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시성(江西省)의 명산.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산칭산(三淸山)·롱후산(龍虎山)·루산(廬山)은 강서성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최근 5일동안 산을 오르내리며 풍경을 둘러봤다.

◇ 천하비경 산칭산=천혜의 자연경관을 오롯이 품은 산칭산(해발 1817m). 이곳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때는 2000년대 초반부터다. 산칭산 관광은 총 길이 4km의 케이블카를 이용해 수직으로 솟은 기암절벽과 산세를 둘러보며 진행된다.

8인승 케이블카가 산 한고비를 넘자 발 아래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바다와 저녁노을·달밤·시냇물·호수·폭포 등이 경탄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세 개의 산봉우리들은 거대한 죽순처럼 푸른 하늘을 찌르고 맑은 계류는 천고만협의 사이를 누비며 흐른다.

때로는 유유하고 장엄한 자태가, 때로는 험준하고 수려한 모습이 감탄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선계(仙界)의 비경이 따로 있을까. 저마다 허리춤에 구름 띠를 두른 높은 봉우리 사이로 운무가 바다를 이루더니 한 줄기 바람이 불자 낮게 깔린 구름이 용틀임을 한다.

깎아지를 듯한 암벽 사이로 난 등산로에 비친 천혜의 비경은 등산객들로 하여금 절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아득한 봉우리마다 골과 기암절벽들이 구름 바다 사이로 숨어든다.

눈을 돌리자 이번엔 산봉우리 사이로 석조석각(石彫石刻)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깎아지른 듯 뾰족한 바위들이 천 길을 솟아올라 있다.

군데군데 뿌리 내린 소나무는 천년의 정취를 뽐내고 있다. 기이한 형상이 마치 도교의 시조인 옥청(玉淸)·상청(上淸)·태청(太淸)이 봉우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아 이름 붙여진 삼청산은 어딘가에 있을 선인들의 낙토(樂土)를 꿈꾸게 한다.

▲ 산칭산=해발 1817m의 위징봉(玉京峰)을 주축으로 절경을 지니고 있다. 도교의 문헌에서는 이 산을 중국의 ‘72복지지’(七十二福地) 중 한 곳으로 꼽고 있다. 당(唐)나라 때는 ‘삼청복지’(三淸福地)라고 불렸다. 고대의 많은 관리와 도사들이 이곳을 찾아 도관을 세웠으며, 시인 묵객들이 유람하면서 숱한 명구(名句)를 남겼다.

산악은 경치를 위주로 해 동쪽은 험준하고 서쪽은 기이하며, 북쪽은 수려하고 남쪽은 절묘하다. 옛 부터 ‘타이산의 웅장함과 화산의 험준함, 황산의 기이함과 루산의 수려함을 두루 겸비하였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중국 장시성의 성도(省都)인 난창(南昌)에서 차로 달린 지 4시간30분.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아 우리나라 방문객들은 거의 없다. 연평균기온은 10∼12℃이며, 전국중점풍경명승지로 지정됐다.

◇ 도교(道敎)의 발원지, 롱후산=3㎞에 걸쳐 수직으로 치솟은 기암절벽과 산세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수많은 봉우리로 이어진 롱후산은 마치 호랑이가 업드린 듯한 산세와 용이 휘감아 도는 자세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롱후산 중턱에 올라서면 중국 시골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독특한 지질구조로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받은 곳이다. 산 밑에 롱후산을 휘감아 도는 강에서는 대나무 뗏목을 타고 유람을 하는데, 눈앞에 펼쳐진 기암괴석의 장관은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또다시 시야가 열리면 이번엔 이끼 낀 푸른 절벽 사이로 한 떼의 구름이 바위를 타고 꿈틀꿈틀 올라온다. 영락없이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다. 사방에서 벌어지는 구름과 바람의 조화가 롱후산 비경과 어우러져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도교의 발원지답게 산 정상 곳곳에 도교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기암괴석 절벽에 움푹 패인 깊이 2m, 가로 3∼4m의 동굴 속에는 고대에 만들어진 무덤이 눈에 띈다. 소수 부족들의 장례 풍습인 ‘현장’, 사람이 절벽을 타고 오르내리며 동굴 속에 시신을 매장한 방법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 롱후산=중국 장시성 응담시에 위치한 산. 정일도(正一道))의 본거지로 중국 도교(道敎) 발원지 중 하나이다. 약 1900년 전인 한나라 시기에 도교의 시조인 장도릉이 이곳에서 수련을 하면서 도교(道敎)의 기초를 마련했다.

이때부터 도교는 중국 종교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루시허(廬溪河)의 양쪽 연안에는 롱후산의 기암괴석들이 펼쳐진다. 풍경구는 한 곳에 집중된 형태로 나타난다. 중국 난창에서 차로 약 2시간30분 거리다.

◇ 구름 위를 거니는 명산, 루산=난창에서 버스를 타고 3시간. 운무에 휩싸인 짙푸른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산길을 달리다 보니 한국의 장마철처럼 후텁지근한 날씨는 어느덧 서늘하게 바뀐다. 7∼9월 평균기온이 16.9도. 중국인들에게 피서지로 각광받을 만하다.

해발 1165m의 산마루에 이르자 산과 구름 위의 마을인 고령이 반긴다. 5개의 봉우리가 저마다 웅장하고 교묘한 자태를 자랑하는 오로봉(1358m)에 서면 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산아래서 구름이 밀려 올라와 산 전체가 운해로 바뀐다. 한 폭의 산수화란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루산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도연명은 이곳에 은거하며 도화원기를 짓고 귀거래사를 읊었다. ‘삼첩천을 못 보면 여산행이 헛수고’란 말이 전해질 정도로 3000개가 넘는 계단을 내려가서 만나는 낙차 120m의 3단계 폭포도 장관이다.

다시 계단을 오르려니 까마득하다. 몇몇 관광객은 체중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대나무 가마에 몸을 맡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까지 차는 수고로움 대신 돈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토산품이 즐비한 고령시에서 중국 10대 명차의 하나인 운무차를 맛보고 시내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수와 어우러진 빨간지붕의 별장은 한폭의 수채화다. 루산엔 19세기말 서양인들이 들어와 지은 별장이 1000여 채나 보존돼 있다. 장제스(張介石)와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의 별장도 이곳에 있다. 1937년 장제스와 지언라이 사이에 국공합작이 이루어지고 마오쩌둥, 뎡샤오핑 등 고위관료들의 하계휴양지로 여러 차례 중요한 회의도 열렸다.

▲ 루산=난장산(南障山) 등으로도 불린다. 높이 1600m이다. 381년 진(晉)나라의 고승 혜원(慧遠)이 입산해 수행도량으로 삼은 이래 중국 정토종(淨土宗)의 성지가 돼 산속에 300여 개를 헤아리는 사찰이 들어서 있다. 고승과 문인 묵객들이 끊임없이 찾아들어 많은 명소·유적과 시화(詩畵)가 남아 있다.

많은 사찰은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란때 소실되고, 둥린사·시린사를 비롯한 40여 개의 절이 현존하고 있다. 산정에 가까운 구링은 19세기 말 영국인 선교사에 의해 피서지로 개발된 뒤, 현재 휴양지로 유명하다.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대나무 뗏목. 관광객들은 대나무 뗏목을 타고 롱후산의 비경을 둘러 볼 수 있다. 오른쪽은 루산에 위치한 낙차 120m 의 3단계 폭포.

/글·사진=이종행 기자 go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