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학원농장의 ‘하얀 가을맞이’
2009년 09월 03일(목) 00:00 가가
툭툭툭 ∼ 가을 길목 소금꽃 피는 소리
복분자의 고장 고창에 메밀꽃이 한창이다. 공음면 학원농장일원 메밀밭에 하얀 소금꽃이 피어나면서 5일부터 메밀꽃잔치가 시작된다. 아래는 학원농장 전망대.
“길은 지금 긴 산 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 고요함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가을이 들판을 넘실거리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한다. 가슴으로 그려보던 메밀꽃밭 풍경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전라북도 고창으로 떠나자.
◇ 청보리와 메밀로 장관 연출
늦은 봄 청보리로 출렁이던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 가을을 맞이하는 하얀 ‘소금’ 꽃이 툭툭 피어나기 시작했다. 호남평야 끝자락에 펼쳐진 고창군 공음면 너른 구릉이 온통 메밀 천지다.
소박하게 엎드려 있는 산자락으로 포근하게 둘러싸인 이곳을 대표하는 것은 청보리다. 이곳에 소재한 8개 마을(선산, 선동, 계동, 용수, 청천, 상여, 중여, 평산)공동으로 ‘청보리움’브랜드까지 개발됐다. 봄날 청보리 물결로 온통 푸르던 마을에 ‘하얀 가을’이 찾아왔다
청보리가 빽빽하게 자리를 지키던 자리에는 온통 메밀이 들어섰다. 시선 돌리는 곳마다 메밀이 가을 바람에 들썩이고 있다.
이곳을 대표하는 학원농장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메밀밭에는 아직 초록의 여름이 강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메밀꽃이 초록물결 위로 하얗게 번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하늘이 푸르러 질수록 하얀 꽃들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메밀밭 사이로 풍덩 뛰어들어 걸음을 옮기다 보면 작은 원두막이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서서 발길을 잡는다. 원두막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출렁이는 메밀꽃을 보고 있노라면 고요한 한 폭의 풍경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학원농장은 1960년대 초 전 국무총리 진의종씨 내외가 야산 10여 만평을 개간하면서 처음 문을 열였다. 잠업이 이루어지던 이곳에 1980년대 들어 보리, 땅콩, 수박 등을 재배하면서 대형 농장의 기틀이 다져졌다.
이후 1992년 설립자의 장남인 진영호씨가 관광농업을 시작한 이후 보리와 메밀을 번갈아 재배하며 경관농업을 발전시켰다.
봄철 보리와 가을철 메밀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농장풍경을 인정받아 2004년에는 전국 최초로 농장주변이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됐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촬영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학원농장 메밀밭길을 빙둘러 마을 오솔길을 따라 오붓하니 걸음을 걷다 보면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농장으로 접어드는 길 한쪽 밭에는 태양을 쫓던 해바라기 무리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메밀꽃이 피기 전 마을을 노랗게 물들였던 해바라기는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분홍 꽃을 피우고 지며 옛 사람들과 보릿고개를 함께 넘던 백일홍, 그 세 번째 꽃이 길가 곳곳에 만개 했다. 메밀밭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한 연못에는 하얗고 붉은 연꽃이 하늘을 향해 펼친 녹색의 연잎 사이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자전거를 타고 밭길, 오솔길을 달려보는 것도 또 다른 추억이 될 것 같다. 자전거를 직접 가져 갈 수 없는 경우에는 농장 매점에서 자건거를 빌려탈 수 있다. 1시간의 질주에 3천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농장 본관 뒤 산책로에는 네가지 표정의 도채비가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 말로 도깨비를 도채비라고 한다. 대밭 그늘을 지나 걷다 보면 각각의 표정을 한 채 마주보고 있는 석상을 만날 수 있다. 메밀묵을 좋아한다는 도깨비가 메밀의 마을에 서있다.
학원농장(www.borinara.co.kr)
◇ 고창 메밀꽃 잔치
메밀꽃이 절정에 이르게 되는 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학원농장 일원에서 제6회 고창 메밀꽃잔치가 열린다. 짚신, 멍석 등 민속공예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굴렁쇠, 팽이치기 등의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도 운영된다.
2㎞에 이르는 꽃밭 탐방로를 따라 마을 곳곳에 살아 숨쉬는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대회기간 사진 콘테스트도 진행된다. 메밀꽃이나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과 연인들의 사진을 현장 업로드 부스에서 접수하면 된다. 즉석에서 무료로 사진도 인화 할 수 있어 가을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고창읍성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아름다운 선운산 등의 관광지도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다. 문의:고창메밀꽃잔치위원회 063-562-9897 (chungborium.co.kr)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가을이 들판을 넘실거리기 시작할 무렵이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한다. 가슴으로 그려보던 메밀꽃밭 풍경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전라북도 고창으로 떠나자.
늦은 봄 청보리로 출렁이던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 가을을 맞이하는 하얀 ‘소금’ 꽃이 툭툭 피어나기 시작했다. 호남평야 끝자락에 펼쳐진 고창군 공음면 너른 구릉이 온통 메밀 천지다.
소박하게 엎드려 있는 산자락으로 포근하게 둘러싸인 이곳을 대표하는 것은 청보리다. 이곳에 소재한 8개 마을(선산, 선동, 계동, 용수, 청천, 상여, 중여, 평산)공동으로 ‘청보리움’브랜드까지 개발됐다. 봄날 청보리 물결로 온통 푸르던 마을에 ‘하얀 가을’이 찾아왔다
이곳을 대표하는 학원농장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메밀밭에는 아직 초록의 여름이 강하게 남아있다. 하지만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메밀꽃이 초록물결 위로 하얗게 번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하늘이 푸르러 질수록 하얀 꽃들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학원농장은 1960년대 초 전 국무총리 진의종씨 내외가 야산 10여 만평을 개간하면서 처음 문을 열였다. 잠업이 이루어지던 이곳에 1980년대 들어 보리, 땅콩, 수박 등을 재배하면서 대형 농장의 기틀이 다져졌다.
이후 1992년 설립자의 장남인 진영호씨가 관광농업을 시작한 이후 보리와 메밀을 번갈아 재배하며 경관농업을 발전시켰다.
봄철 보리와 가을철 메밀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농장풍경을 인정받아 2004년에는 전국 최초로 농장주변이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됐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촬영지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학원농장 메밀밭길을 빙둘러 마을 오솔길을 따라 오붓하니 걸음을 걷다 보면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현장을 엿볼 수 있다.
농장으로 접어드는 길 한쪽 밭에는 태양을 쫓던 해바라기 무리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메밀꽃이 피기 전 마을을 노랗게 물들였던 해바라기는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분홍 꽃을 피우고 지며 옛 사람들과 보릿고개를 함께 넘던 백일홍, 그 세 번째 꽃이 길가 곳곳에 만개 했다. 메밀밭 사이에 아담하게 자리한 연못에는 하얗고 붉은 연꽃이 하늘을 향해 펼친 녹색의 연잎 사이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자전거를 타고 밭길, 오솔길을 달려보는 것도 또 다른 추억이 될 것 같다. 자전거를 직접 가져 갈 수 없는 경우에는 농장 매점에서 자건거를 빌려탈 수 있다. 1시간의 질주에 3천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농장 본관 뒤 산책로에는 네가지 표정의 도채비가 기다리고 있다. 이 지역 말로 도깨비를 도채비라고 한다. 대밭 그늘을 지나 걷다 보면 각각의 표정을 한 채 마주보고 있는 석상을 만날 수 있다. 메밀묵을 좋아한다는 도깨비가 메밀의 마을에 서있다.
학원농장(www.borinara.co.kr)
◇ 고창 메밀꽃 잔치
메밀꽃이 절정에 이르게 되는 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학원농장 일원에서 제6회 고창 메밀꽃잔치가 열린다. 짚신, 멍석 등 민속공예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굴렁쇠, 팽이치기 등의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도 운영된다.
2㎞에 이르는 꽃밭 탐방로를 따라 마을 곳곳에 살아 숨쉬는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대회기간 사진 콘테스트도 진행된다. 메밀꽃이나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과 연인들의 사진을 현장 업로드 부스에서 접수하면 된다. 즉석에서 무료로 사진도 인화 할 수 있어 가을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고창읍성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아름다운 선운산 등의 관광지도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다. 문의:고창메밀꽃잔치위원회 063-562-9897 (chungborium.co.kr)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