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 작년 취업자 10명중 7명 힘든 타향살이
2010년 01월 13일(수) 00:00 가가
② 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들 어디에서 일하나
지난해 열린 취업박람회에 몰려든 지역 4년제 졸업 또는 졸업예정자들. 광주일보가 지역 내 4년제 대학 일부 학과를 선정해 졸업한 취직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취직자 중 상당수가 지역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직량기자 jrwi@kwangju.co.kr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의 지난해 2월 졸업자는 72명. 이들 중 취업자는 54명으로, 취업률은 88.5%에 이른다. 전남대 전체 취업률이 58%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취업률이다. 조선대 선박해양공학과의 지난해 취업률도 86.7%로, 학교 전체 취업률 63.6%보다 월등히 높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줄어드는데다, 쏟아져나오는 학교 졸업생들과의 경쟁 속에 취업한 이들은 도대체 어느 직장을 다니고 있는 걸까.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 졸업자와 조선대 선박시스템공학부,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 등 광주·전남 주요대학 졸업자 취업자들을 만나봤다.
◇ 타향살이 하는 지역대학 졸업자들=광주일보가 지역 주요대학 졸업자들의 취업 현황을 파악한 결과, 취업자들 상당수는 광주·전남이 아닌,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타향살이’를 하고 있었다.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 연고도 전혀 없이 외로움을 달래며 타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는 이유, 의외로 단순하다.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서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해외영업팀의 서성우(29·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씨 근무처는 서울이다. 서씨는 “광주·전남 산업 기반이 빈약한 탓에 대학을 졸업한 뒤 일자리를 찾으려면 (광주·전남)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씨와 같은 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조선해양㈜에 생산관리(사무직)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상현(29)씨의 직장은 거제도에 있다.
매주 광주를 찾을 정도여서 고향에서 근무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노씨는 “광주·전남에 제조업을 둔 기업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부족하고 채용 인원도 적어 공대생들의 경우 타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에서 배관·시공 분야를 맡고 있는 홍원석(29·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씨의 근무처도 경주다. 한달에 2번 정도 광주·전남을 찾으면서 쓰는 교통비만 대략 20만원이 넘는다. 이외 정성우(GM대우 오토앤테크놀로지㈜씨는 보령에서, 박상희(29·LG디스플레이㈜)씨는 구미시에, 김원식(29·삼성중공업㈜)씨는 거제도, 박종원(29·쿠쿠전자㈜)씨는 양산 등에서 외로운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전남대 기계시스템학부를 졸업한 뒤 취업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전화 연락이 가능한 10명 중 7명이 직업을 찾아 고향을 떠난 것이다.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의 경우 지난해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한 32명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 직장을 둔 졸업생들이 13명이나 된다. ‘대기업 병(病)’과도 사뭇 다르다. 일할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연봉이 다소 낮더라도 지역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소하겠다는 취업자들도 많다. 이들은 “대기업은 커녕 ‘괜찮은 중소기업’찾기도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한 중소 전기설비회사에 근무하는 이모(29)씨는 “광주·전남에 괜찮은 일자리가 있었다면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들은 아예 “광주·전남에서는 전공을 살릴 수도, 괜찮은 비전공 분야 직장 찾기도 쉽지 않지 않느냐”고 털어놓는다.
기업들의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바람으로 지역 고용 시장은 더욱 썰렁해질 가능성이 많다. KT는 사상 최대 규모인 6천여명의 명예퇴직을 확정했으며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의 구조조정 등도 암울한 소식이다.
그나마 국가공무원 채용 또한 지난해 3천291명에서 올해 2천514명으로 23.6%(777명)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 불안정한 직장, 열악한 인프라=인문대 졸업생들의 경우 더 심하다. 학습지 교사 등 미래가 불안정한 직장에 취업한 경우도 많고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관련 인프라도 열악한 게 현실이다.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한 쇼핑몰에 취업한 신희영(여·27)씨는 “광주·전남에서는 전공을 살릴만한 직장이 전무하다”고 했다. 자취비용으로 한달에 30만∼50만원 정도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여성 일자리 창출도 큰 문제다.
전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광주은행에 취직한 김현수(여·28)씨는 “지역 대학 졸업생들 중 여성 취업문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면서 “금융권을 제외하면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금융권 경쟁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행원 원서 접수에서 7천명이 몰려 70대 1을 기록했고 지난해 광주은행 입사경쟁률은 90대 1에 이른다.
문화적 인프라도 열악하다. 한 수도권 기업 취업자는 “2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문화·자금·시장 인프라 등이 열악한 지방 대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다”고 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가뜩이나 일자리가 줄어드는데다, 쏟아져나오는 학교 졸업생들과의 경쟁 속에 취업한 이들은 도대체 어느 직장을 다니고 있는 걸까.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 졸업자와 조선대 선박시스템공학부,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 등 광주·전남 주요대학 졸업자 취업자들을 만나봤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해외영업팀의 서성우(29·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씨 근무처는 서울이다. 서씨는 “광주·전남 산업 기반이 빈약한 탓에 대학을 졸업한 뒤 일자리를 찾으려면 (광주·전남)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매주 광주를 찾을 정도여서 고향에서 근무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노씨는 “광주·전남에 제조업을 둔 기업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부족하고 채용 인원도 적어 공대생들의 경우 타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의 경우 지난해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한 32명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 직장을 둔 졸업생들이 13명이나 된다. ‘대기업 병(病)’과도 사뭇 다르다. 일할 자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다. 연봉이 다소 낮더라도 지역에서 안정적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소하겠다는 취업자들도 많다. 이들은 “대기업은 커녕 ‘괜찮은 중소기업’찾기도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 한 중소 전기설비회사에 근무하는 이모(29)씨는 “광주·전남에 괜찮은 일자리가 있었다면 올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들은 아예 “광주·전남에서는 전공을 살릴 수도, 괜찮은 비전공 분야 직장 찾기도 쉽지 않지 않느냐”고 털어놓는다.
기업들의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바람으로 지역 고용 시장은 더욱 썰렁해질 가능성이 많다. KT는 사상 최대 규모인 6천여명의 명예퇴직을 확정했으며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의 구조조정 등도 암울한 소식이다.
그나마 국가공무원 채용 또한 지난해 3천291명에서 올해 2천514명으로 23.6%(777명)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 불안정한 직장, 열악한 인프라=인문대 졸업생들의 경우 더 심하다. 학습지 교사 등 미래가 불안정한 직장에 취업한 경우도 많고 전공을 바꾸는 학생들도 있다.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관련 인프라도 열악한 게 현실이다.
호남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 한 쇼핑몰에 취업한 신희영(여·27)씨는 “광주·전남에서는 전공을 살릴만한 직장이 전무하다”고 했다. 자취비용으로 한달에 30만∼50만원 정도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여성 일자리 창출도 큰 문제다.
전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광주은행에 취직한 김현수(여·28)씨는 “지역 대학 졸업생들 중 여성 취업문은 수도권에 비해 훨씬 열악하다”면서 “금융권을 제외하면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금융권 경쟁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행원 원서 접수에서 7천명이 몰려 70대 1을 기록했고 지난해 광주은행 입사경쟁률은 90대 1에 이른다.
문화적 인프라도 열악하다. 한 수도권 기업 취업자는 “2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문화·자금·시장 인프라 등이 열악한 지방 대신 수도권으로 옮기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다”고 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