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온천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온천하면 일본, 온천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국에서 가까운 규슈가 어떨까. 규슈하면 보통 후쿠오카, 벳푸, 아소 등지를 떠올리지만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 있다. 바로 사가현이다. 오래된 유적지와 공예기술이 살아 숨 쉬는 과거 모습도 인상적이고, 최고의 시설을 갖춘 온천 풍경도 이색적이다. 중간 중간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가 눈과 혀를 즐겁게 한다.

먼저, 일본의 근현대사를 조금 이해하기 위해 사가현 현청 인근에 있는 사가성 혼마루 역사박물관을 둘러보는 게 좋다. 이 역사박물관은 에도시대 말기(1838년)에 사가 10대 번주였던 나베시마 나오마사에 의해 건설된 사가성 혼마루 전각 일부를 복원해 만들어진 것으로 목조 복원 건물로는 일본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건물 주변에는 천수대, 해자, 국가중요문화재 샤치노몬(범고래 문) 등의 사적도 있어서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일본과 친숙해졌다면 본격적인 온천여행을 위해 타케오시로 이동하자. 타케오 온천은 1,200년전부터 유명한 온천으로 일본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와 폰 시볼트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입욕한 유서 깊은 온천지로 온천질 또한 아주 좋아 일본에서도 인기 있는 곳이다.

원한다면 로몬구역에 있는 공동목욕탕에서 온천을 즐기며 이 고장 사람들과의 만남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타케오 온천지역을 상징하는 진한 주홍색의 누문 사쿠라몬(1914년 축조)도 볼 수 있는데 이 누문은 도쿄역을 설계한 다이쇼시대의 유명한 건축가 다쓰노 긴고(辰野金吾)가 설계한 것으로 일본의 중요문화재이기도 하다.

머리도 식히고 일본의 정신세계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유우토쿠 이나리신사를 찾으면 좋을 듯하다. 배산임수의 길지(명당)에 자리한 이 신사는 일본 3대 이나리(곡물의 신을 모시는 신사의 유형)로 손꼽히는 곳으로 장사 번성, 가정평안, 교통안전 등의 수호신이 내렸다하여 매년 28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다.

매년 봄 가을 ‘타마카에’ ‘오히타키’라는 제사가 거행된다. 신사 인근에 일본 전통마을과 ‘사케’(일본식 청주)와 일본식 소주를 만드는 주조장이 있는 데 견학해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다.

아리아케해를 접하고 있는 사가현 남단 타라 타게자키온천 지역은 온천과 함께 맛있는 먹을거리가 있는 곳이다.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노천탕이 아름답고 입욕후에는 이 지역 명물인 꽃게요리를 비롯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사가현은 예부터 도자기 생산지로 명성이 높다. 타케오 온천지역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이마리시의 ‘오카와치야마’라는 도자기 마을이 나온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병풍 같은 기암 경관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이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1675년 사가 나베시마번 영주는 비요(秘窯)를 아리타로부터 이곳으로 옮겨 높은 품질의 보유와 기술 유지에 힘써왔다. 나베시마번이 막부와 조정에 바칠 헌상품을 만들기 위해 구축한 번요(藩窯)의 터가 남아있다. 산길을 따라 가면 옛 가마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일본 도자기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아리타도 가볼 만하다. 17세기 초 조선에서 건너온 도공 이삼평이 양질의 백자 광맥을 발견했을 때부터 아리타는 세계적 도자기 마을로 성장했다.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도산신사를 창건, 도자기의 신으로 모시고 있고 신사 윗편에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역에서 도자기문화관까지 이어지는 큰 길가에는 도자기 가게가 즐비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곳에서 매년 도자기축제가 열린다.

이어지는 여행의 피로는 우레시노시에서 풀어보자. 우레시노는 1,300년 역사를 지닌 온천지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곳에서 온천을 즐겼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에도시대부터 운영돼 왔으며, 현재는 ‘일본 3대 미인 피부온천’으로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약알칼리성으로 부드러운 수질이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온천수를 마시면 위와 간 기능이 활성화된다고 전해진다.

정원처럼 조성된 야외에서 조경수를 감상하며 노천욕을 할 수도 있다. 우레시노강 주변에는 온천 료칸(여관)이 가득 늘어서 있다. 아담한 정원과 함께 어우러진 최고의 시설에서 여주인인 오카미상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며 일본의 생활양식을 엿보는 것도 흥미롭다.



시 외곽으로 걷다보면 테마파크 히젠 휴메카이도가 나온다. 에도시대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역사체험장이다. 원내에 들어서면 칼을 든 닌자가 마중 나와 가이드 역할을 한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온천욕을 즐기고 이곳의 명물인 온천 물두부 요리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발품만 조금 팔면 온천물 두부 원조집을 찾아 온천물 두부 정식을 먹을 수 있다. 사가현 여행정보는 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스(ICC)에서 제공한다. 문의 02-737-1122.

/규슈 사가현=김대성기자 bigkim@kwangju.co.kr

<취재협조=사가현 관광연맹>



◇ 규슈 사가현=일본 규슈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85만명이 살고 있는 현이다. 동으로는 후쿠오카현 서로는 나가사키현에 접하고 있으며 북쪽에는 현해탄, 남쪽으로는 아리아케해에 접해 있다. 우리나라와 거리가 약 200㎞로 가깝고 위도상으로 제주도와 비슷하다. 기온은 연평균 섭씨 17도 정도로 온화한 편.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후쿠오카공항까지 1시간10분 걸리고, 부산에서 쾌속선을 타면 3시간 만에 하카타항에 도착한다.

규슈 횡단 자동차전용도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후쿠오카∼사가는 1시간 거리다. JR철도도 다양하게 연결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