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두 빛깔 항도에 구슬픈 노랫가락 맴돌고 …
2009년 01월 28일(수) 19:09 가가
광주에서 한 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도시라 바닷바람이 그리울 때면 종종 목포를 찾곤 한다. 하지만 항구의 도시, 목포의 바다를 직접 몸으로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겨울 바다에서 목포를 느껴보기로 했다. 목포 신안비치호텔 앞에 위치한 선착장과 갓바위 선착장에서는 1시간에 거쳐 다도해의 풍경을 돌아볼 수 있는 유람선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도 하루 6차례 인근 섬마을 사람들을 싣고 오가는 ‘바다의 시내버스’ 여객선이 출발한다.
고심끝에 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바다의 시내버스’에 오르기로 했다. 그 전에 들려야 할 곳이 있었다. 목포에 오면 반드시 찾아야 할 것 같은 유달산에 먼저 발을 내딛기로 했다.
목포의 유달동·대반동·온금동·북교동에 거쳐 살포시 솟아있는 유달산은 높이가 228m에 불과한 산이다. 진산이라 하기에 부족한듯한 높이지만 바다를 향해 달려나가는 유달산은 날카로운 층층기암과 절벽 그리고 굴곡의 목포 역사를 가슴으로 품으며 자신의 부족한 키를 채우고 있다.
노적봉 쪽에서 걸음을 옮겨 대학루를 지나자 이난영 선생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허공을 맴돈다. 노랫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니 삼학도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기다린다.
1935년대 일제치하의 설움을 토해내던 ‘목포의 눈물’은 1980년대 야구 경기장에서 또 숱한 시위 현장에서 전라도의 한을 담아 시대를 따라 흐르고 또 흘러왔다.
노래에 떠밀려 굽이굽이 돌계단을 오르니 흰 구름이 쉬어간다는 유선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목포의 시가지와 다도해를 가르며 목포항을 오가는 선박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목포는 항구였다.
유선각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유달산과 작별을 하고 바다로 달려갔다.
차가운 겨울 바다와 같이 평일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대합실은 휑하니 찬바람이다. 그나마 방학을 맞아 먹을거리를 잔뜩 챙겨들고 여행에 나선 한 무리의 남학생이 대합실의 고요함을 깨운다. 배가 들어올 시간이 되자 시내로 마실 나왔던 섬 할머니들도 집으로 돌아갈 채비에 분주하다.
오후의 해가 막바지 열기를 쏟아내는 4시30분 이날의 마지막 배에 올랐다. 충무동 일원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순회 여객선은 오전 7시 첫배를 시작으로 6차례 고하도, 달리도, 율도, 외달도를 순회 운행한다.
2∼3층을 오르내리며 분주한 사람들, 바다 찬바람을 피해 객실 열기구 앞에 옹기종기 앉는 사람들. 배에 오르자마자 이방인과 주민들의 모습이 엇갈린다.
유람선과 같이 특별한 안내방송도 안내인도 없이 여객선은 조용히 바다로 머리를 돌린다. 여객선터미널 건물을 등에 지고 서서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손길은 분주해진다.
선착장 오른쪽으로 돌아 뱃머리를 세운 여객선이 속도를 내자 목포의 전경이 눈앞에서 퍼져나간다. 지면이 아닌 수면위에서 올려다 보는 유달산이 새롭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한창 건설중인 목포대교의 주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도해 위로 솟은 주탑은 북항과 고하도를 연결하기 위한 디딤돌. 목포대교가 완성되는 2011년 이곳 바다의 풍경도 달라진다.
바다로 달려나오자 갈매기 떼들이 여객선을 맞는다. 반가운 친구를 쫓듯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여객선 꽁무니에 갈매기가 잔뜩 몰려들었다. 유달산과 멀리 압해대교를 배경으로 갈매기떼가 푸른 창공을 노닐며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곡예하듯 날개짓을 하던 갈매기는 바다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기도 하고 사람들이 건네는 과자 부스러기를 향해 돌진하면서 여객선을 배웅한다.
겨울 바다의 정취에 흠뻑 빠져있는 이방인들을 뒤로하고 섬할머니들이 주섬주섬 짐꾸러미를 꾸린다. 안내방송 없이도 익숙한 일상. 그렇게 처음 여객선이 닿은 달리도에 사람들이 내리고 또 오른다.
율도를 지나 외달도에 배가 닿자 뱃전이 부산스럽다. 친구들과 여행에 나선 남학생 무리가 ‘사랑의 섬’ 외달도에 내린다. 해변의 전경과 낙조가 아름다워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 ‘사랑의 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여름에는 외달도 해수풀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외달도를 돈 배가 뱃머리를 돌려 온 길을 되짚어 간다. 평일이라 바다도 배도 고요하다. 바다를 아버지로, 친구로 삼고 사는 어촌 사람들이 붉게 퍼지는 해를 뒤로하고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겨울의 이른 해가 뉘엿하게 넘어가면서 조금 전에 봤던 똑같은 바다가 다른 모습으로 기다린다. 율도를 돌아 달리도에 오니 할머니들이 분주한 걸음을 옮기던 마을 입구에 가로등이 붉을 밝히고 새로운 승객들을 비추고 있다.
바닷길 여행의 마지막은 목포의 야경이 장식한다. 푸르던 바다와 하늘은 쪽빛 물이 들었고, 유달산을 정점으로 부채꼴로 뻗은 목포 시내에 총총히 가로등 불빛이 흔들린다. 해가 비추던 목포에 사람이 만든 빛이 그득 차있다.
1시간 50분. 밤과 낮이 교차하는 길고도 짧은 시간에 두 얼굴의 목포를 만났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고심끝에 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바다의 시내버스’에 오르기로 했다. 그 전에 들려야 할 곳이 있었다. 목포에 오면 반드시 찾아야 할 것 같은 유달산에 먼저 발을 내딛기로 했다.
목포의 유달동·대반동·온금동·북교동에 거쳐 살포시 솟아있는 유달산은 높이가 228m에 불과한 산이다. 진산이라 하기에 부족한듯한 높이지만 바다를 향해 달려나가는 유달산은 날카로운 층층기암과 절벽 그리고 굴곡의 목포 역사를 가슴으로 품으며 자신의 부족한 키를 채우고 있다.
노적봉 쪽에서 걸음을 옮겨 대학루를 지나자 이난영 선생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허공을 맴돈다. 노랫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니 삼학도를 바라보고 서 있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기다린다.
1935년대 일제치하의 설움을 토해내던 ‘목포의 눈물’은 1980년대 야구 경기장에서 또 숱한 시위 현장에서 전라도의 한을 담아 시대를 따라 흐르고 또 흘러왔다.
노래에 떠밀려 굽이굽이 돌계단을 오르니 흰 구름이 쉬어간다는 유선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목포의 시가지와 다도해를 가르며 목포항을 오가는 선박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목포는 항구였다.
유선각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유달산과 작별을 하고 바다로 달려갔다.
차가운 겨울 바다와 같이 평일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 대합실은 휑하니 찬바람이다. 그나마 방학을 맞아 먹을거리를 잔뜩 챙겨들고 여행에 나선 한 무리의 남학생이 대합실의 고요함을 깨운다. 배가 들어올 시간이 되자 시내로 마실 나왔던 섬 할머니들도 집으로 돌아갈 채비에 분주하다.
오후의 해가 막바지 열기를 쏟아내는 4시30분 이날의 마지막 배에 올랐다. 충무동 일원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순회 여객선은 오전 7시 첫배를 시작으로 6차례 고하도, 달리도, 율도, 외달도를 순회 운행한다.
2∼3층을 오르내리며 분주한 사람들, 바다 찬바람을 피해 객실 열기구 앞에 옹기종기 앉는 사람들. 배에 오르자마자 이방인과 주민들의 모습이 엇갈린다.
유람선과 같이 특별한 안내방송도 안내인도 없이 여객선은 조용히 바다로 머리를 돌린다. 여객선터미널 건물을 등에 지고 서서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손길은 분주해진다.
선착장 오른쪽으로 돌아 뱃머리를 세운 여객선이 속도를 내자 목포의 전경이 눈앞에서 퍼져나간다. 지면이 아닌 수면위에서 올려다 보는 유달산이 새롭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니 한창 건설중인 목포대교의 주탑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도해 위로 솟은 주탑은 북항과 고하도를 연결하기 위한 디딤돌. 목포대교가 완성되는 2011년 이곳 바다의 풍경도 달라진다.
바다로 달려나오자 갈매기 떼들이 여객선을 맞는다. 반가운 친구를 쫓듯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여객선 꽁무니에 갈매기가 잔뜩 몰려들었다. 유달산과 멀리 압해대교를 배경으로 갈매기떼가 푸른 창공을 노닐며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곡예하듯 날개짓을 하던 갈매기는 바다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기도 하고 사람들이 건네는 과자 부스러기를 향해 돌진하면서 여객선을 배웅한다.
겨울 바다의 정취에 흠뻑 빠져있는 이방인들을 뒤로하고 섬할머니들이 주섬주섬 짐꾸러미를 꾸린다. 안내방송 없이도 익숙한 일상. 그렇게 처음 여객선이 닿은 달리도에 사람들이 내리고 또 오른다.
율도를 지나 외달도에 배가 닿자 뱃전이 부산스럽다. 친구들과 여행에 나선 남학생 무리가 ‘사랑의 섬’ 외달도에 내린다. 해변의 전경과 낙조가 아름다워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해 ‘사랑의 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여름에는 외달도 해수풀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고….
외달도를 돈 배가 뱃머리를 돌려 온 길을 되짚어 간다. 평일이라 바다도 배도 고요하다. 바다를 아버지로, 친구로 삼고 사는 어촌 사람들이 붉게 퍼지는 해를 뒤로하고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
겨울의 이른 해가 뉘엿하게 넘어가면서 조금 전에 봤던 똑같은 바다가 다른 모습으로 기다린다. 율도를 돌아 달리도에 오니 할머니들이 분주한 걸음을 옮기던 마을 입구에 가로등이 붉을 밝히고 새로운 승객들을 비추고 있다.
바닷길 여행의 마지막은 목포의 야경이 장식한다. 푸르던 바다와 하늘은 쪽빛 물이 들었고, 유달산을 정점으로 부채꼴로 뻗은 목포 시내에 총총히 가로등 불빛이 흔들린다. 해가 비추던 목포에 사람이 만든 빛이 그득 차있다.
1시간 50분. 밤과 낮이 교차하는 길고도 짧은 시간에 두 얼굴의 목포를 만났다.
/글·사진=김여울기자 wool@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