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고향인 영국 리버풀은 정부-지자체-시민 협력모델을 통해 문화 관광 산업 도시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항구도시인 리버풀은 도시의 문화자산을 문화마케팅과 접목해 문화산업을 일으키고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풍부한 자연자원과 문화를 산업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1980년대 후반 리버풀 당국은 민간업자인 MDC(Merseyside Develope Corporation)와 협력 사업을 통해 관광·레저 중심 전략을 추진했다.

특히 리버풀은 문화 산업 인력과 인재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영화, 비디오, 방송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지원, 문화산업 인프라를 확충했다. 또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주택가, 상가, 레스토랑, 예술거리, 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도심 재개발 프로그램(Duke Street)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쇠퇴한 항구를 재생하는 프로그램인 ‘Albert Dock’ 프로그램을 통해 낙후한 선창가 지역도 매력적인 도심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무엇보다 리버풀 당국은 주민들의 협력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현대 및 전통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편, 도심의 주요 예술 시설과 이벤트를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지역 공동체의 예술 개발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했다.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꼽히는 브라질 꾸리찌바시의 성공의 배경도 마찬가지다.

꾸리찌바시가 자연친화적인 도시로 첫발을 디딘 시점은 1970년대 초. 도시의 틀을 바꾸려는 과정은 순탄치는 않았다. 1972년 당시 시장이 시내 상업지역의 혼잡한 자동차 도로 여섯 블록을 과감하게 인도로 변경하는 조치를 단행하자 주변 상인들이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인도가 확충됨으로써 사람의 왕래가 늘어 장사가 잘되자 상인들은 오히려 차 없는 거리를 확대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하게 되었다. 차 없는 도로는 열다섯 블록까지 확대됐다.

결국 꾸리찌바시는 지방정부의 올바른 정책과 주민 참여가 결합해 도시의 지속가능한 환경이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꾸리찌바시의 환경정책의 골자는 환경보호를 위해 처벌(stick)보다는 혜택(carrot)을 중시하는 것이다. 또 정책의 계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 과정이 지난하더라도 모든 이해 당사자의 참여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북쪽으로 200㎞나 떨어진 소도시 랑스(Lens)도 루브르 박물관 분관 유치로 도시의 미래비전을 만들었다.

랑스는 현재 추진 중인 광주문화수도 조성사업과 성격면에서 많이 닮아 있다. 프랑스 정부가 ‘루브르 랑스 프로젝트’라는 지방분권 정책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고,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이라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랑스가 루브르 미술관 분관 유치라는 희망을 일궈낸 것은 광주와 달리 순전히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열정이 밑거름이 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 도시인 가나자와시의 ‘시민예술촌’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옛 방직공장건물 외부를 그대로 보존한 뒤 내부를 음악연습장, 공연장 등 기능별로 공간을 구성한 곳이 시민예술촌이다.

시민예술촌은 일본 내 공립문화시설로는 처음으로 ‘연중무휴·24시간 운영체제’를 도입했다. 시민들은 각 시설 이용자마다 대표격인 ‘시민 디렉터’를 도입해 자율적으로 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스페인의 작은 도시 빌바오도 지방정부의 도시발전 전략이 성공한 사례다. 늘어가는 소장품의 전시공간 부족을 고민하던 뉴욕의 구겐하임 재단과 미술관 유치로 도시를 살리려는 바스크 지방 정부의 복안이 맞아떨어져 탄생한 것이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oa)이다.

이 미술관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최초 해외 분관으로, 파격적으로 지어진 건물의 건축학적 의미나 미술관을 통해 도시 리모델링에 성공한 사례로 더 자주 등장한다. 매년 100만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미술관 하나를 위해 스페인의 지방도시 빌바오를 찾는다고 한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