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선 시·군에 무분별(나눠먹기식)하게 보급하고 있는 무인 항공방제기에 대한 보급체계와 운용관리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흥 정남진농협(쌀조합 공동사업단)이 친환경쌀 재배단지 공동 방제용으로 농업용 무인헬기를 구입했으나 운용관리 허술로 고장이 잦고 방제대상 농경지가 없어 일부 농민들 사이에서 실효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2일 장흥군 농민회에 따르면 정남진쌀조합 공동사업단은 지난 5월 1억8천500만원을 들여 일본산 무인 항공방제기(헬기) 1대를 구입했다. 국비·지방비가 지원되는 보조사업인 관계로 정남진농협은 1천600여 만원을 자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남진농협 측은 구입 후 정작 관할 지역에서는 희망농가가 없어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화순지역에서만 155ha(평당 방제비용 20원) 농지를 방제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농민회는 “무인 항공방제기는 대부분 대단위 단지화 농지나 간척농지 등에 공동방제 목적으로 이용돼야 하는데 장흥 여건에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더욱이 구입 과정이나 구입 후에도 농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문인력없이 시험가동하는 과정에서 추락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는 시·군별 무분별하게 보급할 것아 아니라 무인 항공방제기를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도록 충분한 현지조사를 실시해 적합한 지역에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수환 정남진농협 쌀조합 공동사업단 대표는 “항공방제기가 보조사업으로 지원절차가 복잡하고 국산이 아닌 수입산이라 까다로운 구입과정을 거치다 보니 농민들에게 미쳐 홍보를 하지 못했다”며 “농업용 무인헬기를 작동하는 인력(2인 1조)이 충분한 조작기술(2주 이상 교육)을 습득하지 못한 채 민감하고 예민한 센서 기기(리모컨)를 다루다 한차례 추락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농업용 무인헬기는 살포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데다 동시에 넓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다. 작물의 3∼5m 높이에서 시속 15∼20㎞로 날며 1시간당 10ha(3만평)에 비료나 농약을 뿌릴 수 있다. 한편 전남도는 농촌 노동력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올해까지 도내에 17대 무인 항공방제기를 보급한 데 이어 내년에도 2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장흥군에는 현재 농업기술센터 1대를 포함, 모두 3대가 있다.

/장흥=김용기기자 k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