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매년 겨울이 되면 ‘꽁꽁 얼기’만을 기다렸던 것이 있다. 바로 동네 얼음판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썰매를 만들어 얼음을 지치곤 했던 추억 하나쯤은 있을 테다. 2010년 1월 경남 거창군의 금원산 자연휴양림 일대가 꽁꽁 얼어붙었다. 다음달 15일까지 계속되는 얼음 축제 때문이다.

◇ 금원산 얼음축제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에 위치한 금원산 자연휴양림은 지난 1993년에 개장했다. 그러나 얼음축제를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 그래서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흰 세상, 아니 흰 듯 투명한 세상이 펼쳐진다. 계곡과 나무들이 얼음으로 뒤덮였다. 얼어붙은 계곡 사이로 칼바람이 얼음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온다. 춥다.

이곳 축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얼음 미로’다. 어른 허리 정도까지 쌓아올린 얼음 담장이 복잡한 미로를 만든다. 어른들의 눈높이로야 미로 속에 들어가도 전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지만 어린 아이들은 시야가 가려진다. 어른 역시 눈으로는 담장 너머가 훤히 보여도 담장을 넘기는 어렵다. 높진 않지만 미끄러운 얼음이라는 점 때문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할 듯.

어렵게(?) 미로를 빠져나와 ‘얼음 썰매장’으로 향한다. 최근 스키나 보드가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40대 이상이라면 역시 유년기 겨울철 놀이는 썰매였다. 그래서일까? 썰매장 안에선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더 신나 보인다. 아들에게 썰매 지치는 법을 알려주는 아버지의 표정이 더 아이 같다. 한쪽 구석에선 한 가족이 함께 ‘썰매 레이스’를 벌이기도 한다.

썰매를 지치는 게 지칠 때쯤이면 ‘얼음 미끄럼틀’로 슬그머니 자리를 옮긴다. 70m 길이의 얼음 미끄럼틀 위로 눈썰매용 보드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쾌감이 남다르다. 눈썰매보다 체감 속도가 훨씬 빠르다. 물론 눈썰매 코스도 있다.

‘얼음 미로’를 제외한 ‘얼음 썰매장’과 ‘얼음 미끄럼틀’을 이용하기 위해선 따로 요금을 내야한다. 평일 1시간 기준으로 각각 2천원씩. 주말에는 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따로 시간을 재는 사람도 없다. 시간에 신경 쓰지 말고 좀 더 놀아도 뭐라 그럴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노는 것도 일종의 노동이다. 쉬어줄 필요가 있다. 쉬는 동안 이곳의 별미인 군고구마도 맛보자. 시린 두 손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은 물론 ‘호호’ 불어가며 먹는 그 맛이 꿀맛이다.

얼음조각전도 함께 열려 볼거리가 더욱 많아졌다. 에스키모의 전통적 주거형태인 이글루를 비롯해 다양한 모양의 얼음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올해는 공룡이라는 특별 주제를 정해 유난히 얼음 공룡들이 많다. 야간에는 형형색색 조명과 함께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자연휴양림은 매일 오전 10시에 개장한다. 오후 4시30분 이후로는 얼음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입장료는 어른 1천원, 어린이(만 6세 미만) 300원. 오후 4시30분 이후 얼음 조각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입장료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 문의 055-940-3574.

◇ 금원산 딸기수확 체험

얼음 나라에서 따 먹는 딸기 맛은 어떨까? 갑자기 뜬금 없이 웬 딸기 얘기냐고? 얼음 축제와 함께 연계해 즐길 수 있는 코스로 거창군이 ‘강추’하고 있는 것이 바로 딸기수확 체험이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인근 황금원숭이마을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녹색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황금원숭이마을은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의 다른 이름이다.

황금원숭이마을. 마을 이름이 웃기다. 그러나 한자(漢字)로 써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금원산’의 ’금원(金猿)’을 풀어쓰면 ‘황금원숭이’라는 말이 된다. 옛날 황금원숭이가 살았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마을은 그 이름처럼 금원산 자락에 있다. 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는 길 오른편으로 입간판이 서 있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 듯. 반대로 내려오는 길에는 입간판이 쉽게 눈에 띄질 않으니 주의하자.

당일 프로그램으로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은 크게 3가지다. 첫째가 딸기 수확 체험이고 둘째는 연 만들기 체험,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인근 금원산 얼음 축제 구경가기다. 금원산은 이미 다녀왔으니 딸기 수확 체험부터 따라가봤다.

아무래도 겨울철 딸기는 하우스 딸기. 바깥 바람은 살을 베지만 하우스 안은 따뜻했다. 먼저 농사를 지으시는 아저씨로부터 딸기 수확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마음 급한 아이들은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빨간 딸기 하나를 따 먹는다. 1인당 도시락 크기만한 1회용 상자에 담아 가져갈 수도 있다.

연 만들기 시간이다. 가오리연을 만든다. 이 또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시간. 대나무살을 활처럼 휘어 붙이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 아버지들이 또 한번 옛날 실력을 발휘할 때다.

당일 프로그램 체험비는 2만2천원. 점심 식사는 물론 금원산 자연휴양림 입장료와 얼음 썰매타기, 얼음 미끄럼틀 이용, 게다가 군고구마 간식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알차다. 문의 055-943-5025.

/부산일보=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