조성된 지 20년이 지난 노후 단지가 무려 72.5%에 이르고 있어 추가 투자가 시급하며, 산업 구조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혁신도시 조성과 함께 소위 전남에서 ‘뜨고 있는’ 지자체가 나주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산업정책 측면에서 보면 지역 차원의 프로젝트로 추진됐던 나주미래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전면 보류, 농공단지 노후화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나주시를 통해 전남 22개 시군의 산업정책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 나주 미래산단 전면 보류가 주는 교훈=전국 최초의 민간투자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인 나주의 미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인근 주민들에게 그야말로 ‘단비’였다.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봉황면과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다 오랫동안 지역에 대한 공공·민간투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었다.

부지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배은수(59)씨는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우선 사람들이 늘어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며 “당시 토지소유주들도 모이면 땅을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어디에 쓸지 이야기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산단은 현재 토지보상을 무기한 연기한 채 개발계획 자체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왕곡면 덕산리와 동수동 일대 286만여㎡에 민간투자 방식으로 조성될 예정이었던 ‘미래일반산업단지’는 자금조달, 다시 말해 PF(Project Financing)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전면중단된 것이다.

이번 사업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이 개발하는 산업단지에 민간기업이 자본을 투입해 조성하는 방식으로 당시에는 전국 최초였으며, 산단 개발을 위해 설립된 SPC(특수목적법인)에 나주시도 20% 가량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어 나주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나주시에 반발하고 있으나 나주시는 “금융위기 여파로 위축된 금융권이 시공사 측에 자금을 풀지 않고 있어 개발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보상을 기대하며 1년 농사를 망치고 ‘미래’까지 날린 주민들은 나주시가 민간 사업자만 바라보며 사업을 추진, 결국 주민들에게 피해를 떠넘긴다며 비난하고 있다.

임영기(44)씨는 “부지 내 과수농가 대부분이 농사를 짓지 못했으며,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로 지금도 제대로 농사일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자체가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 방침을 수립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나주 미래산단의 ‘실패’의 근간에는 특징 없는 일반산업단지 조성, 주민들의 지나친 요구 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업단지에 들어설 핵심산업을 정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금속가공제품제조업·바이오 농업생물산업·전자부품·통신장비 등 포괄적인 제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혁신도시 조성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산업단지는 물론 인근에 해당하는 광주와도 차별화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평당 10만원 정도의 땅 값도 산단 조성에 걸림돌이었다. 일부 토지소유주들은 이보다 더 요구하기도 했다. 높은 토지보상가는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나주 미래산단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

나주시 관계자는 “일부 토지소유주들이 혁신도시와 비교해 토지보상가를 요구하면서 민간 투자자들이 곤혹을 치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영광 대마산단이 ‘전기차’를 들고 나왔듯 나주 미래산단과 국가의 미래핵심 정책 또는 첨단산업과 연계짓고, 주민들이 민간투자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면 그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주에서 사료공장을 운영하는 조상현(57)씨는 “나주시에서 산업단지를 분양하면서 3000평 단위로 필지를 나눴는데 시골에서 공장 운영하면서 이렇게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몇 군데나 되겠나”고 반문하며 “나주시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그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일반기업이면 이미 부도났을 것”이라고 나주시 산업정책을 맹비난했다.

◇ 20년 이상이 70% 넘는 전남 농공단지=전남지역 농공단지 40곳 중 지난 1991년 이전에 조성된 곳은 무려 29곳에 이른다. 단순히 오래돼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것은 물론, 악취나 매연이 심한 ‘굴뚝’ 산업이 별다른 구조조정 없이 존속하고 있다. 보도에는 통행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곳곳의 공장들이 문을 닫은 채 방치되고 있는 농공단지도 상당수다.

지난 1989년 조성된 나주시 봉황면의 봉황농공단지는 들어서자마자 심한 악취를 풍겼다. 폐기물처리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폐기물 더미가 그대로 쌓인 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는 각 업체들이 내놓은 대형 쓰레기로 차 있었으며, 폐기물 업체 건너편의 공장 2곳의 문도 닫혀 있었다.

맨홀 공장을 운영한다는 강모(50)씨는 “단지 자체가 23년이나 돼 열악한데다 이후 투자가 안 된 것은 물론 업체들도 대부분 과거 지향적인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인근 지역주민과의 교류가 있을 리 없다. 대부분의 업체 종사자들이 차량을 통해 농공단지에서 일한 뒤 곧 자신의 주거지나 시내로 빠져나가면서 오후 7시 이후에는 인적이 끊긴다는 것이 강씨의 설명이다.

따라서 농공단지의 경우 주변 주민들의 취업 증진, 지역산업과의 연계, 지역 내 생산 농수산물 처리 등의 목표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남도 내 조성이 완료된 농공단지는 목포 산정농공단지 등 40곳이며, 나주 노안 등 10곳이 조성중이다. 또 장흥 등 2곳에서는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특성이 반영된 농공단지 조성으로 기업이 필요한 산업용지를 적기에 공급하고, 앞으로 농공단지 조성시에는 친환경 자재를 적용하고, 지역 생산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겠다”고 설명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