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가 좋다고 지인이 소개해서 믿고 샀는데 날벼락을 맞은 기분입니다.”

무안군 현경면에 사는 이모(71)씨는 얼마 전 가꿔놓은 무밭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씨는 지난 4월 값싸고 좋은 씨앗을 공급한다는 지인의 소개를 받고 영암에 있는 A종묘 대리점에서 무 종자를 구입해 1만6천500여㎡(5천여평)에 파종했다. 그러나 수확할 시기가 되자 꽃대가 올라와 무 씨알이 쪼그라드는 등 상품가치가 떨어져 막대한 손해를 입을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대해 종자 판매상은 “올해는 일교차가 심해 일부 지역에서 꽃대가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씨의 경우 파종시기를 알면서도 무값이 좋아 욕심을 부려 일찍 심다 보니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며 잘못을 이씨 측으로 돌렸다.

이 판매상은 또 “씨앗에는 전혀 잘못이 없고,꽃대가 올라왔어도 상품가치는 별 차이가 없는 만큼 보상을 못해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종묘상에게서 구입한 씨앗통에 적혀있는 시기에 맞춰 파종했다”며 “무 중간상인들도 상품가치가 없다고 외면하고 있어 갈아엎어야 할 형편인데도, 종자판매상은 상품가치에 차이가 없다고 우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A대리점으로부터 똑같은 씨앗을 구입해 이씨보다 10일 늦게 파종한 박모(58)씨 또한 꽃대가 올라와 적지않은 피해를 입고 있어 판매상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수년째 봄무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모(52)씨는 “종자판매상들이 경험이 부족한 농민들에게는 꽃대가 올라올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막상 피해를 입으면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종자피해를 입어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는 농민들을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무안군 관계자는 “종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농촌진흥청에 의뢰해 조사는 하고 있지만, 마땅한 지원대책이 없어 안타깝다”면서 “회사 측과 농가가 원만한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대성수기자 d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