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로 진학시키는 광주지역 학부모와 학생들은 매년 신학기가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자녀 혹은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될 수 있을 지 여부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 똑같은 학교일 텐데, 광주의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처럼 특정학교 진학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공립과 사립의 교육격차를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공·사립 학교의 교육격차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년 ‘선지원 후배정’으로 결정되는 광주의 고교 배정에서 사립학교의 지원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명문 사립고가 밀집돼 있는 일부 지역에는 집값까지 오르고 상류층이 몰려드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공·사립간 교육격차에 대해 살펴봤다.

◇ 사립고교 선호 현상 뚜렷=광주지역 일반계 고등학교는 국립 1개교, 공립 13개교, 사립 31개교 등 모두 45개교가 있다. 지역별로는 동구 5개교, 서구 8개교, 남구 11개교, 북구 13개교, 광산구 8개교다. 남구의 11개 고교는 모두 사립이며, 북구도 13개교 중 10개교가 사립이다. 사립고교가 많은 남구는 ‘교육 특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부모들이 거주를 희망하는 곳이다. 북구지역도 최근들어 남구와 함께 학부모들의 거주 선호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립고교 선호 현상은 2010학년도 고입 배정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입학정원의 40%를 배정하는 선지원에서 공립은 1.8대1의 경쟁률을 보인 반면 사립은 공립보다 1.5배가 높은 2.8대 1을 기록했다. 최종 배정 결과에서도 중학교 내신 석차 백분율 3% 이상의 상위권 성적 학생이 공립은 138명, 사립은 374명이 배정됐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의 대입성적이 좋은 것은 우수 신입생이 많이 배정되는 것도 한 원인”이라면서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는 사립이 공부를 잘 가르친다는 정보가 널리 퍼져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학부모들은 원하는 사립중·고교에 보내기 위해 타지역으로 자녀를 전학 보냈다가 재전학을 오는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사립 학교 ‘성적 우세설’ 근거는=그렇다면 사립학교의 ‘성적 우세설’은 사실일까? 일단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발표한 각종 성적을 종합하면, 광주의 사립고교 성적이 공립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0학년도 대입 광주지역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 현황을 보면 특목고인 광주 과학고와 국립인 전대사대부고를 제외하고는 합격자 상위 10위 내에 사립고교들만 이름을 올렸다.

2009학년도에도 똑같은 양상을 보였다. 2009학년도 4년제 대학 평균 진학률에서도 광주 광덕고가 전국 6개 광역시 337개 고교에서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한 고려고와 금호고·설월여고·동신고·송원고 등 사립학교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사립고의 강세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립고의 교육방식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학생이 고교 1차 지망에서 사립으로 몰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사립학교의 특성상 성적우수 학생 위주로 교육에 올인하는 탓에 소위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겪는다는 견해도 있다.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 우열반 편성은 기본이고, 야간 심화학습, 기숙사 운영 등 수월성 교육에 치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광주의 한 공립고 교장은 “고교 배정 때 성적 우수 학생이 사립고교로 몰리다 보니, 대입에서도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시작부터가 다른데 대학진학의 결과만 보고 공·사립의 실력격차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립고의 교사는 “고교 1학년 때 입학 성적과 졸업 때의 성적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전체 학생의 성적 향상도를 봤을 땐 공립학교가 사립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공립학교도 대변화 시동=공립학교의 명성이 실추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광주를 대표하는 광주일고와 광주고·광주여고·전남여고 등 4대 명문 공립고교의 성적 침체가 꼽힌다.

한 예로 실력 광주’의 대표 주자였던 광주일고는 고교 평준화 이후 학력이 떨어지면서 한때 ‘천덕꾸러기 공립고교’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고등학교 평가의 잣대가 되고 있는 서울대 합격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해도 있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이들 4대 공립고에선 교사와 학생·학부모·동문이 힘을 합해 ‘명문고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공립고 진학=실력 저하’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올해에는 광주일고 등을 1차로 지명하는 신입생의 숫자도 전년보다 크게 향상됐다는 게 시 교육청의 설명이다. 광주일고와 광주고는 또 올해 초 ‘자율형 공립고’로 지정돼 내년 3월부터 명문고를 향한 대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수완고 등 신흥 공립고교도 학생 맞춤형 수업 등 차별화된 교육으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인기를 끌며 신흥 명문고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광주고 김용하 교장은 “공·사립의 교육격차는 없다. 다만 학교 구성원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학생의 실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박진표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