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습관처럼 아침을 깨우고, 습관처럼 하루를 마감한다. 일상의 풍경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출근길에 보는 똑같은 거리, 유행이라는 이름아래 사람들도 비슷 비슷한 모습으로 거리를 누빈다.

똑같은 풍경과 일상이 지루하다면 세계가 한자리에 모여있는 한국 속의 또 다른 세상 이태원을 찾아가보자.

◇ 작은 지구촌 이태원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한 이태원. 이곳은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작은 지구촌이다.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선 2천500여개의 가게에는 없는 게 없다. 온갖 물건들이 자리잡고 각국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생활 필수품에서부터 다양한 옷가지. 크기와 색, 모습도 다양하다.

사람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다른 생김새와 다른 문화를 사는 사람들이 독특한 개성과 표정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눈에 보이는 글, 들리는 말도 각양각색이다.

말 그대로 세계가 1.4㎞ 길이의 한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지난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태원거리는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쇼핑관광명소가 됐다.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다르지만 똑같은 이들과의 동행만으로도 이태원은 특별한 거리가 된다. 벨기에, 앙골라, 파키스탄, 필리핀등 대사관도 이태원에 위치했다.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것 먹을거리.

각국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곳답게 이곳의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정통 미국식 햄버거, 중국 퓨전 요리, 감미로운 프랑스 요리, 터키 청년이 만드는 케밥 등 이곳의 음식 문화도 역시 세계적이다.

골목 구비구비 숨어있는 음식점들은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한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소품들로 치장을 한 가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거리를 지키고 있다. 어느 가게든 그대로 잠시 발길을 멈추고 느긋함을 느껴 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거리 구석구석, 가게 곳곳이 기막힌 사진 배경이 되는 곳 이태원이다.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면 삼성미술관 리움도 들려볼 수 있다.

◇ 한국속의 이슬람

이슬람 거리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슬람 거리 가파른 계단을 따라 좁은 골목길을 오르면 저 멀리 이슬람식의 동그란 지붕을 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무슬림들의 신앙이 이어지는 이슬람교 중앙 사원이다. 사원이 이곳에 자리한지는 33년이 됐다. 지난 1975년 세워진 이후 이슬람 총본산 역할을 해오고 있다.

건물 중앙의 지붕은 모스크를 상징하는 돔(쿱바) 형태를 하고 있다. 앞쪽 두 개의 높은 첨탑(미나넷)이 우뚝 서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건물 주위로는 자그마한 첨탑들이 둘러서있다.

지붕 위 첨탑은 이슬람의 대표적 순례지인 사우디아라비아 하람성원의 것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 이 첨탑은 무앗진이라 불리는 사람이 올라가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을 외치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무앗진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첨탑을 보고 쉽게 모스크를 찾을 수 있도록 높은 곳에 위치한 모스크, 한국에서도 이태원 언덕에 중앙 사원이 서 있다. 사원 마당에서 작은 세계 이태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조심스레 그들의 세계로 들어 가본다. 하지만 여성들은 오롯하게 이들의 삶을 느껴 볼 기회가 없다. 2층 예배홀은 남자 신도들의 차지다. 여 신도들은 3층에 발코니 형태로 따로 마련된 조금만 공간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다. 그나마도 3층 난간에 가리개가 쳐져 있어 여 신도들의 모습을 가린다. 남녀가 엄격히 구분되는 그들의 문화다.

3층 여 신도들만의 공간에서 살짝 그들의 예배홀을 훔쳐본다. 6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중앙돔과 양층 벽 위쪽의 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들의 신을 만나고 나오는 길 예배당 스피커에서 아잔이 울려퍼진다. 나무 아래 삼삼오오 모여있던 무슬림들이 예배당으로 총총 걸음을 옮긴다. 가을 바람을 타고 흐르는 아잔 소리에 맞춰 발밑에 펼쳐진 이태원 풍경, 잠시 다른 세계에 서본다.

/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