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매력에 빠지는 게 담양 창평의 또 하나의 매력입니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담양군 창평면에 생긴 ‘슬로시티(Slow City) 해설가’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는 최익준(41)씨. 그는 요즘 고향을 배워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최 회장은 창평을 다른 지역과 달리 ‘맛과 멋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슬로시티’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창평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방식의 ‘슬로 라이프(Life)’를 한 곳에서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굽이굽이 돌고 도는 돌담길을 걷기만 해도 천천히 걷는 ‘슬로 페이스(Pace)’를 체험할 수 있고, 된장·고추장 등 장류를 비롯해 쌀 엿과 국밥·한과·홍시 등 ‘슬로 푸드(Food)’를 어디에서든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중 쌀 엿은 한 집 건너 만들 정도로 특산물이 됐다. 찹쌀로 만드는 쌀 엿은 생강을 섞어 맛을 내고, 입에 붙지 않는 엿으로 유명하다. 쌀 엿을 원료로 해서 한과도 만든다. 그래서 창평 한과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 회장은 “창평처럼 특산물이 있어야 경제가 유지되고 느린 삶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창평의 또 다른 멋은 전남도 민속자료 5호인 고재선 가옥을 비롯한 고정주·고광표·고재욱 전통가옥으로 대표되는 ‘슬로 하우스(House)’다.
최 회장은 “지역민들의 여유롭고 풍성한 마음과,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 어우러져 창평을 진정한 슬로 시티로 만들었다”며 “어렸을 적 뛰어놀았던 돌담길, 시장통에서 먹던 국밥과 쌀 엿, 고풍스러운 고택(古宅) 등에 이렇듯 많은 멋과 맛이 담겨있는지는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역의 역사성도 자랑스러워 한다. 창평은 의병장인 고경명 장군의 후손이 들어와 살면서 고씨들의 집성촌이 됐고, 의병활동도 왕성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창평이 슬로 시티로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광주라는 대도시와의 근접성 및 도로 여건을 볼 때 도시화가 아닌 전원 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창평면 인근의 대나무 박물관, 죽녹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가사 문학권 등 담양군의 풍부한 자원네트워크도 슬로시티로서 창평의 발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그는 “도시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변해가는 것이기 때문이 과거지향적이고 역사성이 있다는 것만이 슬로시티의 모든 것은 아니다”며 “슬로시티 창평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을 비롯한 삼지천 슬로시티 해설가 37명은 지난해 정규 교육을 모두 마쳤지만, 아직도 매월 2회씩 모임을 하고 슬로 시티의 올바른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해설가 모두가 창평 슬로시티의 발전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창평을 진정한 슬로시티·살 맛나는 슬로시티를 만들어가기 위해 모두가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