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즐거운 초겨울 강천산
2009년 12월 03일(목) 00:00 가가
새소리… 폭포소리… ‘숲속 울림’ 생생도 하여라
기암괴석과 맑은 계곡 등 천혜의 환경을 보유한 순창 강천산은 겨울 산책로로 손색이 없다.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병풍폭포.
움츠리고만 있기에는 겨울이 너무 길다. 동장군이 먼 발치에서 서성이면서 창밖 바람이 아직은 견딜만 하다. 겨울과 맞서 숲속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더디게만 가던 시간도 금세 지나간다. 상쾌한 공기와 자연의 소리에 모처럼 몸과 마음도 상쾌해진다. 광주와 멀지 않은 순창에 가족들과 오붓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 수려한 산세와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강천산으로의 나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곳곳에 품고 있는 전북 순창의 강천산은 1981년 전국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용천산(龍天山)으로도 일컬어지는 강천산(583m)은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다.
크고 작은 계곡이 산을 끼고 흐르고 있는 이곳에는 병풍바위, 어미바위, 범바위 등 이름 난 곳이 많다. 한 몸이 되어 부둥켜 안고 있는 연리목과 300년 넘게 강천산을 지키고 있는 모과나무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병풍폭포에서 시작해 구장군폭포까지의 산책길은 부담없이 걷기에 좋은 코스다.
색색의 가을 옷을 벗어 던진 강천산에 겨울 분위기가 한창이다. 봄·여름·가을과 다른 겨울의 고요한 풍경을 따라 가보자.
매표소를 지나 몇 걸음 옮기자 하얗게 부서지는 물줄기가 눈에 띈다. 병풍바위를 휘감고 떨어지는 병풍폭포다. 병풍폭포의 높이는 40m, 폭은 15m. 높이 30m, 폭 5m의 작은 폭포가 그 옆에서 박자를 맞춰 함께 물을 내뿜는다.
병풍바위 밑을 지나면 죄지은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물줄기를 내려다 보면서 잠시 머릿속 고민을 내려놓아 본다. 손대면 쨍하고 깨져버릴 것 같은 맑은 계곡물에는 송어무리가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다. 깨끗한 1급수에서 주로 서식한다는 송어가 겨울 강천산의 계곡을 독차지 했다.
병풍폭포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책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유모차를 끌고 가기에도 적당한 넓고 평탄한 산책로가 구장군폭포까지 길게 이어진다. 맨발로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신발 보관함과 발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금강교를 건너면 애틋하게 몸을 부대끼고 있는 나무가 눈에 띈다.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한 몸이 되어버린 연리목이다. 산책로 한쪽에는 계절을 잊고 미리 꽃망울을 터트려버린 성급한 개나리가 화사한 미소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물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갈대, 바람에 따라 흩날리고 있는 노랗고 붉은 단풍잎까지 겨울이지만 산책길이 지루하지 않다. 굴참나무, 산벚나무, 층층나무 등 각자의 푯말을 달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이 된다.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도 직접 볼 수 있다.
산책로 한쪽에 마련된 원앙 사육장에는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들이 총총걸음을 걸으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곱디고운 털로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는 원앙의 모습에 잠시 갈 길을 멈춘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메타세콰이어는 황금빛 잎들을 겨울바람에 털어내고 있다. 흩날리는 메타세콰이어 잎으로 계곡에는 황금빛 물이 들었다.
강천문을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가 이내 모습을 보인다. 주렁주렁 감을 달고 있는 감나무 너머로 바람소리 새소리만 울리는 겨울산사가 눈에 띈다. 강천사를 지나는 계곡에는 사람들이 여러가지 소망을 담고 쌓아올린 돌탑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겨울을 비껴간듯한 대나무 산책로도 준비되어 있다. 파란 대나무들이 마중하고 있어 다른 계절을 지나는 것 같다.
강천산에 왔다면 반드시 건너야할 다리가 있다. 강천사를 지나 걷다보면 오른편에 가파른 경사길에 설치된 목재테크가 나타난다. 그 길을 따라 150m가량 올라가다 보면 비룡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는 현수교가 나타난다. 50m 높이에 떠있는 현수교는 폭 1m, 길이 75m의 구름다리. 바람에 흔들흔들리는 다리를 따라 걷는 사람들 입에서는 작은 탄성이 터져나온다.
현수교를 내려와 다시 길을 나선다. 웅장한 암벽 아래 산수정이라는 정자가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 맞은편 계곡에는 120m 높이의 절벽에서 두 갈래로 폭포수가 떨어져 내리며 겨울산의 정적을 깬다.
마한시대 아홉 명의 장군이 전쟁에서 패하여 여기서 자결하려다가 다시 한 번 죽기로 싸우자고 하여 다시 전장에 나가 승리를 거뒀다는 비장한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전설을 따라 폭포의 이름도 구장군폭포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면 2시간여 가량의 산책이 끝난다. 가는 길 곳곳에 벤치와 정자가 휴식을 선물해주는 멋진 산책길이다.
맞설만한 바람이라고는 하지만 겨울바람은 겨울바람이다. 귓가를 윙윙거리며 불어가는 바람, 제법 싸늘하다. 손끝에 감겨오는 찬 기운을 피하기 위해선 장갑은 필수다. 모자도 하나 눌러쓰고 길을 나선다면 건강하고 즐거운 나들이가 될 수 있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더디게만 가던 시간도 금세 지나간다. 상쾌한 공기와 자연의 소리에 모처럼 몸과 마음도 상쾌해진다. 광주와 멀지 않은 순창에 가족들과 오붓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는 산책길이 있다. 수려한 산세와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강천산으로의 나들이.
크고 작은 계곡이 산을 끼고 흐르고 있는 이곳에는 병풍바위, 어미바위, 범바위 등 이름 난 곳이 많다. 한 몸이 되어 부둥켜 안고 있는 연리목과 300년 넘게 강천산을 지키고 있는 모과나무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병풍폭포에서 시작해 구장군폭포까지의 산책길은 부담없이 걷기에 좋은 코스다.
색색의 가을 옷을 벗어 던진 강천산에 겨울 분위기가 한창이다. 봄·여름·가을과 다른 겨울의 고요한 풍경을 따라 가보자.
병풍바위 밑을 지나면 죄지은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물줄기를 내려다 보면서 잠시 머릿속 고민을 내려놓아 본다. 손대면 쨍하고 깨져버릴 것 같은 맑은 계곡물에는 송어무리가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다. 깨끗한 1급수에서 주로 서식한다는 송어가 겨울 강천산의 계곡을 독차지 했다.
금강교를 건너면 애틋하게 몸을 부대끼고 있는 나무가 눈에 띈다. 뿌리가 다른 나무가 한 몸이 되어버린 연리목이다. 산책로 한쪽에는 계절을 잊고 미리 꽃망울을 터트려버린 성급한 개나리가 화사한 미소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물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갈대, 바람에 따라 흩날리고 있는 노랗고 붉은 단풍잎까지 겨울이지만 산책길이 지루하지 않다. 굴참나무, 산벚나무, 층층나무 등 각자의 푯말을 달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이들에게는 산교육이 된다.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도 직접 볼 수 있다.
산책로 한쪽에 마련된 원앙 사육장에는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들이 총총걸음을 걸으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곱디고운 털로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는 원앙의 모습에 잠시 갈 길을 멈춘다.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메타세콰이어는 황금빛 잎들을 겨울바람에 털어내고 있다. 흩날리는 메타세콰이어 잎으로 계곡에는 황금빛 물이 들었다.
강천문을 지나면 또 다른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가 이내 모습을 보인다. 주렁주렁 감을 달고 있는 감나무 너머로 바람소리 새소리만 울리는 겨울산사가 눈에 띈다. 강천사를 지나는 계곡에는 사람들이 여러가지 소망을 담고 쌓아올린 돌탑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겨울을 비껴간듯한 대나무 산책로도 준비되어 있다. 파란 대나무들이 마중하고 있어 다른 계절을 지나는 것 같다.
강천산에 왔다면 반드시 건너야할 다리가 있다. 강천사를 지나 걷다보면 오른편에 가파른 경사길에 설치된 목재테크가 나타난다. 그 길을 따라 150m가량 올라가다 보면 비룡계곡을 가로지르고 있는 현수교가 나타난다. 50m 높이에 떠있는 현수교는 폭 1m, 길이 75m의 구름다리. 바람에 흔들흔들리는 다리를 따라 걷는 사람들 입에서는 작은 탄성이 터져나온다.
현수교를 내려와 다시 길을 나선다. 웅장한 암벽 아래 산수정이라는 정자가 사람들을 기다린다. 그 맞은편 계곡에는 120m 높이의 절벽에서 두 갈래로 폭포수가 떨어져 내리며 겨울산의 정적을 깬다.
마한시대 아홉 명의 장군이 전쟁에서 패하여 여기서 자결하려다가 다시 한 번 죽기로 싸우자고 하여 다시 전장에 나가 승리를 거뒀다는 비장한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전설을 따라 폭포의 이름도 구장군폭포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면 2시간여 가량의 산책이 끝난다. 가는 길 곳곳에 벤치와 정자가 휴식을 선물해주는 멋진 산책길이다.
맞설만한 바람이라고는 하지만 겨울바람은 겨울바람이다. 귓가를 윙윙거리며 불어가는 바람, 제법 싸늘하다. 손끝에 감겨오는 찬 기운을 피하기 위해선 장갑은 필수다. 모자도 하나 눌러쓰고 길을 나선다면 건강하고 즐거운 나들이가 될 수 있다.
 |
| 황금빛으로 물든 메타세콰이어 산책길. |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