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폭락으로 곳곳에서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 엎는 등 농민들이 성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선 농협들이 매입가격은 물론 매입일정마저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4일 2개의 RPC를 운영하고 있는 장흥 6개 단위농협들에 따르면 지난해 매입한 공공비축용 재고미를 관리하느라 적지않은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쌀값폭락으로 매입가를 크게 낮춰야 하지만, 농민들은 지난해 수준 이상으로 매입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농협들은 지난해 공공비축용 벼 19만4천가마와 자체 매입분 44만가마 등 모두 63만4천가마를 40㎏ 1가마당 5만5천원에 사들였다.

이로 인한 금융비용과 보관비용은 가마다 7천∼8천원에 달해 지금까지 38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햅쌀이 본격적으로 출하될 경우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 농협측이 내놓은 가마당 잠정 매입가는 4만5천원 선이다. 그러나 장흥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비료 및 농약대 등 원자재값 인상에 따라 최소한 5만7천원 선은 유지돼야 한다”며 농협과 군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문명식 농협 장흥군지부장은 “쌀값폭락에 따른 대책을 지자체나 일선 농협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쌀 대북지원을 재개하거나 쌀가공산업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중장기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민회측은 “자치단체인 군당국이 농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최소한 생산비는 군이 책임져야 한다”며 3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군당국은 군재정 형편상 지난해 수준인 11억원을 농협에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농민회와 적지않은 갈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흥=김용기기자 ky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