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부부와 마음을 나누기 위해 하루 빨리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요.”
화순군 동면 복암리 산자락에 자리잡은 ‘버섯누리 농장’. 새송이를 재배·판매하는 이 공장에서는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 7명이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주인공들은 정쟝(32), 엔타이 중(25), 엔 디엔 옥(21), 부어 주엉(28), 엔반 제이(32), 엔반 타이(27), 부반 디엔(21) 등 7명이다.
이들의 소박한 꿈은 정달조(41) 사장 부부 등 농장 가족은 물론 한국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이들이 틈나는 대로 정씨 부부에게 한국말을 배우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주말에 광주 충장로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농장은 인력난 때문에 버섯 생육관리는 물론 채취, 포장 등 가공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한 때 고전하기도 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의 가세로 다시 활력을 찾았다.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씨는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기는 했지만 외국인 친구들이 워낙 성실하고 일도 잘해 이들이 없으면 공장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농장은 농촌에서는 보기 드물게 단일 국가(베트남) 출신 노동자 7명이 생활하고 있다. 처음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1년 전 고용했던 엔타이 중씨 등 2명의 성실성에 반한 정씨가 한 두명씩 채용하다 보니 자그마한 ‘외국인 노동자촌’이 된 것이다.
버섯농사를 전혀 몰랐던 이들은 현재 버섯 채취, 생육관리, 제품포장 등 공장 내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할 정도로 업무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버섯 농장을 맡긴 후에도 안심하고 바깥 일을 볼 수 있을 정도라는 게 정씨의 전언이다.
그러나 처음 이들과 함께 생활했던 정씨는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버섯 관리동을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매출에 심각한 차질을 빚은 적도 있다. 온·습도 조절기와 환기조절 장치를 오작동해 버섯의 생육이 늦어져 폐기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엔디엔 옥씨는 “난생 처음 해보는 일이라 처음에는 실수도 많았지만 지금은 어떤 일이든지 자신있다”고 웃었다.
농장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엔타이 중씨 등은 한국 음식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들과 함께 일하는 지역민들과 매일 점심상에 앉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입맛이 적응되지 않아 아침·저녁은 직접 요리해 먹는다. 우리 채소와 육류를 시장에서 구입한 뒤 베트남 전통 조미료를 섞어 직접 요리하는 절충식이다.
부반 디엔씨는 “처음에는 한국음식에 적응하는 게 무척 힘들었지만, 차츰 익숙해지고 맛도 느껴지는 것 같다”며 “맛이 있을 지 모르지만 이제 된장국 정도는 끓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에게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환율이 치솟으면서 원화 가치 약세로 실질소득이 크게 준 것이다. 엔 디엔 옥씨는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실질 소득이 예전만 못하다며 하루 빨리 경제가 안정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월수입 대부분을 베트남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이들이 유일하게 돈을 쓰는 ‘호사스런 날’은 날은 일요일 하루다. 이들은 일을 쉬는 일요일 광주 충장로를 방문, 값싼 의류를 구입하고 생맥주 한 잔으로 일주일의 피로를 푼다고 한다.
지난해 결혼한 뒤 입국했다는 엔 디엔 옥씨는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적은 돈이라도 함부로 쓸 수 없다”며 “한국에서 모은 돈은 우리 가족의 미래이자 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영기기자 penfoot@kwangju.co.kr