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좋은 도시는 어떤 도시일까? 개념적으로 보면,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자랑스러움을 주고,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도시이겠지만, 그 모습은 시대나 지역은 물론, 처한 상황, 가치관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고대에는 풍수지리적 조건이나 노자가 말한 인간세계와 멀리 떨어진 자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향이었다.

또 도시계획가 비트르 비우스가 신성한곳, 공적인 곳, 사적인 곳으로 구분한 이상도시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물이나 산 등 자연이 중시된 도시의 입지형태에 관한 것들이었다. 산업혁명 전후에 사회학자 등이 제안했던 이상도시나 전원도시론은 토지이용에 관한 것이 중심이었으나, 자연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였다. 그 후 긴 세월이 흐른 현재는 바탕으로서의 자연(도시)과 구조물로서의 건축간 조화가 중점이 되고 있다.

이는 건축을 건축답게 하는 것은 자연(도시)이고, 자연(도시)를 자연답게 하는 것은 건축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주택은 도시문화의 표현이자, 삶과 문화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도시건축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의 선진도시들이 주택의 존재방식을 삶과 문화, 도시경관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이유도 여기 있는데, 이의 대표적 예가 걷고 싶은 도시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는 15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일본의 교토(京都)이다. 1년에 5000만명의 관광객이 찿는 교토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생활양식을 수용한 인간 척도의 주택들로 유명하다. 이들 주택이 모여 형성된 마을 속에서 이웃간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맑은 물이 흐르는 실개천의 통로가 되고 있는 골목길이 거대도시에서 흔히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긴장감 대신에 편안하고 친근한 전원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전통가옥에서 전통가업으로 계승하고 있는 카페, 라면집, 전통식당 등은 더욱 인간적 느낌을 만들고 있다. 고 강병기 교수의 걸어서 즐거운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이고, 이는 토지이용이 거대하게 단일화돼 버린 살풍경의 도시가 아니라, 세심하게 배려된 인간냄새가 나는 즐거운 전경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도시인 것이다.

이처럼 도시에는 사회적 약자와 강자가 함께 하는 계층의 중층성, 어른이나 젊은이들이 함께 하는 세대의 중층성,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함께 하는 문화의 중층성 등이 공존할 수 있는 주택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주택이 주택답기 위해서는 경험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예술이고, 예술가가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항상 만날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을 갖는 골목길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도시의 활력과 안전도 보장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들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치유하지 않으면 활력을 담보할 수 없는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 중심에 고층 아파트가 있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아파트가 점령군처럼 도시의 이곳저곳을 점거하면서, 전통적 삶 문화의 경시, 계층문화의 형성, 다양성 결여, 저출산·고령화에의 대응력 부족, 도시경관의 왜곡, 공동체 의식 붕괴, 저탄소 녹색에의 취약 등의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거기에 주택을 주택답게 해야 할 도시공간도 복개된 실개천의 물과 공기의 오염, 토양과 녹지의 파괴, 삶을 위협하는 자동차와 소음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제 우리 도시들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과 함께, 우리의 삶 문화에 적합한 주택의 타입이나 형태 만들기와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갖는 도시 만들기에 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조용준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