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만에 다녀 온 장성 금곡영화마을
2009년 12월 10일(목) 00:00 가가
소박하고 정겹구나 시골 돌담길
겨울이 깊어가면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뎌지고 있다. 겨울 바람에 잔뜩 웅크리게 되는 몸, 기분마저 왠지 움츠러지는 것 같다. 기분전환을 하기에 드라이브 만큼 좋은 것도 없다. 멀리 나가기 부담스럽다면 가까운 곳으로 달려나가 보자. 소박한 삶의 모습과 광활한 자연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장성으로의 드라이브.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해 백양사 IC로의 질주를 시작한다. 일상을 벗어나 길을 달린다는 것 만으로도 설레는 시간이다. 15번 지방도를 가다보면 목적지인 장성금곡영화마을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그 표지판을 따라 가다보면 장성 북일면 문암 2리, 축령산 품에 안긴 고요한 금곡영화마을이 나온다.
30분 남짓 달려가는 작은 시골길. 근사한 볼거리, 천하의 절경은 없는 평범한 길이다. 그저 숨가쁘게 생명의 열정을 뿜어 낸 뒤 한겨울 숨을 고르고 있는 대지가 있고, 잠시 함께 달려주는 철도길,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작은 천(川)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멋진 드라이브길이다. 쉴새없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과 달리 있는 그대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느긋한 휴식이다.
이 겨울에 어울리는 재즈음악 몇 곡이 더해진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나들이다.
일상을 뒤로 한 채 찾아간 금곡영화마을 역시 특별할 거는 없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삶의 터전이었던 농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 이 마을의 특징이다.
여느 시골 마을이 그렇듯 마을 어귀에서 선 장승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익살스런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정승 건너편에는 200년 넘게 금곡 사람들과 웃고 울었을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가지를 높게 뻗은 채 겨울을 버티어 내고 있다.
영화의 고향이라고 쓰여진 기념비가 이곳이 금곡영화마을임을 알려준다.
남면이 고향인 거장 임권택 감독은 이곳에서 영화 ‘태백산맥’을 찍었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 ‘만남의 광장’등도 금곡마을에서 탄생했다. 마을 이름에 영화가 붙는 이유다.
색색의 꽃과 녹음으로 풍성했을 마을에는 고요한 겨울이 찾아왔다. 오곡이 무르익었을 논은 모든 것을 다 쏟아낸 채 그 속살을 드러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논은 거위떼가 독차지 했다.
한가하게 늘어져 있던 동네 개들이 목청을 높여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겨울나기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놓은 장작, 나지막하게 쌓아올린 돌담, 초가지붕아래 즐비하게 선 장독, 주렁주렁 감을 매달고 배고픈 새들을 맞이하는 감나무 등 예전의 농촌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대문도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낸 집들, 낮은 돌담이 둘러싸고 있는 게 전부다. 돌담 너머로 따뜻한 정이 오가던 옛날 농촌 마을로 조심조심 걸음을 옮긴다.
마을 한쪽을 점령한 닭들은 시간도 잊은 채 쉴새없이 울음을 터트리며 시골 분위기를 돋운다. 돌담 위로 솟은 굴뚝은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겨울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건네는 인사에 수줍은 미소로 답하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있는 마을. 특별한 것이 없어서 특별한 곳이다.
마을을 한 바퀴 휘휘 돌면서 잊었던 향수를 되새길 수 있고, 옛날의 모습을 슬쩍 엿볼 수 있다.
푸근한 시골 마을의 산책이 끝났다면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을 보러 발길을 돌려보자.
금곡영화마을에서 10여분 거리에 장성호가 있다.
겨울의 산과 들녘의 정취가 물씬 담긴 길을 따라 느긋하게 길을 달린다. 816번 지방도를 타고 따라간 장성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찔한 계단을 올라가니 영산강 유역 농업개발 기념탑이 우뚝 서있다. 그 뒤로는 장성호 기념탑이 보인다.
영산강 유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장섬댐은 1976년 완공됐다. 장성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호수는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합작품. 백암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황룡강을 묶어 광주·나주·장성·함평에 관개 용수와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기념탑 오른편으로 산과 물이 웅장한 모습으로 공존하는 장성호의 모습이 들어온다. 산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장성호 위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붉은빛 물을 들이고 있다. 추위를 잊은 오리떼는 물위를 노닐며 정적을 깬다.
잠시 장성호를 내려다 보며 사색에 담겨본다. 평화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물길 아래에는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수몰민들의 애환이 깊게 잠겨져 있을 것이다.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을 쫓아 달린 길에서 삶의 여유를 안고 돌아온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호남고속도로로 진입해 백양사 IC로의 질주를 시작한다. 일상을 벗어나 길을 달린다는 것 만으로도 설레는 시간이다. 15번 지방도를 가다보면 목적지인 장성금곡영화마을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그 표지판을 따라 가다보면 장성 북일면 문암 2리, 축령산 품에 안긴 고요한 금곡영화마을이 나온다.
그래서 멋진 드라이브길이다. 쉴새없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과 달리 있는 그대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느긋한 휴식이다.
일상을 뒤로 한 채 찾아간 금곡영화마을 역시 특별할 거는 없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의 삶의 터전이었던 농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 이 마을의 특징이다.
여느 시골 마을이 그렇듯 마을 어귀에서 선 장승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익살스런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는 정승 건너편에는 200년 넘게 금곡 사람들과 웃고 울었을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가지를 높게 뻗은 채 겨울을 버티어 내고 있다.
남면이 고향인 거장 임권택 감독은 이곳에서 영화 ‘태백산맥’을 찍었다. 영화 ‘내 마음의 풍금’, ‘만남의 광장’등도 금곡마을에서 탄생했다. 마을 이름에 영화가 붙는 이유다.
색색의 꽃과 녹음으로 풍성했을 마을에는 고요한 겨울이 찾아왔다. 오곡이 무르익었을 논은 모든 것을 다 쏟아낸 채 그 속살을 드러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논은 거위떼가 독차지 했다.
한가하게 늘어져 있던 동네 개들이 목청을 높여 손님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겨울나기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놓은 장작, 나지막하게 쌓아올린 돌담, 초가지붕아래 즐비하게 선 장독, 주렁주렁 감을 매달고 배고픈 새들을 맞이하는 감나무 등 예전의 농촌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대문도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낸 집들, 낮은 돌담이 둘러싸고 있는 게 전부다. 돌담 너머로 따뜻한 정이 오가던 옛날 농촌 마을로 조심조심 걸음을 옮긴다.
마을 한쪽을 점령한 닭들은 시간도 잊은 채 쉴새없이 울음을 터트리며 시골 분위기를 돋운다. 돌담 위로 솟은 굴뚝은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겨울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건네는 인사에 수줍은 미소로 답하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있는 마을. 특별한 것이 없어서 특별한 곳이다.
마을을 한 바퀴 휘휘 돌면서 잊었던 향수를 되새길 수 있고, 옛날의 모습을 슬쩍 엿볼 수 있다.
푸근한 시골 마을의 산책이 끝났다면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을 보러 발길을 돌려보자.
금곡영화마을에서 10여분 거리에 장성호가 있다.
겨울의 산과 들녘의 정취가 물씬 담긴 길을 따라 느긋하게 길을 달린다. 816번 지방도를 타고 따라간 장성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찔한 계단을 올라가니 영산강 유역 농업개발 기념탑이 우뚝 서있다. 그 뒤로는 장성호 기념탑이 보인다.
영산강 유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어진 장섬댐은 1976년 완공됐다. 장성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호수는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합작품. 백암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황룡강을 묶어 광주·나주·장성·함평에 관개 용수와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기념탑 오른편으로 산과 물이 웅장한 모습으로 공존하는 장성호의 모습이 들어온다. 산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장성호 위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가 붉은빛 물을 들이고 있다. 추위를 잊은 오리떼는 물위를 노닐며 정적을 깬다.
잠시 장성호를 내려다 보며 사색에 담겨본다. 평화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물길 아래에는 정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수몰민들의 애환이 깊게 잠겨져 있을 것이다. 일상적이지만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을 쫓아 달린 길에서 삶의 여유를 안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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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호 전경. |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